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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의속삭임
어머니의 쟁반
추석이 가까와졌기 때문일까? 잔뜩 찌푸린 하늘가에 두둥실 띄워 보는 만월의 회상 추억이기 보다는 소망이리라 빛 고운 아픔으로 남겨 두고 싶은... 언제, 어디서든 떠 올랐지 칠흙 같이 어두운 밤이면 더욱 선명하던 어머니의 달 그리고,가슴을 저미어 오는 아스라한 고통...쟁반 이미 십 수년이 지나가고 있는 과거의 일이건만 지날수록 깊어만 가는 그리움은 영원히 비워 낼 수 없는 고향이었기 때문이리라 어머니, 어머니는... 어머니는 달이 밝은 밤이면 장독대 위에 정한수를 떠 놓고 칠남매의 건강을 위해 두 손을 합장한 채 기원을 드리곤 했었다 달을 숭배하였던 유래에 기인하였기 보다는 자식들의 화평을 기원하는 단심의 바램이었으리라 텅 빈 쌀독을 들여다 보시던 어머니가 삶은 감자 몇 덩이를 덩그러이 올려 놓으시던 쟁반 쟁반 속에는 허기진 배를 움켜 쥐고 긴 겨울 밤을 지새던 어머니의 애환이 담겨 있었다 껍질에 눌러 붙은 찌꺼기를 핧으며 궁벽한 삶을 애통 하시던 어머니의 한과 한 조각의 기억 만으로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어머니의 삶이... 때가 이르렀음인가? 쟁반 같이 초라한 삶을 살다 간 어머니의 그리움이 가슴에 사무쳐 출근길에 피시방을 찾았다 흘리고 다시 흘리고 수없이 흘려 보내도 여전히 마르지 않는... 얼마 만큼의 눈물을 더 쏟아 내야 저 기나 긴 설움의 강을 건널 수 있을까? 낡은 쟁반에 담아 왔던 어머니의 삶은 다시는 찾아 볼 수 없는 과거 속으로 사라져 버렸지만 쟁반에 담았던 시리고 소중했던 어머니의 사랑은 아직도 아들의 가슴에 화인으로 남아 있다 뿌옇게 흐려지는 동네 어귀를 돌아 머언 신작로를 향해 달음박질 하던 어린 꼬맹이의 멈춰진 세월 속에 . . . 가을이 계절의 징검다리를 건넌다 시절에 앞서 피었다가 물들지 못한 낙엽으로 마지막을 남아 흔들리는 잎새 누가 너를 초라하다고 하였더냐 요람 없는 안식처에서 밤 새 흘려 내시던 거룩한 서걱임 마른 낙엽의 신음 소리가 온통 가슴에 쟁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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