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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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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동쪽 해상.
보목동 앞바다에 정말 끝내주는 낚시터가 있다.
숲섬!
연중 어종을 바꿔가며 낚시꾼을 불러들이는 환상의 낚시터.
그곳에서 단 한번 보았던 장면이 아직도 강렬하게 기억된다.
12월 말경으로 기억되는 그날의기억이........
새벽 05시.
아직도 하늘엔 어둠이 짙은 시간.
지난밤 늦게 까지 사부의 릴 수리에 매달리느라 늦잠을 자는 바람에
출발시간에 늦은 나는 부랴부랴 뛰어나가서 사부일행을 따라잡느라 혼줄이
났고,일행들이 벌써 출발 하고 없는 상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마침 낯익은 얼굴의 선주가 입항하다가 그런 내모습을 보고는, 사부일행을
숲섬에 내려 주었다며 빨리 배에 오르라며 부른다.
일단 한시름 놓은 나는 장비들을 챙겨서 배에 올랐고 뒤따라 승선한 꾼들로
정원을 채운배는 이내 항구를 빠져나가 숲섬으로 속력을 올렸다.
문섬보다는 조황이 좋은곳이지만 거리가 훨씬 멀다보니 뱃삯도 비싸서
당시 수입이 저조했던 내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이었던곳이다.
섬의 접안 장소에 도착하여 서둘러 내린 내게 선주가 일행들의 위치를 일러
주어서 곧장 그쪽으로 향해 뛰기 시작했다.
어차피 늦은거 될데로 되라 할수도 있겠지만, 사부님이 한!~성미!! 하시는 분이라
처벌의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게 장수에
도움이 되겠기에, 어둡고 미끄러운 갯바위를 부지런히 뛰어서 같이 내린
꾼들을 저~만치 때어두고 도착한 자리.
일행들은 약 백여명의 꾼들과 뒤섞여 있었다.
섬의 남쪽 사면에 완만하게 곡선을 그리며 패여진 자리에 1~2m 거리를 두고
늘어선 꾼들의 군집...... 속에서 겨우 일행을 찾아 끼어드니, 별 잔소리도
않고 채비부터 하라신다.
음~~ 기억 나지않는 어젯밤 꿈이 용꿈이였던가?
(뒷통수 한대쯤은 각오 하고 있었는데,,,ㅎㅎㅎ)
잠시 헛생각을 하다가 불호령 떨어지기전에 서둘러 채비를 만들었다.
채비를 다 완성한후 밑밥을 뿌리려는 내게 사부가 손짓으로 만류를 하신다.
"잉????? 왜요??? 낚시 안해요????"
평소 같으면 몇번의 투척과 한~두마리쯤 손맛을 보고 있을 시간인데,
일행들은 이상하게도 낚시 준비만 해두고 대기하고 있는 것이였다.
의아해 하는 내게 사부가 한쪽을 가르키며 "저쪽에서 신호가 오면 그때부터
시작이야." 하신다.
그말에 섬의 동쪽을 보니, 한 육십대는 되어보이는 어른이 꾼들과 5m 가량
떨어져 앉아서 동쪽 하늘을 보라보고 계셨다.
"저 어른이 신호 하신다는 겁니까?"
이해할수 없는 상황에 사부에게 묻자 사부 왈.
"저 어른이 숲섬 터줏대감이여. 저어른 신호 없이 낚시 담그면 촌놈소리 들어" 하신다.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사부님 설명도 있었고, 다른 꾼들도 낚시대를 새워
들고는 대기 하고 있었기에,뭔가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겠지.하며 의문을
일단은 접어 두기로 했다.
동쪽 하늘이 어슴프레 밝아올 무렵,
그 영감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꾼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야~~아~~, 괴기들 오랐져~ 뿡기들 뿌리라~."
(야~아~, 고기들 들어왔다, 밑밥들 뿌려라)
백여명이 늘어서서 일제히 밑밥을 뿌리는데, 수면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고,
이어 영감님의 지시대로 채비들이 날아갔다.
동쪽끝의 영감님 부터 시작된 밑밥 투입과 채비 투척 장면은 잘 짜여진
도미노 게임을 연상하게 했다.
낚시인파의 동쪽 끝자리앞부터 뿌였게 물색이 변해가고, 차례로 휘둘러지는 낚시대들의
움직임이란......
해안가에서 일정 간격을 두고, 점점이 늘어가는 붉은 찌들의 물결 또한......
뭔지 모를 전율같은게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꾼들의 채비가 수면에 연이어 떨어지고 다시한번 영감님의 신호에 따라
밑밥이 투척되고나서 잠시후......
연신 동쪽끝자리의 영감님 모습을 훔쳐보는 내눈에 크게 휘어지는 그분의
낚시대가 보였고, 뒤를이어 동쪽에서 부터 차래로 대들이 휘기 시작했다.
"@@ㅋ,,,어~어~....."
