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셀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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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21일, 모처럼 맞이한 3일 황금연휴 첫 날이다.
낚시를 할 설렘으로 잠까지 설치고 평상시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나는 쉬는 날만 되면 아침에 깨우지 않아도 벌떡벌떡 일어나곤 한다.
아내는 이런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평일에 나는 아내가 깨워야만 일어나서 밥을 먹고 출근을 하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전 7시 20분경에 기분 좋게 출조 길에 나섰다.
이렇게 아침부터 서둘러 집을 나선 것은 지난해 좋지 못한 기억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해 이맘 때 9시 경에 집에서 느긋하게 출발한 댓가로 고속도로가 막혀 엄청난 고생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집에서 나와 양재대로를 달릴 때가지만 해도 좋았다.
이대로 막힘없이 승용차가 달리기만 한다면 태안에서 오전 낚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고속도로를 진입하고 톨게이트를 지날 때까지만 해도 교통상황이 그린 나쁜 편은 아니었다.
고속도로에 차가 좀 많아서 제 속도를 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80킬로미터 내외로 달릴 수는 있었다.
교통상황을 알려주는 전광판에서 수원 신갈 부근이 정체된다는 것을 표시하고 있다.
이제 막 고속도로가 정체되기 시작하나 보다 여겼다.
하지만 고속도로는 생각보다 많이 정체가 된 모양이다.
라디오를 켜서 교통방송을 들어보니 고속도로는 6시경부터 정체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벌써부터 고속도로는 구간구간 심한 정체를 빚고 있다는 소식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라디오에서는 도심에서 벗어나 외곽으로 향하는 도로마다 차량의 꼬리가 점점 더 길어져 가고 있다는 소식들만 읊어댄다.
고속도를 달리는 자동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만 떨구었다.
경부고속도로에서 벗어나 안성서평택 분기점으로 들어설 무렵에는 오전 11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서울에서 이곳까지 평상시 같으면 승용차로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인데 오늘은 3시간 반이나 잡아먹었다.
어쨌든 이제부터는 고속도로가 정체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잠시뿐이었다.
승용차가 서해안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직전 3킬로미터 앞에서 줄지어 멈추어 서 있다.
그리고 차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다.
이렇게 3킬로미터를 움직여 서해안고속도로로 올라타기까지 꼬박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속도가 시속 3킬로미터도 채 나오지 않았으니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진행했던 것이다.
다행히 서해안 고속도로가 심하게 막히지는 않았다.
서해대교를 건널 때까지 제 속도를 낼 수는 없었지만 흐름이 답답할 정도로 속도가 더디지는 않았다.
서해대교를 건너 서산 인터체인지까지는 승용차가 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물론 서산에서 태안까지 가는데 평소보다 도로에 차량들이 많은 것은 확실했지만 교통이 심하게 정체되지는 않았다.
승용차가 태안 수룡지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 30분이었다.
평상시 서울에서 태안까지는 승용차로 2시간 거리이다.
오늘은 내가 승용차를 6시간이나 운전했으니 너무 막힌 것이다.
길이 막히는 것이 싫어서 아침 일찍 출발을 했던 것인데.....
다음부터는 아예 새벽에라도 집을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오늘 길이 막혀서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낚시에서 조황이라도 좋아야 할 텐데..... 걱정부터 앞선다.
Ⅱ. 기대와 현실
수룡지 나룻터에서 배를 탔다.
배는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저수지 중상류 좌안에 위치한 1번 좌대를 향해서 미끄러져 갔다.
배를 타고 가면서 콧속으로 파고드는 물냄새가 유난히 향긋하고 신선하게만 느껴진다.
오늘은 왠지 조황이 좋을 것만 같다.
좌대에 오르기 무섭게 떡밥을 개고 낚싯대도 부리나케 편성하였다.
낚싯대를 부채살 모양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2.7칸 2.9칸 3.2칸을 각각 쌍포로 총 여섯 대를 폈다.
한낮 땡볕이 따가워 텐트도 서둘러 폈다.
이제 낚시를 해도 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아무리 낚시를 좋아해서 밥먹는 시간이 아깝다 하더라도 점심을 굶고 낚시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잽싸게 먹어 치웠다.
마침내 본격적으로 낚시에 돌입하였다.
낚시한지 30분이 지났다.
찌에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한 시간이 지났다.
아직도 찌는 움직임이 없다.
두 시간이 지났다.
찌는 여전히 꼼작도 않고 있다.
그래도 간간히 낚시 바늘에 새로 떡밥을 달아 밑밭을 던져주었다.
나는 찌가 수면 위로 솟아오르기만을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오늘은 왠 일일까?
아무리 낮 낚시라 해도 붕어들이 이렇게 입질을 안 할 수가 있다니.
오늘 낚시는 결과가 실망스럽지 않을까 해서 조바심이 났다.
하기야 붕어들 마음을 누가 알 것인가?
해는 어느새 뉘엿뉘엿 서산(西山)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붕어를 기다리는 낚시인의 애타는 마음을 누가 알아 줄 것인가?
아무래도 어두워지기 전에 저녁이라도 해결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라면이라도 한 봉 끓여서 식은 밥이라도 말아 먹을까 생각했지만 이도 귀찮아졌다.
낮에는 잠잠하기만 하던 붕어들의 입질이 해가 넘어가면 곧바로 몰려올 것만 같았다.
저녁도 식은 밥에 그냥 김치 하나로 최대한 간단히 먹어치웠다.
아내가 챙겨준 두유도 한 병 마시고 후식으로 수박 한 조각도 먹었다.
아이스박스에 보관되어 있던 시원한 두유와 수박을 먹고 났더니 갈증도 풀리는 듯 했다.
심기일전해서 낚시에 다시 몰입했다.
30분쯤 지났을까?
한 사람이 노지낚시를 하기 위해서 내가 있는 좌대 왼쪽 앞에서 대를 폈다.
노지 낚시를 하는 사람이 조황이 궁금했나 보다.
나에게 입질이 있느냐고 묻더니 ‘한 수도 못 했는데요’라고 하자 실망하는 듯 했다.
좌대 오른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오리 한 쌍이 수초에서 나와 유유히 헤엄을 치며 돌아다니고 있다.
너무나 자주 보는 눈에 익은 풍경이라 마치 고향에라도 간 것처럼 내 마음은 푸근해 졌다.
