甘浦 가는길(3)
친구야!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가 지겨울지 몰라도
사방으로 높은 산과
하늘만 바라보고 살아온
산골 촌놈에게
바다는 늘 동경의 대상이었지.
♡
♡
♡
부그러운 말이지만
이 산골 촌놈은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바다를 보았지.
이모집 식구들을 따라서
처음으로 바다를 보고
얼마나 감격했는지 몰라.
그림으로 보았던 바다를
처음 바라보는 순간
나는 끝없는 황홀감과
경외감마저 느꼈지.
끝없이 넓은 바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수평선
바다를 향해
통통거리며 달리는 고깃배
그리고, 하늘을 유유히 나르며
한가롭게 울어대는 갈매기의 울음소리!
이 모든 것들이 나를 황홀하게 만들었지.
그 때부터 나는 바다를 너무 좋아하고 말았어.
지금도 틈만 나면 바다로 달려 간다네.
때론, 일출을 보기 위하여
이른 새벽길에 먼길을 달려 가기도 하지.
내가 바다로 달려가는
또 다른 이유는
바다낚시를
하기 위해서지.
바다의 왕자라는
감성돔을
쉽게 잡지는 못해도
우리가 흔히 만나는
놀래기나 꺽지를
잡아도 좋지.
겨울에
학꽁치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왠만한 초보도
금방 한 쿨러를
잡을 수 있으니
잡는 재미도 있지만
갯바위에서
언 손을 호호 불면서
즉석에서 회를 먹으면
소주 한병은
금방 비어 버리지.
친구야!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회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셔 보렴.
친구들 끼리라면
살아가는 이야기로
서산에 해가 저무는 걸 모를 거야.
나이만큼 무거운 삶을
야윈 어깨에 지고 살아가는
머리가 희끗한 친구들끼리
한잔 술로 마음을 달래며
가슴의 흉금을 털어내는 것도
내일을 위한 활력소가 되겠지.
만약에,
마주 앉은 사람이 아내라면
몇잔의 술을 마시고 거나해 지거던
술취한 척 하면서
사랑한다고 한번 말해 보시게.
사랑한다는 말이 쑥스럽거던
수고한다라는 말이라도 한번 해 보게나.
그러면,
아내가 숙였던 고개를 들 때에
아내의 눈이 이슬에 젖어
저녁 햇살에 반짝이는 걸 볼 수 있을거야.
난, 아직 한번도 그래보진 못했지만
언젠가는 시간을 내어서
아니면, 올해 연말 쯤 그렇게 해보고 싶어.
친구야!
바다에 가거던 해뜨는 걸 꼭 한번 보시게.
날마다 뜨는 해를
뭘그리 귀찮게 찾아가서 보느냐고 반문을 하겠지만
바다에서 뜨는 해는 별다른 느낌이 있지.
난, 삶이 힘들 땐
시장 길바닥에서 물건을 파는 할머니들을 보러 간다네.
또, 삶이 서러울 땐
바다위로 힘차게 솟아 오르는 태양을 보러 간다네.
하늘을 태울 듯 붉어오는 바닷가로
야간 근무를 마친 초병들이 지나가고 있었지.
그들이 있기에 바다가 평온하지 몰라도
바람 한점 없는 바다위로 노을이 물들고 있었어.
추위 떨며 1시간 넘게 애타게 기다릴 때 쯤
수줍은둣이 구름위로 고개를 내미는
아침의 붉은 해는 환상적이었어.
시린 손에 입김을 불어가면서 연신 셔터를 눌렀지.
보고 또 보아도 신비스럽고
경외롭기도 한 태양을
사진을 찍다 말고 한동안 바라 보았어.
내 가슴이 요동을 치고
새로운 삶의 용기가 솟아 오르더군.
옆에 사람들이 없으면 힘차게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었어.
구름위에서 태양이 솟아 올라
꿈에도 그리던 오메가를 만나지 못했지만
그런데로 멋진 일출이었지.
친구야!
벌써 올해도 다 지나가는군.
젊을 땐 나이가 먹고 싶었는데
이제 내리막길로 대책없이 밀려 가니까
한해가 가는게 왜 그리 안타까운지 몰라.
살아갈 수 있는 나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니
황홀한 일출을 보면서 서러운 생각이 들었어.
*
*
*
허나, 어찌하겠는가!
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으니
남은 세월동안 건강하고 보람있게 살아야지.
♡
♡
♡
친구야!
건강하시게!
늙을수록 건강해야지.
살아가기에 너무나 아름다운 세상 아닌가!
(주절주절 긴 얘기는 여기서 마무리 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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