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잉어를 꼽자면 저는 숭어라고 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딸아이 12번째
생일인데 12년전 이맘때 처가에서 숭어낚시했던 일이 생각이나서 몇자
적어봅니다. 저는 그 당시 수백만년전 숭어가 민물로 올라가서 잉어가 되었고
돔이 붕어가 되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숭어에 맛이 오르는데 처가동네 사람들이 낚시대 하나씩 들고 들물때 맞춰
선착장으로 나옵니다. 만조가 되면 바닷물이 정지하는 시간이 30분 정도
됩니다. 그때는 누구나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숭어가 미친듯이 입질을 합니다.
물론 참숭어인데 그 때는 숭어는 다 그렇게 생기고 맛도 같은 줄 알았는데
바위가 많은 지역에는 개숭어라는 놈도 있더군요. 생긴 것도 참숭어에 못미치지만
맛또한 참숭어만 못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른 봄까지 숭어 회맛이 좋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그맛도 떨어지더군요.
처음이자 마지막 숭어 대박은 집사람이 만삭일때 경험했는데 그날은 우연히
바닷가를 집사람과 산책하다가 동네 사람들이 원투채비로 숭어를 낚고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가 없는 것은 당연,
저도 그당시 바다낚시라면 일가견이 있어서 5분안에 바로 낚시에 돌입할
준비가 항상 갖춰진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낚시를 시작했으나
숭어는 어쩌다 올라오고 주로 불청객인 망둥이가 올라왔습니다. 그때
망둥이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서해안에도
명태가 올라오는 줄 알고 무척 놀랬습니다. 같은 크기면 손맛은 숭어가
좋았습니다. 망둥이 입질은 약간 장어입질과 비슷해서 간혹 사람들을
놀래키곤 했습니다. 그 시기도 풍천장어가 그곳을 지나가는 시기이므로
바위가 많고 물살이 있는 곳에서 장어낚시를 하는 도중에 대형 망둥이가
낚시꾼을 긴장하게 만드는 일이 종종 있을 정도였습니다.
저도 풍천장어낚시를 몇번 간 적이 있었는데 바위많고 가파른 곳이 주로
포인트여서 위험한 낚시 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바닷물과 민물이 합쳐지는 곳인데
그런 곳엔 망둥이도 많습니다. 대부분 어망에 장어 대신 망둥이를 채워오는 것이
다반사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밀물은 계속되고 수위도 점점 올라갔습니다. 그러다가 만조에 가까와지자
밀물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숭어가 잡히기 시작했는데 주로 숭어, 간혹 망둥어
비율로 올라왔습니다. 그러다가 만조무렵이 되자 숭어만 올라왔는데
봉돌이 땅에 닿았다가 살짝 들어주면 즉각 입질이 오는데 톡톡치는 식으로
시작하다가 물고 늘어지는게 잉어입질과 비슷했습니다. 그때부터
집사람과 저는 무우를 뽑듯이 물속에서 숭어를 쉴 틈도 없이 잡아냈는데
아마 멀리서 보면 무우뽑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그때 해봤습니다.
썰물이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숭어 입질이 딱 끊기더군요. 그때 어망 두개를
물속에 담갔는데 집에 가려고 어망을 들자 둘다 어망에 목까지 꽉
찾습니다. 어망이 터져 나갈까봐 망둥이는 다 살려줘야 했습니다.
그날 많은 처가 식구들이 숭어구이로 저녁을 해결하고 후식으로 매운탕도
먹었습니다. 장모님과 제가 둘이 숭어를 손질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무도 도와주질 않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먹는데 열정적일 수록 그런
일을 더 안하려 하더군요. 저는 손질하다 질려서 사실 별로 먹질 못했습니다.
먹는데 열을 올리는 선수 이야기가 나와서 한가지 일화가 생각납니다.
한번은 회사에서 방파제에 여러명이 농어낚시 가기로 했는데 한 선수가 회는 자기가
뜰테니 같이 가고싶다 하더군요. 별 생각없이 끼워줬습니다. 식칼 하나와 골똥품 같은
도마를 하나 가져왔더군요. 낚시는 시작되고 낚시하는 사람들은 낚시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잡은 고기는 전부 그친구에게 가게 됬습니다. 나중에 미끼가 떨어져 낚시를
접고 보니 농어 대가리만 굴러다니더군요. 그친구는 이미 술에 얼굴이 벌겋고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있더군요. 하는 수없이 미끼를 또 사러가야했고 한친구가 그 식칼을 잡고
낚시를 해야했습니다.
알림
조행의추억
;){kind=sm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