오리 한 쌍이 조용히 물살을 가르며 평화롭게 다니는 것을 바라보면서 문득 아내가 떠올랐다.
연거푸 3주째 낚시를 가는 나를 아내가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또 낚시가요”라고 했다.
아내는 내게 ‘낚시가 그리도 좋으요’라는 말을 한마디 건넸다.
그리고 집을 나서는 나를 문밖까지 따라 나와 ‘낚시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라면서 배웅을 해주었다.
아마도 아내는 낚시 가는 것을 아무리 말려도 내가 듣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가슴 속에 묻어 두고 말았을 것이다.
어쩌면 아내가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내게 속 시원히 말을 못하고 가슴 속에 묻어둔 말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낚시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아내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서히 어둠이 밀려오면서 찌가 잘 보이지 않았다.
찌톱에 달린 단 주간 케미를 야간 케미라이트로 서둘러 교체하였다.
이미 케미는 꺾어 두었지만 어슴프레한 석양 불빛에 묻힌 찌가 어디에 놓여 있는 지조차 식별하기 어렵다.
이럴 땐 설령 붕어가 와서 입질을 해도 입질을 놓치기 십상일 듯했다.
짙은 어둠이 깔리면서 케미라이트에도 서서히 불빛이 들어오고 있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유리처럼 판판하던 수면에도 물결이 일렁거렸다.
저수지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분위기 상으로는 금방이라도 찌가 묵직하게 솟아오를 것만 같다.
하지만 찌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잠시 눈길을 하늘로 돌렸다.
하늘에는 상현달이 중천에 떠 있고. 구름 사이사이로 수많은 별들도 반짝거리고 있다.
초저녁 입질 피크타임이 이렇게 별일 없이 지나가고 말 것인가?
아내에게 안부를 전달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낚시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낚시터에 이런 저런 분위기도 알려주었다.
벌써 저녁 8시가 되었다.
이제는 사방이 어둠 속에 묻혀 버렸다.
희미하게 깜박거리던 케미라이트 불빛도 밝게 반짝이고 있다.
오후 내내 입질다운 입질 한 번 보지 못했다.
입질이 너무 뜸하니 낚시에 몰두하지 못하고 자꾸 한눈만 팔며 딴 짓만 하게 된다.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간간히 힘찬 뻐꾸기 울음소리가 정적을 깨뜨린다.
또 얼마간 시간이 흘렀을까?
낚싯대에 떡밥을 새로 달아서 주기로 했다.
맨 우측에 놓인 첫 번째 낚싯대에 떡밥을 새로 달아서 채비를 던져 넣었다.
두 번째 낚싯대에도 떡밥을 새로 달아 던져 넣었다.
그리고 세 번째 낚싯대에 떡밥을 달고 있던 중에 좌측 3.2칸 낚싯대에 찌가 언제 올라왔는지 서서히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혹시나 해서 잽싸게 챔질을 했지만 빈 바늘만 허공을 가른다.
허무하기 이를 데 없다.
모처럼 들어 온 입질이었는데 그걸 놓쳤으니 말이다.
낚싯대에 떡밥을 새로 달아 주고 또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이번에는 오른쪽에서 세 번째 낚싯대에 입질이 시작되었다.
찌가 한 마디 두 마디 올라오는 가 싶더니 시원스럽게 쭉 올라온다.
챔질을 하자 낚싯대에서 묵직한 손맛이 느껴진다.
낚싯대를 세우려고 힘을 쓰는 데 붕어가 물속으로 처박고 들어갔다.
그리고 붕어가 바늘에서 빠져 나갔나 보다.
낚싯대가 갑자기 힘을 잃어 버렸다.
붕어 얼굴도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힘깨나 쓰는 것으로 봐서 얼마나 큰 놈일까 궁금하기만 했다.
시간은 또 흘러 밤 9시가 지났다.
입질이 뜸하니 휴대폰을 켜서 자꾸 시간만 확인하게 된다.
시간은 속절없이 또 왜 그리 빨리도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에는 왼쪽에서 두 번째 낚싯대에 찌가 꿈틀거렸다.
낚싯대에 손을 올려놓고 유심히 찌를 바라보았다.
찌가 본신으로 이어지기를 바랐지만 찌는 다시 잠잠해지고 말았다.
낚싯대에 올려놓았던 손을 슬며시 거두어 들였지만 계속해서 그 찌를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 꿈틀거리던 찌가 서서히 솟아오르고 있다.
찌가 장찌이기 때문일까?
찌올림이 점잖고 부드럽게 올라온다.
낚싯대에 손을 얹어 놓은 채 한껏 찌가 솟아오르기를 기다렸다.
찌는 두 뼘 정도 올라와서는 멈칫하고 서는 듯했다.
순간 챔질에 들어가고 이번에는 붕어를 어렵지 않게 끌어낼 수 있었다.
붕어의 몸통이 내 손바닥을 벗어난 크기다.
아마 8치급 붕어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 크지도 않은 놈 치고 찌올림은 월척급보다도 더 부드럽고 더 높이 밀어 올렸다.
찌올림만으로는 영낙없는 대물 붕어 입질이었던 것이다.
내가 놈에게 조금 농락당한 듯하여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감지덕지 나에게 이놈이 얼마나 고마운 놈인가.
내가 오늘 낚시를 위해서 잠까지 설치고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선지 14시간이 지나 나와 첫 상면한 붕어가 아니던가?
어느 새 밤 열시가 가까워지고 있다.
지금까지 조과는 서번 번의 입질에 딱 붕어 한 수를 걸어낸 것이 전부다.
너무나 빈약한 조과에 내심 적잖이 실망스럽다.
2주 전 수룡지 2번 좌대에서 밤새 붕어 세 수로 빈작을 기록했던 악몽이 서서히 되살아나는 듯 했다.
그리고 내일은 손수 운전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낚시가 잘되던 그렇지 않든 어쨌든 밤을 지새울 수는 없다.
한 밤중에 두 세 시간을 잠을 자야한다.
낚시하면서 밤을 꼴딱 새울 수는 있지만
내일 까딱해서 졸음운전을 하는 것만큼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요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전광판에서 운전자들에게 ‘과속운전 졸음운전 음주운전’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자꾸 눈에 띄었던 것이다.