놀란 내가 사부에게 뭐라고 말을 건내려는 순간 내대에도 우당탕~ 쿠~~욱
하는 충격이 실렸다.
이해가 않되는 상황은 그런대로 미뤄두고, 일단은 낚시에 집중하자는 생각에
정신을 차린 난 대형 부시리와의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여기 저기서 대 부러지는 소리가 총소리 마냥 크게 울리고, 더러는 고기를 끌어 올렸는지
내 고기다,니 고기다. 다투는 소리가 시끄럽다.
그럴수 밖에 없는게 다닥다닥 붙어서서 낚시를 했으니 줄이 엉클어지는건
당연한 현상이고 거기에 대상어마저도 힘좋기로 유명한 부시리 였으니
고기 한마리에 적어도 열개 이상의 채비가 엉쿼 있었다.
힘겹게 버티다 겨우 끌어 올린 내고기에도 전신에 열네개의 바늘들이 박혀
있었고, 어려뵈는 내가 만만했는지 줄 끊고 비켜 서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그들에게 "합사목줄 쓰신분 있읍니까?" 하고 물으니 합사줄이 뭔지도 모르는
표정 이길래 부시리 입가를 가르키며 얇디 얇은 2호 다이니마 합사줄을
확인 시키고는 의기 양양하게 고기를 들고 내자리로 돌아왔다.
고기의 전신에 박혀있는 바늘이며 채비는 내맘대로 끊어 버리고....^^*
(언제 그많은 줄들을 풀고 있겠어요. 다들 그렇게 고기 주인만 확인되면 모든 엉클어진 줄들을 끊어 버리기로 암묵적인 합의가 된 상태였죠)
일단 한번의 고기때가 지나고 나면 그후로는 꾼들이 자율적으로 낚시질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조류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기에 꾼들도 그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처음엔 자기 자리에서 채바를 흘리기 시작해서 천천히 채비의 흐름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며 입질을 기다린다.
그 사이 입질을 받으면 파이팅에 들어가고, 입질을 못 받은 이는 서쪽 한계에서
동쪽까지 이동하여 채비를 투척하는 하나의 싸이클이 이루어 진다.
그렇게 꾼들끼리 암묵적인 흐름이 생기고, 한사람이 입질을 받으면 앞뒤에서
세명씩은 채비를 거두어주는 협조 체계가 이루어진것도 그 어른의 영향 이었다.
몇해전 부터 낚시터에서 서로 다투는 젋은 꾼들을 달래고 야단도 치며,서로
돕고 양보 하면 조과도 좋아지고, 견적이 나와도 전보다는 덜하다고 설득을
하셨던 모양이다.
거기에 터줏대감 이라는 호칭이 무색하지않게 입질올 시간이며 수심대를
훤히 알고 계시니 낚시 좀 하노라 하는 전문꾼들도 그분 앞에선 잘난채
하지 못한 다는데 일반 낚시꾼들이 그분의 지시에 따를수 밖에......
M급으로 한마리를 확보한 나는 더이상 낚시대열에 끼지않고 꾼들의 낚시모습을
구경하기만 했다.
그동안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장면.
개성이 강한 낚시꾼들을 손짓 한번, 말 한마디로 이끌고 부리는 어르신.
백여명이 촘촘하게 붙어 움직이는데도 어떤 불협화음도 일지않는 낚시터.
한마디로 감동 이었다.
어느덧, 늦잠을 자던 겨울 태양이 못습을 완전히 드러내고 부시리 때도
깊은 바다로 물러 났는지 입질이 끊어졌다.
갯바위 곳곳엔 꾼들의 전리품과 박살나서 폐기해야할 낚시대들이 어수선 하고
서로 잠깐 사이에 벌어진 일들로 대화의 꽃이 피어 올랐다.
어느 회사 대를 썼는데 휨새가 어쩌구....
일산 릴이 힘이 좋아서 큰놈을 수월하게 뽑았느니....
오늘 대를 두대나 부러뜨려서 당분간 부시리 낚시를 못올거라며 엄살 등등...
그 어르신은 큰놈을 걸었는데 기력이 딸려 고전 하다가, 일찌감치 터트린
옆사람의 도움으로 겨우 한마리 올리셨다며 이젠 부시리 사냥은 그만 하신다고 한다.
사부님은 조력이 약한 릴을 쓰시다가 고기 떨구고, 릴 망가지고 ,거기에
대까지 부러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아. 있는데로 인상을 그리고 계셨다.
(불똥이나 안튈려는지,,,ㅠㅜ)
그날 이후,
다시 찾은 숲섬에서 그어른을 다시는 뵐수없었고, 카고"라는 물건이 나오면서
낚시터의 분위기도 전 같지않아 씁쓸한 기분을 맛보아야 했다.
그런 어른들이 후배 낚시꾼들 앞에 자주 나서서 진정한 낚시의 멋을 알려주셔야 할텐데....
낚시라는 취미가 단순히 물고기를 잡는 행위만이 아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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