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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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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만행을....
올해는 겨울의 긴 터널을 벗어나려는 봄이
다른 해에 비해 매우 더디게 옮겨가고 있다
이번 주 목요일까지 내내 비가 오다가
금요일쯤에 햇볕이 쨍쨍한 전년과 같은 봄날이
될 거라는 기상 케스터의 말에 그동안 움츠렸던 손이 근질거렸다
마침 겨울 내내 묵혀 뒀던 간절한 손맛을 풀어줄 요량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니
시조회다 뭐다 같이 가자고
목요일부터 전화기, 메모지, 쪽지가 날아 다닌다
그러나 갑작스런 현장의 호출에 계획했던 출조를 접어두고
항상 “ 일이 먼저 ”라는 인생에 암묵적인 구호아래
같이 가자고 약속했던 친구들과의 조행을 물리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일은 예상외로 쉽게 끝나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밤 6시
이 추운 3월 중순, 예당지에 언제 도착해서 밤낚시를 하겠어...?
약간의 걱정과 기대를 접고
내일 아침에 직천지나 가자는 위안으로 첫 조행지를 결정했다
공릉지, 발랑지를 거쳐가는데 상류에 일부 지역은 아직도 물이 얼어있었다
직천에 얼음이 얼어있으면
저 자리에 돌아와서 하면 되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상류에서부터 그동안 어디어디 얼음이 얼었고,
물은 얼마나 찼는지 돌아봤다
물은 넘쳐 도로까지 물이 올라와 있었고,
햇볕이 들지 않는 음지는 얼어있었다
최 상류에 도착은 했는데
넓은 저수지에 이른 새벽에 낚시하려고 나와 있는 환자는 나 혼자였다
깊은 수심으로 가 볼까....?
아니면 예전에 하던 자리에서....?
아니면 얕은 수심에 햇볕이 내리쬐는 곳이 유리할까...?
어깨와 양손에 장비와 의자를 잔뜩 짊어지고 들고 가며 7600RPM으로 머리를 굴렸다
항상 하던 자리에 가보니 주위가 얼어붙어 받침대 꽂기가 어려웠고,
물가가 미끄러웠다
대를 펴기 좋고 앉기 좋은 깊은 수심의 중층좌대에 올라탔다
건너편 상류 골짜기 쪽은 얼음이 얼어있었고,
앞쪽의 가두리 부근도 살얼음이 보였다
시간이 7시에서 8시로 지남에 따라
햇볕이 얼굴위로 올라와 기온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그래도 햇볕은 따뜻했지만
가끔 불어오는 바람은 폐부 깊숙이 찌르기라도 하듯 날카로웠다
바람도 그리 불지 않고, 햇볕도 따뜻하고,
입질만 이어준다면 최상의 조건인데....
2시간 여 열심히 던졌지만 입질이 없었다
그래 맞다 이런 조건이라면 물에 온도는 꽤나 낮을 거야......
고기들은 아마도 햇볕이 잘 내리쬐고 수심이 낮은 따뜻한 곳을 찾아서 이동했을 거야....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장비를 접어서 수심이 얕고 하루 종일 햇볕이 비추는 쪽으로 이동했다
다른 곳은 땅과 물가가 얼어서 받침대를 잘 꽃을 수가 없었지만
그 곳은 양지 바른 곳이라 땅이 녹아 있어 잘 꽃을 수 있었다
그래서 우측에는 23, 26, 30대를 꺼내서 상태를 점검할 요량으로 던져놓고
왼편에는 16척을 수심 1,5m에 맞춰 던져놓았다
따뜻하고, 바람 한 점 없고, 아늑하고, 낚시하기는 그지없이 좋았다
못 잡아도 좋으니 시원하게 올려주는 입질이라도 봤으면.... 간절했다
3대를 펴놓은 바닥에서는 찌라도 물에 박혀있는지 꼼짝 안 했다
10여 번 던질 무렵 중층대에서 입질이 왔다
한 여름과 같은 왕성한 입질이 이어갔다
흐흐... 니네들 여기 다 있구나....
가만히 있어 나도 밥 좀 먹고 시작 해볼까....
낚싯대가 사정없이 휘어지는 이 손맛을 언제 봤더라...
간만에 느껴보는 이 묵직한 손맛
머리 위로 쳐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물속의 흐연한 빛이 역력하게 비췄다
햐!!! 올해의 첫 수가 37,8의 월척이라니... 비록 떡이지만...
하면서 올리기 시작하는데
3짜의 떡들이 서로 데려 가라고 아우성을 치면서 올라왔다
엄청난 대의 휨새에 놀라며 일어서는데
4짜의 붕어 2마리가 한 번에 물리는 쌍걸이까지 ....
그것도 3번씩이나....
나의 실력으론 한 여름에도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일인데....
큰 고기들이 얕은 곳에서 일광욕을 즐기다보니 작은 고기들이 없는지
걸려나온 떡들은 전부 3짜 이상 이었다
바닥에 너무 바늘을 붙였는지 50센치 정도의 게으른 친구들도 둘씩이나 보였고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총 열 서너 수를 포획했다
정말 오랜만에 손맛을 찐하게 봤다...
그것도 첫 출조에... 얼음 사이에서...
이렇게 고대하던 손맛을 보려고 실내는 안 갔는데
더욱이 손맛도 중요하지만 그 넓은 지역에
내가 정확하게 장소와 시간을 예측해서 조과를 그만큼 올린 게 기뻤다
올해 첫 출조에.... 날씨가 아직 풀어지지 않았고.....
얼음이 아직 있을 거라....
아무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상상이외
큰 조과에 상당히 기분이 고무되어 있었다
잡을 때는 잡는 일만 급급해서 그냥 단순한 떡들로만 생각했는데
부러진 화이어 솔 드라이버 채로 갈아 낀
뜰채의 그라화이트대를 자랑하면서
그 날의 조과 물을 전부 의기양양하게 열변을 토하며 고기를 손질하는데
이게 웬 일인가....
전부 임산부들 아닌가.....
얘들은 3월 중순부터 몸을 푸나....?
참 그놈들....
내가 이런 만행을 저지르다니....
도로 갔다가 살려 줄 수도 없고 어찌해야 하는가
또한 나로 인해서
그곳이 다른 사람들에게 올해 처음 알려져 초토화 됐을 것인데
이 일을 어찌해야 하는가....?
이미 엎어진 일 속죄하는 차원에서
나 자신이 산란기가 끝나는 4월 말까지 낚시를 하지 말자고 다짐 한다
그리고 2차 산란기에도 잡은 고기는 반드시
방생할 것을 고기들에게 다짐 한다
2005년 3월 19일 棲鶴川
그 4짜 임산부들의 저주 때문인지 올해의 조과는 영 신통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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