설령 잠이 오지 않더라도 억지로라도 잠을 자야할 판이다.
그런데 입질이 너무 뜸하니 졸음이 밀려들었다.
저녁 열시면 아직은 졸릴 때가 아닌데
오늘은 장시간 운전을 한데다 한낮 땡볕에 시달려 몸이 피곤한 탓이 아닐까 싶다.
자꾸 윗눈꺼플이 아래로 내려왔다.
하지만 이대로 잠을 청하기에는 미련이 있었다.
붕어 한 마리 달랑 살림망에 넣어 놓고 휴식을 하기에는 아직은 너무 이른 시각이 아닌가?
손등으로 간간이 두 눈을 비벼가며 억지로 졸음을 참아 보기로 했다.
그리고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한 시간만 더 낚시를 해보자. 오늘은 몸도 피곤한데 그래도 입질이 없으면 아침까지 잠이나 좀 자지 뭐.’
나는 몇 차례 심호흡을 하고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낚시에 몰입하기 시작하자 졸음도 잠시 밀려난 듯하다.
낮에 개어 둔 떡밥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입질도 없는데 이럴 때 떡밥이라도 새로 개어 두어야 겠다 생각했다.
낚싯대마다 새로 갠 떡밥을 달아 다시 채비를 던져 넣었다.
낚시의자 등받이에 등을 바짝 붙이고 앉은 자세도 바로 잡았다.
찌에 조그마한 움직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찌에 온통 시선을 집중했다.
그런데 새로 갠 떡밥의 효과가 나타난 것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우측 두 번째 2.7칸 낚싯대의 찌가 꼼지락 거리며 예신을 보이고 있다.
낚싯대에 손을 올려놓고 찌기 솟기만 기다렸다.
그런데 영악한 붕어가 눈치를 챈 것일까?
찌가 한동안 꼼짝을 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손을 낚싯대에서 슬며시 거두어 들였다.
그러자 찌가 수면위로 서서히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붕어란 놈이 내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기라도 한다 말인가?
손을 재빨리 낚싯대 위로 가져가 가볍게 감쌌다.
찌가 한 마디 두 마디....... 그리고 쭈～욱 올라가고 있다.
이때다 싶어 힘차게 낚싯대를 챔질 했다.
붕어가 물속으로 쿡쿡 처박고 들어갔다..
낚싯줄에서 순간순간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손맛이 제법 묵직하다.
힘깨나 쓰는 것으로 보아 괜찮을 씨알일 것이라 생각했다.
봉어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서 쉽게 제압할 수가 없다.
낚싯대의 팽팽한 탄력을 이용하여 우선 붕어를 수면위로 띄웠다.
머리 위로 손을 들어 치켜든 낚싯대를 뒤로 젖히면서 붕어를 발 앞으로 끌어당겼다.
내 손아귀에 붕어를 안전하게 넣으려면 아무래도 뜰채를 사용해야 할 것 같았다.
의자 옆에 미리 준비해 둔 뜰채로 수면 위에 얌전히 드러누워 있는 붕어를 떠냈다.
붕어가 씨알은 좋았지만 한눈에 봐도 월척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자릴 수 있었다.
붕어의 체고가 높아서 한 손으로 잡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붕어의 길이는 18센티미터인 내 손바닥을 10센티미터 정도 밖에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손으로 붕어를 감싸 잡고 살림망에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살림망에 붕어는 이제 두 마리가 되었다.
살림망에 먼저 들어와 지내는 붕어가 심심해하지 않을 듯싶다.
독방을 아니지 않는가.
붕어 한 마리를 걸어내자 졸음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기다림에 지쳐 혼미해져 가던 정신도 다시 말짱하게 돌아왔다.
언제 피로했냐는 듯 온 몸에 다시 기운이 솟는 듯하다.
오랫동안 붕어 얼굴도 보지 못하고 지쳐있을 때 이처럼 효과가 즉방인 보약도 없을 것이다.
어둠속에서 반짝거리는 케미라이트 불빛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이제부터는 붕어들이 입질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를 가졌다.
시간은 10분이 지나고 20분이 흘러갔다.
기대는 또 다시 실망으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30분이 흘러 시간이 10시 30분을 넘어서고 있다.
기대가 실망을 넘어서 이제는 체념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른쪽에서 세 번째에 놓인 2.9칸 낚싯대에 찌가 움직이다.
찌가 살며시 물에 잠기는 듯 끔벅끔벅 거리는가 싶더니 슬슬슬 옆으로 게걸음 하듯 움직인다.
찌가 솟아오르기를 기다리지만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붕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걸 챌까 말까를 두고 잠시 고민을 했다.
수온이 낮을 때 수룡지 붕어들이 보이곤 하던 입질 패턴이다.
붕어에게 속는 셈치고 챔질부터 하는 것이 나을 듯싶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일까?
낚싯대를 높이 치켜들었지만 순간 방심을 한 탓일까?
붕어가 이리 저리 방향을 틀어 이리 저리 마구 휘젓고 다닌다.
자칫 잘못하면 옆 낚싯대의 줄을 걸려 얽힐 듯 했다.
낚싯대를 더욱 곧추 세우고 붕어를 발 앞으로 끌어내려고 안간 힘을 썼다.
하지만 선수를 붕어에게 빼앗긴 터라 놈의 격렬한 저항이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결국 초기에 붕어를 제압하지 못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리 저리 휘젓고 다니던 붕어가 결국은 옆 낚싯대에 줄까지 걸고 말았다.
이러다 줄이라도 심하게 꼬이면 낭패를 당하지 않겠는가?
깜깜한 밤에 낚시 줄을 끊어내고 다시 채비를 하는 것이 얼마나 번잡스러운 일인가?
이제 낚싯줄은 얽히더라도 줄만은 꼬이지 않도록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옆 낚싯대를 앞쪽으로 당겨 놓고 붕어가 더 이상 앙탈을 부리지 못하게 제압해서 발 앞으로 끌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줄이 얽힌 상태로 다시 한 번 붕어가 휘젓고 다닌다면 십중팔구 낚싯줄이 꼬이게 될 것이다.
낚싯대를 치켜들고 뒷걸음질까지 치면서 붕어를 조심조심 발 앞까지 끌어당겼다.
