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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결의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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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왜 잔인한 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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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매화가지에 먼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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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에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봄이 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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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광양 매화마을로 달려갔다.
지난해 너무 늦게 가서 헛걸음을 한 적이 있어
올해는 미리 인터넷을 검색해서 일정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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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붐빈다.
우리의 삶이 풍족해 졌다는 뜻도 있지만
자연을 즐기려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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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엘리어트는 왜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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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람들은 3월을 MARCH라고 해서 행군을 뜻한다.
봄이 되는 3월에 전쟁을 하러 출발을 해서
4월에는 피를 흘리는 전쟁을 하니 잔인한 달이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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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어트는 그의 서사시 황무지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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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 (球根)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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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움켜잡는 뿌리는 무엇이며,
이 자갈 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나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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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여, 너는 말하기 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
그곳엔 해가 쪼여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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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계절,
심지어 햇빛마저 비추게 된다면
이 세상은 서서히
그림자 속으로 잠기게 되버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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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4월의 비가 내리네
온 마을이 고통으로 가득차게 되면
당신은 내게 도대체 왜 그런지를 물어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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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회색빛 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회색빛 하늘이 어디서부터 파래야 하는지를
회색빛 하늘은 어디서부터 볼 수 있는지
왜,왜 그래야만 되냐고 물어보지만
모르겠다라고 울면서 말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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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가끔식은 모든걸 잊고 미소를 머금겠지
하지만 그 땐 끝이 없는 4월의 느낌이 다시 되살아나지
다가오는 외로운 4월의 느낌이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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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나의 마음 속에서 난 모든게 아름답게 보여
그러나, 내가 그저 태양빛을 느낄 수 없을 땐
아무것도 이뤄논 것이 없겠지
그러므로 봄의 계절이란
어둠의 계절이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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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하늘이 어디서부터 파래야 하는지를
회색빛 하늘은 어디서부터 볼 수 있는지
왜,왜 그래야만 되냐고 물어보지만
모르겠다라고 울면서 말할거야
난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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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어트는,
아무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으면
봄의 계절은 어둠의 계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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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 놓은 것도 없이 나이를 먹어
머리엔 흰머리가 가득한데
이미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33년의 정든 직장에서도 물러나야만 했다.
일할 곳이 있나 이리저리 물어보니,
국가에서도 폐기처분을 했는데 어디에 쓰겠소?
하는 농담이, 가슴에 사무쳐 그냥 쉬기로 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소나기를 피하려다 옷이 흠뻑 젖을바에는
차라리 비를 맞으며 콧노래를 부르면서 걸어가면
마음이라도 편하겠지!!!
마음도 가볍게 카메라를 울러메고 길을 나선다.
낚시대도 함께 실었으니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이 있으면
텐크를 치고, 라면을 끓여 먹고 낚시대를 펴리라!!!
연분홍 꽃잎이 수줍은 매화
선홍빛 피를 토하는 동백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와 꽃빛이 수수한 산수유
들녘을 노랗게 물들이는 유채꽃
새벽안개가 낀 소나무 사이로 곱게 핀 보라빛 진달래
눈이 내리듯 꽃비를 쏟아내는 벗꽃
그리고,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복사꽃과 배꽃도 있지!
온 산을 불게 물들이는 철죽은 나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곳을 다 가보리라.
때로는 친구들
때로는 아내와 아이들
때로는 홀로 떠나도 좋겠지.
이제 소백산 정상에 철죽이 지고 나면
뜨락에 핀 모란도 지고 말겠지.
모란이 피기까지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님은 봄이 가면 일년 내내 섭섭해 운다고 했다.
나도 가는 봄이 서러워
두견새 울음 따라 목놓아 울어 볼까?
그렇게 봄날이 가고
계절의 여왕인 5월이 끝나면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겠지!
나는 또 다른 봄을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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