장마비가 오락가락한다.
7월20일쯤이면 장마가 끝날 것 같아
휴가 준비를 했는데 비가 계속 온다고 한다.
그래도 휴가를 가야만 하니
콘도를 예약하고 갈 사람을 챙기니
아들 딸 내외와 손주들,
처남내외와 생질녀 등 모두 12명이다.
중국서 온 동서와 작은 처남내외는 같이 가지 못했다.
지난 해에는 충주호와
거제도 몽돌해수욕장,
위도에 가서 낚시대를 펴지도 못했으니
올해는 아예 물과는 거리가 먼
깊은 산골로 방향을 잡아
평창으로 가기로 했다.
스키를 타러 가는 것도 아니고
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평창주민들을 위로하는 것도 아니지만
손주들을 위해서는
양떼목장과 대관령을 구경하고
처남내외와 어른들을 위해서는
깊은 계곡 흐르는 물에서
레프팅도 하고 싶었다.
난, 그냥 양떼목장과
월정사의 석탑 사진이나 찍고
강원도 메밀밭과
야생화가 보고 싶어서였다.
7월20일 금요일, 휴가를 냈지만
모두가 직장을 마치고 출발을 한다니
저녁 5시는 되어야 집을 나설 것 같다.
텃밭에 갔다.
봄부터 정성을 들여 기른 밭이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상추와 배추, 그리고 부추를 뜯었다.
상추와 배추는 삼겹살 쌈으로 먹고
부추는 호박과 풋고추를 넣어서 부침개를 해서 소주 안주로 해야지.
가지, 오이, 토마토, 감자를 수확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옥수수를 모두 꺽어서 차에 실으니
커다란 비닐봉투에 두 보따리나 된다.
여기에 삼겹살, 목살, 갈매기살 등
돼지고기만 있으면 된다.
소주와 막걸리는 당연한 것 아니겠소!
저녁8시, 평창에 있는 휘닉스 파크에 도착을 했다.
2014년 동계올림픽만 유치했더라면 분위기가 고조 되었을 것이다.
20평으로는 작을 것 같아 추가금을 10만원이나 더 주고 30평으로 달라고 했다.
아이들은 방안에서 뛰노는 것도 즐거움이다.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듯
스키시즌도 아니지만 벌써 휴가가 시작되었는지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하였다.
 
12층에서 내려다 보니 차들이 질서정연하게 잘 주차해 있다.
늦은 저녁을 먹는다.
여행의 즐거움 중의 하나가 먹는 것이다.
삼겹살, 목살, 갈매기살,
그리고....
처남 식당에서 가져온
오징어불고기, 새우구이, 문어 등
상추와 깻잎쌈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또 어뱅이주를 두 잔이나 마신다.
 
저녁을 먹고 소화도 할 겸
아이들 손을 잡고 이리저리 구경을 다닌다.
야외에서 벌어진 라이프 까페에도 가 보고
당구장에서 아이들에게
난생 처음 당구큐를 잡혀 주었다.
오락장에서 땀을 흘리며 노를 젓기도 하고
신나게 오토바이도 타다가
내일을 위해 피곤한 몸을 뉘었다.
어른들은 살아가는 얘기와 남의 흉보느라 늦게 잠들고
아이들은 저들끼리 장난하느라 늦게 잠이 들어서 늦잠을 잤다.
10시쯤 콘도를 나와서 양떼목장으로 갔다.
멀리 동해를 바라보며 탁 트인 전망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그래서, 가족들 나들이와 사진사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관람객에게 영수증도 없이 3천원씩 받는다.
양들에게 줄 먹이값이라고 하니 아무도 거부하는 사람이 없다.
사실 탁 트인 전망과 시원한 풍경이 거만한 값어치는 있다.
양을 길러 파는 것 보다 관광수입이 더 짭잘할 것 같으니
아이디어 치고는 정말 멋진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산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을 보았다.
어린시절,
소를 몰고 산으로 가서 풀을 뜯기는 것이 어린이들에게 가장 큰 일이었지만
그 시절이 좋았고 마냥 그립기만 했다.
추억이 그리워 달리던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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