낚싯줄을 잡고 붕어를 물어서 끌어 올렸다.
바늘에서 붕어부터 떼어냈다.
그리고 나머지 바늘에 걸려있던 옆 낚싯대의 줄도 풀어냈다.
줄이 심하게 꼬이지 않았으니 천만 다행이다.
그런데 붕어를 꺼내 놓고 보니 눈대중으로 8치가 조금 안될 것 같다.
붕어가 체구도 작은 데 이리저리 마구 휘젓고 다닐 정도로 힘은 장사였다.
오늘은 절기상으로 입하와 망종의 중간에 있는 소만(小滿)이다.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틀린 말을 아닌가 보다.
밤바람이 시원한 듯 했지만 여전히 쌀쌀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체온이 떨어져 추위를 느끼기 전에 준비한 여벌의 옷을 한 겹 더 껴입었다.
한결 푸근해졌다.
라면이라도 한 봉 끓여서 한 젓가락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어두운데서 혼자 라면을 끊여 먹는 것이 귀찮기도 했다.
이보다는 조그만 낚시를 더하다 잠을 자야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붕어 입질이 곧 들어올 것 같다.
이 귀한 시간에 라면만 끓여먹고 잠을 자는 것이 미련한 짓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면은 한숨 자고 일어나서 배가 출출하면 끊여서 먹기로 했다.
라면을 끓여 먹을지 말지를 두고 한참 고민하던 중 맨 처음 입질이 들어왔던 왼쪽 첫 번째 3.2칸 낚싯대에 찌가 살며시 잠겼다 오르내리면서 꿈틀거리고 있다.
손을 낚싯대에 슬며시 올려 감싸 안은 채 챔질 시기만을 엿보고 있다.
그런데 다시 찌가 잠잠해져 움직이지 않고 있다.
마치 애간장이라도 태우려 드는 것 같다.
붕어가 자리들 뜬 것일까?
숨죽이고 찌가 솟아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별다른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낚싯대에서 손을 떼려고 하는데 다시 한두 번 찌가 움찔거리는가 싶더니 쭈～우욱 위로 솟구친다.
낚싯대를 들어 챔질에 성공했다.
낚싯대를 머리 위로 곧추 세우면서 붕어의 기선을 제압했다.
힘쓸 겨를도 없이 선수를 빼앗긴 붕어는 항복이라도 한 것일까?
수면위로 떠올라 배를 드러내고 누워버린 듯하다.
낚싯대를 뒤로 젓혔다.
붕어가 수면 위에서 마치 수상키라도 타듯 물살을 가르면서 발 앞으로 미끄러져 왔다.
낚싯줄을 잡고 붕어를 물에서 건져 올렸다.
이번에도 수룡지의 고만고만한 붕어 씨알 8치 급이다.
논둑 앞 저수지 가장자리 수초대에서 밤새 물고기들의 첨벙거리고 있다.
첨벙거리는 물소리가 제법 큰 것으로 봐서 아마도 잉어들이 산란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멀리서 개구리 울음소리도 줄기차게 들려온다.
가끔은 뻐꾸기의 힘찬 울음소리에 야심한 밤 정적이 깨뜨려지고 있다.
휴대폰을 꺼내 폴더를 열었다.
밤 11시 10분 전이다.
내일 운전을 위해서 조그만 낚시를 더하다 두어 시간은 눈을 붙일 참이다.
휴대폰에는 모닝콜 시각을 2시 30분으로 설정해 두었다.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왼쪽에서 세 번째 2.9칸 낚싯대에 찌가 빠르게 솟아오르더니 가라앉고 있다.
타이밍을 놓쳐 혹시나 하고 챔질을 해 보았지만 역시나 결과는 허당이다.
낚시 바늘에 떡밥을 달아 2.9칸 낚싯대의 채비를 제 자리에 던져 넣었다.
찌가 빠르게 솟아올라 온 것으로 미루어 붕어의 입질은 아닐 듯싶다.
야심한 밤이라 블루길이 달라 들었을 가능성도 낮다.
그렇다면 어떤 물고기가 입질을 하고 내뺀 것인지 정체가 궁금해졌다.
밤 11시가 되었다.
아무래도 내일 운전할 일이 걱정이다.
이제는 낚싯대를 거두어 두고 잠시 눈을 붙이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오른쪽 첫 번째에 놓인 2.7칸 낚싯대로 눈길이 향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다른 낚싯대는 그래도 한두 번 입질을 본 것 같은데 오른쪽 첫번째 낚싯대에서만 유독 한 번도 입질을 보지 못한 것이 아닌가?
낚시를 오후 세 시부터 했으니 한두 시간도 아니고 장장 여덟 시간 동안이나 낚시를 했는데 입질이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정녕 한 번도 입질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입질이 있었는데 내가 놓친 것일까?
2.7칸 낚싯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이런 저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갔다.
한동안 입질이 끊기니 피곤이 졸음까지 몰고 온 듯하다.
심호흡을 하면서 졸음을 쫓아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이제부터는 휴식을 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아 아닐까 싶다.
오늘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안부 전화를 하려고 조끼 윗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휴대폰 폴더를 열어 ‘통화’ 버튼을 길게 눌렀다.
내 휴대폰에서 아내의 휴대폰으로 가는 신호음 소리가 들렸다.
아내가 전화를 받았다.
아내에게 오늘 조황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좌대 안에 들어가 잠을 잘 생각이니 내 걱정을 하지 말고 당신도 잘 자라고 했다.
통화를 끝내고 휴대폰을 다시 조끼 윗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낚싯대를 접으려고 하는데 오른쪽 첫 번째 2.7칸 낚싯대에 찌가 서서히 솟아오르고 있다.
너무 뜻밖이라 웬일일까 싶었다.
너무 졸려서 꿈이 아닌가도 싶었다.
졸리는 내 눈이 헛것을 보고 있지 않나 싶어 손등으로 눈까지 비벼댔다.
그래도 찌는 올라가고 있었다.
찌가 몸통까지 올라와 이제 옆으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현상이 사실 그대로였던 것이다.
얼굴에 찬물이라도 한 바가지 뒤집어 쓴 것처럼 정신이 바짝 들었다.
낚싯대를 들어 힘차게 챔질 했다.
붕어가 깊은 물속에서 격렬하게 저항했다.
낚싯대에서 윙윙 소리가 들리고 있다.
낚싯대를 바짝 추켜들고 붕어를 수면위로 띄워 올려 오른쪽으로 유도했다.
수면위로 떠오른 붕어가 내 얼굴을 보더니 놀랐다 보다.
다시 한 번 물속으로 얼굴을 처박고 달아났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낚싯대를 더 하늘 높이 쳐들었다.
낚싯대가 더욱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크게 휘어졌다.
붕어가 낚싯대의 탄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수면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항복이라도 한 듯 배를 드러내며 수면위에 드러누워 있다.
씨알이 제법 커 보였다.
뜰채로 붕어를 물에서 떠냈다.
붕어를 바늘에서 떼어 내고 크기를 가늠해 보았다.
붕어가 9치는 너끈해도 아쉽지만 월척은 아닐 듯하다.
뼘으로 아무리 재어 봐도 28센티미터 정도 밖에 안 될 듯싶다.
밤이 깊어가면서 붕어의 씨알이 많이 굵어졌다.
밤새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월척 한두 수는 꼭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슬며시 낚시에 대한 의욕이 살아나고 이대로 잠을 자기에는 미련이 남을 것 같았다.
낚시를 한 시간 더 연장해 자정까지 해보기로 마음을 다 잡았다.
하지만 수많은 경험에 비추어 생각처럼 낚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늘 실제 현실에 처한 상황 보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기대가 더 큰 법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앞으로는 붕어의 입질을 한 번도 보지 못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차라리 낚싯대를 접어두고 잠이라도 한숨 자 두는 것이 더 현명한 결정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낚싯대를 접어두고 잠을 자게 되면
또 다시 낚싯대를 잡고 있다.
미련한 짓일지 모른다.
하지만 후회할 짓은 아니다.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낚시를 했기 때문이다.
낚싯대마다 떡밥을 새로 달아 채비를 다시 제자리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다시 나는 기다림과 침묵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바람이 죽은 것처럼 잠들어 있다.
찌들은 수면에 박힌 말뚝처럼 꼿꼿이 서 있다.
어둠속에 묻힌 사물들도 숨을 죽인 것처럼 꼼작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케미라이트 불빛은 가만히 숨죽이고 의자에 앉아있던 나의 심장이 뛰는 것처럼 깜박거리고 있다.
10분, 20분, 30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11시 30분이 되었다.
아무런 조과를 보지 못했다.
잠이나 잘 것이지 괜한 욕심만 부렸나 보다.
지금까지 씨알 좋은 붕어로 다섯 수면 만족할 수도 있는 조과이다.
그러나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붕어 입질을 기다린 것이 허사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붕어가 곧 입질을 해줄 것만 같은 그런 착각에 나는 다시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오른쪽 첫 번째 2.7칸 낚싯대에 찌가 살며시 올라오고 있다.
솔직히 별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낚싯대에서 입질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과연 야심한 밤까지 오랜 기다림에 대한 보상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심장이 뛰기 시작하면서 가슴이 콩당콩당 거렸다.
때를 맞춰 챔질을 하며 낚시대를 들어올렸다.
우우욱!
낚싯대가 휘어지며 신음소리를 내는 것 같다.
핑핑핑!
붕어가 쿡쿡 처박고 들어갈 때마다 낚싯줄이 우는 것 같다.
한참 힘겨루기를 하다 붕어가 끌려나왔다.
강렬하게 버티는 힘만으로 봐서는 만만치 않은 씨알임이 분명하다.
뜰채로 건져낼까 생각했지만 조금 전 걸어낸 씨알처럼 고만고만한 놈이다.
한 손으로 줄을 잡고 붕어를 좌대위로 사뿐히 들어올렸다.
붕어가 뒤늦게 바늘털이를 한 번 해보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붕어가 바늘에서 떨어졌지만 좌대 바닥에서 파닥거리고 있을 뿐이다.
손으로 붕어를 조심스럽게 잡아 뼘으로 크기를 재어보니 9치는 모자랄 듯싶다.
자정이 가까워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너무 졸려 생고생을 했다.
그런데 아제 졸음은 어디로 달아난 것일까?
막상 잠을 자려고 드니 금방 잠이 들지 않을 듯싶다.
어쩌면 좋단 말인가?
세상일이 다 이런 것인가.
졸리지 않지만 억지로라도 잠을 자야할 판이다.
낚싯대를 모두 걷어 들여 받침대 위에 거치해 놓았다.
텐트 앞가리개를 닫고 의자를 펼쳐 드러누웠다.
그런데 오히려 정신만 말뚱말뚱 해지는 것이 아닌가?
한참 몸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다 잠이 들었던 것 같다.
Ⅲ. 새벽, 희망불 지피기
얼마나 잠이 들었던 것일까?
몸에 한기가 느껴져 잠에서 깨어났다.
낚시조끼 윗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두 시가 되어가고 있다.
생각보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다.
아마도 낚시 욕심 때문에 숙면을 하지 못한 듯하다.
휴대폰에 새벽 2시 30분으로 설정된 모닝콜도 해제 시켜 놓았다.
배에 허기가 느껴졌다.
아이스박스에서 우유 한 팩을 꺼내 마셨다.
그리고 다시 새벽 낚시를 시작했다.
오른쪽 짧은 낚싯대에서부터 외쪽 긴 낚싯대로 차례차례 떡밥을 달아 채비를 던져 넣었다.
새벽 두 시가 넘었다.
공기가 차갑긴 하지만 추위서 고통 받을 정도는 아니다.
바람이 불지 않아 체감온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그릇에 깨끗한 물을 다시 떴다.
물그릇에서 손에 묻은 떡밥을 손을 씻어냈다.
그리고 손에 묻은 물기는 수건으로 닫아냈다.
물이 미지근해서 따뜻하게 느껴졌다.
수온이 그리 차갑지 않으니 붕어들의 움직임도 활발할 것이다.
깊은 수심에서 수초가 자라나고 있어 붕어들이 은신하기에도 좋다.
중천에 떴던 상현달도 서산으로 넘어갔다.
붕어들이 경계심을 가질만한 불빛도 소음도 없다.
은근히 새벽 낚시에 대한 기대가 높아만 갔다.
어제 밤보다 하늘에 구름이 더 많이 끼어있다.
더욱 더 어둠이 짙어졌다.
구름들 사이사이로 반짝거리는 별들의 숫자가 늘어난 듯하다.
오른쪽 두 번째 2.7칸 낚싯대에 찌가 살며시 한두 마디 올라왔다 다시 내려가도 만다.
그리고 잠시 후 찌가 물속으로 슬며시 빨려 들어가는 듯하더니 왼쪽 방향으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챔질을 해야 할 듯하다.
잘못해서 옆 낚싯대에 줄이라도 걸고 휘젖고 다녀버리면 줄만 꼬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챔질에 들어갔다.
붕어가 용을 쓰고 버틴다.
낚싯대를 머리위로 치켜들었다.
붕어가 큰 저항 없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리 크지 않은 씨알이라 나도 몰래 방심을 한 탓일까?
낚싯줄을 느슨하게 늦추어 주는 순간을 붕어가 놓치지 않고 바늘털이를 하면서 옆으로 째기 시작한다.
붕어가 옆에 놓인 낚싯대의 줄을 감지나 않을까 당황스럽다.
낚싯대를 다시 곧추 세우며 봉어와 다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왼쪽으로 급하게 달아나던 붕어의 머리 방향을 내 앞쪽으로 돌려서 끌어냈다.
손바닥에 붕어를 올려놓으니 꼬리가 3센티미터 가량 손아귀를 벗어났다.
고작 7치밖에 안 되는 붕어였던 것이다.
새벽 첫 번째에 걸려든 붕어 씨알치곤 너무 잘지 않은가.
통상 이 시간대에 걸려든 붕어의 씨알이 확률적으로 가장 크기 마련인데 오히려 가장 잔씨알이 걸려들었으니 이 어찌된 영문이란 말인가.
첫수에 대한 실망은 새벽낚시에 대한 적지 않은 걱정으로 이어졌다.
또 다시 정적을 깨뜨리는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저 놈의 뻐꾸기는 밤새 잠도 안자나 보다.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도 또 다시 힘차게 반복해서 울어댄다.
개구리는 저녁 내내 개굴개굴 그칠 줄 모르고 징그럽게도 울어댄다.
이번에는 왼쪽에서 세 번째 2.9칸 낚싯대에 찌가 한두 마디 살며시 올라오더니 다시 가라앉고 만다.
낚싯대에 가볍게 손은 올려놓고 찌가 다시 솟아오르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찌는 한참 동안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낚싯대에서 손을 거두어들이려는 찰나에 찌가 다시 한두 마디 솟아오르더니 멈칫 서고 만다.
챔질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잠시 후 이번에는 찌가 슬슬슬 왼쪽 옆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면 옆 3.2칸 낚싯대의 줄과 걸릴 듯하다.
곧바로 챔질을 하자 낚싯대가 묵직한 느낌이다.
붕어가 옆 낚싯대의 줄을 감지 못하게 하려고 낚싯대를 오른쪽 방향으로 들면서 힘있게 제압에 들어갔다.
붕어가 물 밖으로 순순히 끌려나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오른편으로 줄행랑을 친다.
오른편으로 달아나던 붕어가 결국은 반대쪽 2.9칸 낚싯대의 줄을 걸어 사고를 치고 만다.
오른쪽 2.9칸 낚싯대를 앞쪽으로 당겨 놓고 낚싯대를 위로 힘껏 치켜들었다.
붕어가 옆 낚싯대의 줄과 얽힌 채로 공중으로 떠올랐다.
붕어를 낚시 바늘에서 떼어내고 얽힌 줄도 어렵지 않게 풀어냈다.
이럴 때는 붕어의 씨알이 8치급으로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붕어의 씨알이 좋았더라면 떨굴 확률도 높거니와 붕어를 제압하지 못해서 채비마저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붕어의 씨알에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9칸 낚싯대 두 대에 떡밥을 달아 채비를 던져 넣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폴더를 열어보니 시간은 2시 22분이다.
한바탕 붕어가 철퍼덕거리며 소란을 피우고 나서 또 다시 나는 고요한 기다림 속으로 빠져 들었다.
밤새 멀리서 들려오던 개구리 울음소리에 적응이라도 된 것일까?
개구리 울음소리를 의식적으로 들으려 하지 않았으니 개구리 울음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내 귀에도 들어오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순간 나 역시 내가 낚시에 빠져든 사실도 잊고 무아지경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지난 밤 마지막으로 붕어를 걸어냈던 우측 첫 번째 2.7칸 낚싯대의 찌 움직임이 수상하다.
찌가 한 번 두 번 세 번 꿈틀거리다 잠시 소강상태로 가만히 서 있다.
붕어의 조심스러운 탐색이 끝난 것일까?
잠시 후 찌가 점잖게 올라가고 있다.
찌가 첫 한두 마디는 찌톱이 천천히 솟아오르는가 싶더니 이후부터는 가속을 붙였는지 주저 없이 쭈우욱 몸통까지 솟구쳐 올라왔다.
몸통을 드러낸 찌는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며 이내 쓰러질 듯 했다.
조마조마 긴장해서 챔질 타이밍을 노린 던 나 역시 마음속으로 찌를 쭈우욱 밀어 올리고 있었다.
찌의 몸통이 수면 위로 올라와 휘청거릴 즈음에 맞춰 챔질을 했다.
낚싯대가 갑자기 힘을 받으니 견디기 힘든 모양이다.
우우욱하면서 마치 신음소리라도 내는 듯하다.
붕어가 발악을 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붕어가 물속으로 쿡쿡 처박고 들어가면서 낚시 바늘에서 벗어나려 안간 힘을 쓰고 있다.
그럴 때마다 가는 낚싯줄에서 핑핑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사활을 건 붕어와 낚시꾼의 한 판 승부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과연 붕어와 낚시꾼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는 곧 판가름 날 것이다.
붕어가 깊은 수심에서 힘을 쓰는 것만으로는 천하장사다.
새벽에 세 번째로 나와 맞닥뜨린 이번 봉어가 가장 준수한 씨알일 듯하다.
두 손으로 낚싯대를 머리위로 힘껏 치켜 올려 수면으로 떠오른 붕어를 발 앞으로 끌어당겼다.
한 손으로 낚싯대를 머리 뒤로 젖히면서 다른 한손으로는 옆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뜰채를 잡았다.
수면 위로 미끄러져 발 앞에까지 끌려온 붕어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입을 껌벅거리고 있다.
뜰채를 대려는 순간 붕어가 뜰채를 보고 놀라서 다시 물속으로 머리를 처박고 달아나려 한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면서 낚싯대를 한껏 더 머리위로 치켜들었다.
뜰채를 물속에 담군 채 기다리고 있다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붕어를 낚아채다 시피 물 밖으로 떠냈다.
뜰채에 갇힌 붕어가 몸부림을 쳐 보지만 더 이상 소용이 없다.
이것으로 낚시꾼과 붕어의 한판 승부는 끝이 난 것이다.
붕어 입에서 낚시 바늘을 꺼내고 뜰채 안에서 붕어의 크기를 가늠해 보았다.
아깝다.
역시나 이번 붕어도 월척은 아니다.
붕어의 길이가 지름이 30센티미터 인 뜰채의 프레임에 조금 미치지 못하고 있다.
1센티미터만 더 길어도 월척이 될 놈인데........
아쉽기는 아쉽다.
하지만 한동안 월척이 아닐까 나를 기대에 부풀게 만들었던 고마운 붕어가 아닌가.
붕어를 두 손으로 쥐고 조심스럽게 살림망 안으로 집어넣었다.
낚시 바늘에 떡밥을 새로 달아 채비를 던져 넣었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였다.
2시 50분이다.
지금까지 한 마리를 추가하는데 평균적으로 약 30분이 걸렸다.
이삼십 여분 간격으로 한 번씩 봉어의 입질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대로 아침 여덟시까지 낚시를 한다면 앞으로 열 수 정도는 붕어를 더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 인생살이가 어디 생각대로 그렇게 흘러만 가던가?
물안개가 수면 위로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물 위로 피어오른 안개는 낮게 층을 이루며 하늘로 올라가지 않고 머뭇거리고 있다.
새벽 찬공기의 무게에 눌린 탓일까?
물을 떠나는 이별에 대한 아쉬움으로 무거워진 마음 탓일까?
물안개는 땅과 수면 위로 솜처럼 하얀 이불을 덮어주듯 포근하게 감싸 안으며 떠날 줄 모른다.
나지막한 산의 몸통은 솜이불로 감싸 안은 듯 가려져 있지만 꼭대기는 이불 밖으로 살포시 얼굴을 내민 듯 솟아있다.
새벽 적막한 저수지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낚시가 아니라면 순간순간 변화무쌍한 이 자연의 신비함을 어떻게 느껴볼 수 있겠는가?
낚시도 잊은 채 한동안 넋을 잃고 물안개가 만들어 가는 장관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Ⅳ. 아침을 맞으며
또 시간은 흘러 네 시를 넘어섰다.
어슴프레하게 동쪽 하늘이 밝아오면서 어둠이 엷어져 가는 듯하다.
어렴풋이나마 형체를 알아볼 수 있었던 찌가 시야에서 서서히 사라져 간다.
2.7칸 짧은 낚싯대에 찌도 사라져 버린 듯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일이십 분은 찌를 바라보아도 눈에 잘 띄지 않을 듯하다.
밤새 쌀쌀한 기운이 몸을 감싸고돌아 그런지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드는 것 같다.
케미라이트 불빛이 물안개에 갇혀 찌가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린다.
붕어의 입질에 설령 찌가 솟아올라도 식별하기 어려울 듯하다.
차라리 이럴 때는 낚싯대를 잠시 접어두고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이라도 흠뻑 즐겼으면 좋으련만.....
꾼으로서 낚시에 대한 욕심으로 작은 마음 하나 비우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 혹시나 찌가 움직이지나 않을까 싶어 몸을 숙여 찌를 보려고 애를 써 본다.
자리에서 일어 선채로 찌를 보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이리해도 저리해도 어렴풋하게만 보이는 찌를 보려 안절부절이다.
어찌 생각하면 나의 이런 행태가 정말 부질없는 짓일 것이다.
아무리 신경을 곤두세우고 찌를 보려 해도 물안개에 가려진 찌를 볼 수가 없는 것은 결국 인간으로서 한계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찌를 아무리 용을 쓴다 해도 보일 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아침이 어슴프레하게 밝아오면서 동쪽 하늘에 푸른빛이 감돌고 있다.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는 지금은 마치 혼돈의 순간처럼 느껴진다.
찌는 보일락 말락 속 시원하게 정체를 쉬 드러내 놓지 않고 있다.
그 찌를 바라보고 있는 나의 마음은 오락가락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안개가 수면을 덮고 있는 한동안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하다.
나는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만물들에게서 아무런 움직임도 느낄 수 없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좌대 앞 저수지 가장자리 수초에서 물고기가 튀어 올라 첨벙거린다.
하나 둘 무언가가 정적을 깨뜨리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잠시 후 오른 편에서 들려오는 철퍼덕거리는 물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길이 돌아갔다.
저수지 가장자리 수초 속에서 빠져 나온 오리 두 마리가 나란히 물살을 가르며 유유히 헤엄쳐 가고 있다.
그리고 오리가 아침 먹잇감을 찾아 나선 모양이다.
저수지 가장자리에 길게 자란 부들 수초 옆을 오리 두 마리가 헤엄쳐 지나가다 서로 번갈아가며 분주하게 자맥질하고 있다.
5시가 지나면서 수면은 점차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고개를 뒤로 돌려 동쪽 하늘을 바라보니 푸르던 하늘이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다.
이제 머지않아 산 너머에 태양이 불끈 솟아오를 것이다.
붉은 햇빛에 짙은 어둠과 안개가 밀려나면서 아침이 밝아오는 듯하다.
내 주변에 모든 사물들이 서서히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
흐물흐물 거리며 눈에 잘 띄지 않던 찌도 이제는 선명한 모습으로 수면위에 서있다.
분위기 상으로는 금방이라도 찌가 솟아 올라올 법도 한데.....
야속하게도 찌만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펼쳐 놓은 여섯 대의 낚싯대를 하나하나 거두어 들여 모두 떡밥을 새로 달아 채비를 던져 넣었다.
한동안 다시 정적에 휩싸여 있는가 싶더니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유리판처럼 잔잔하던 수면이 일렁거리는가 싶더니 종종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너울거리는 물결이 일고 있다.
찌는 너울거리는 물결을 타고 마치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는 듯하다.
잠시 한눈을 팔다 찌를 다시 바라보면 순간적으로 찌가 솟아오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물결이 너무 너울거리니 6개의 찌 움직임을 한눈에 간파하기가 버겁다.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돌려가며 찌를 세 개씩 반으로 나누어 주시한다.
바람에 물결이 심하게 너울거렸다.
한동안 찌에 시선을 집중했더니 현기증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시선을 좀 먼 쪽으로 돌렸다.
산자락 마늘밭 뒤편으로 넓게 펼쳐진 대밭에 대나무들이 바람결에 장단을 맞추어 허리를 굽혔다 폈다하는 것이 마치 춤이라도 추는 것처럼 보인다.
종합운동장에서 매스게임을 펼치는 것처럼 대나무들의 움직임이 일사불란하다.
시선이 대밭으로 쏠리자 여기도 물결이 너울거리는 것 같아 현기증이 가라앉지는 않을 듯하다.
나는 저수지 앞에 수초 너머에 있는 펼쳐져 있는 마늘밭 양파밭으로 시선을 얼른 돌렸다.
이제 아침은 완전히 밝아졌고 주변에 모든 사물들이 뚜렷하게 한눈에 들어와 낚시 하는데 큰 불편은 사라졌다.
하지만 오늘은 어찌된 일일까?
바람이 불어 산만해진 분위기 탓에 한동안 낚시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렇다 해도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러 어느새 시간은 5시 40분을 넘어서고 있지 않은가?
새벽부터 두 시간 가량 입질 한 번 없이 감감 무소식이라니......
오늘 아침에는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기대에 가득 차 아침 조황을 잔뜩 노리고 잔뜩 찌를 째려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조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이러다 아침에는 몰황을 당하고 낚시가방 싸들고 쓸쓸히 철수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조바심이 들었다.
여섯 시가 되자 한동안 세차게 불어대던 바람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맨 우측 2.7칸 낚싯대의 찌가 천천히 올라오고 있다.
얼마 만에 다시 맛보는 오늘 아침 첫 입질인가?
너무나 점잖은 찌 올림에 얼마나 큰 놈일지 잔뜩 궁금증이 더해졌다.
내 가슴은 심장이 뛰기 시작하면서 한껏 부풀어 오르듯 흥분되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손으로 슬며시 낚싯대를 붙잡았다.
몸통까지 드러난 찌가 옆으로 쓰러지려는 찰나에 손목을 꺾는 스냅을 이용하여 낚싯대 끝을 가볍게 위로 치켜들어 올리며 챔질을 하였다.
붕어를 제대로 걸은 듯 낚싯대에 제법 묵직한 손맛이 느껴진다.
깊은 물속에서 버티는 놈의 저항이 만만치 않지만 쉽게 제압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놈은 아닐 듯싶다.
낚싯대를 머리 위로 한껏 치켜세우자 봉어가 이내 수면 위로 하얀 배를 드러내며 발 앞으로 끌려오고 만다.
붕어 크기는 나의 손바닥을 조금 벗어났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분명 여섯 치는 넘겠지만 일곱 치는 조금 모자랄 듯 보였다.
조금은 성에 차지 않는 실망스런 씨알이다.
하지만 아침 첫 붕어의 입질에 다시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는 듯 했다.
이제는 바람도 많이 수그러들어 낚시를 하기에도 한결 수월해졌다.
2.7칸 낚싯대에 떡밥을 달아 채비를 다시 제자리로 던져 넣었다.
나는 얼마 전에 제법 돈을 들여 제법 좋다는 3.2칸 낚싯대 두 대를 새로 장만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산 낚싯대를 가장 왼편에 펼쳐놓았는데 낚싯대 값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낚싯대가 좋다 해서 붕어들이 더 많이 입질을 해주는 것을 아니다.
하지만 좋은 낚싯대 일수록 낚시가 좀 편하고 손맛도 잘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욕심 같아서는 붕어들이 온통 새로 산 낚싯대로만 입질을 해줬으면 좋으련만....
붕어들이 마치 이런 나를 조롱이라도 하는 것일까?
새로 산 낚싯대만 피해서 입질을 해대는 것만 같다.
열 번째 마릿수를 채운 지도 한 20분 정도 흐른 듯하다.
좌측 세 번째 2.9칸 낚싯대의 찌 움직임이 아무래도 수상하다.
한두 번 찌가 꼼지락 거리더니 다시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닌가?
Ⅴ. 내일을 기약하며
낚싯대에 가만히 손을 얹고 찌가 솟아오르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10초 20초가 지나도 찌는 움직임이 없다.
낚싯대에서 슬며시 손을 내려놓으려 하는데 찌가 다시 미세하게 꿈틀 거린다.
붕어는 마치 내가 하는 행동을 물속에서 쳐다보고 놀리는 것 같다.
삼사 초 뜸을 들이며 애간장을 태우던 찌가 마침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찌는 한 마디 두 마디....... 서서히 오르는가 싶더니 쭈-우욱 거침없이 솟구쳐 오른다.
가볍게 들어간 챔질에 낚싯대가 휘어지며 묵직한 손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10여분 간격으로 연거푸 붕어 입질이 들어왔다.
씨알은 점점 잘아지듯 일곱 치 아니면 여덟 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여덟 시가 지나면서 햇볕도 따가워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낚시 욕심을 버리고 낚싯대를 서둘러 접었다.
더 피곤함이 밀려오기 전에 태안에서 빨리 출발해야 겠다는 생각뿐이다.
고속도로에 차가 밀리기 전에 서울 톨게이트를 오전 중에 여유있게 빠져 나가려면 9시 무렵에는 서둘러 길을 나서는 것이 상책이 아니겠는가?
지난 주말 낚시는 세 마리로 너무나 부진한 조황이었다.
지난 주와 견주어보면 이번 주는 열네 수나 얼굴을 봤으니 조황이 좋다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일기도 좋은 데다 수온까지 안정되어 내심 기대치는 높아져 있었다.
그 때문에 이번 낚시는 만족할 수 없는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그리고 다음 낚시에 더 나은 조황을 기대하며 열심히 차를 몰아 서울 집을 향해 달려간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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