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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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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도 미천한 제가 간만에 올린 조행기의 답글들에 힘입어
아련한 옛추억을 뒤짚어 가며 제 조행의 시작을 더듬어보려합니다.
가만~~히 앉아 지금의 낚시병의 근원이 어디서부터
도지기 시작했는지를 짚어봅니다.
그러니까 제가 국민학교 2학년시절었습죠.^^
서울이 고향인 관계로 집안 친척 누구하나 시골에 계신
분이 안계셔서 전 방학때가되면 강화도에 계신 아버님의 동향(이북)분의
댁으로 피서(?)를 가곤 했었죠. 지금도 어린 시절 시골의 추억을
간직한 분이나 고향이 있으신 분이 부럽습니다....ㅜ..ㅡ
암튼, 그 때도 아버님은 사업을 하시는 관계로 저를 강화도 외포리의
아저씨네 집에 맡기시고 내려가셨습니다. 사실 형제같은 분들이니
저도 무척 거리낌없이 따랐던 거 같습니다.
하루는 아저씨께서 헛간을 뒤지시더니 왠 길다란 장대를 꺼내시는데
그 때만해도 전 뭔지 몰라 여쭤봤었죠.
응, 망둥이 낚시대란다.
자세히 보니 어른키보다 좀 긴 대나무에 낚시줄하나, 구슬만한
납덩이 하나, 그리고 못을 구부려 만든 지금보면 투박하기 그지없는
낚시바늘이 달랑 매달려 있더군요.
맨날 논가의 메뚜기잡기, 엉성하게 만든 화살로 개구리잡기,
물가에서 반두로 피래미잡기.....등등에 심심해 하던 전 냉큼
따라나섰습니다. 왠지 모를 기대감에 흥분까지하며 말이죠....^^
아마......그것이 제가 첨 잡아본 낚시대이자, 오늘날 직장에서조차
혀를 내두르는 조사아닌 꾼이 된 시초일겝니다....ㅋ
아저씰 따라 갯벌에 도착하니 완전 썰물이 되어 물이 닿는 곳까진
까마득~~~합니다. 엥? 어디서 낚시를 한다는 걸까........
아저씨는 바지를 걷어붇이시더니 저보고 따라오라곤 하곤 성큼성큼
뻘로 들어가십니다. 한 발을 담글때마다 무릎근처까지 푹푹 빠지는데
이건 정말 한발한발 옮기는게 여간 힘들지가 않더군요....ㅜ..ㅡ
으.....괜히 따라왔나.....지금이라도 돌아간다고 할까...
하지만 어린 나이에도 오기가 있지 이를 악물며 따라 갔습니다.
그런데, 아저씨는 가시면서 짚을 엮은 바구니에 든 깡통에
자꾸 뭘 잡아 넣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뻘위를 기어가는 무슨
조개류인데 조개도 아니고 소라도 아니고....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민챙이라는 패류였지요.)
"이게 미끼로 쓸 거란다. 엄지로 쿡 누르면 껍질이 깨지지?
이걸 바늘에 꾹 찔러 넣으면 고기가 무는 거야."
당근 저도 열심히 주워 담았죠. 많이 잡고 싶은 맘이 있었나 봅니다. ^^;
한참 가던 아저씨는 무슨 바위틈을 들추고 손을 집어넣으시더니
세상에! 엄청 큰 꽃게를 한마리 순식간에 잡아내시더군요.
제가 또 꽃게를 좀 좋아합니까. 지금이나 그때나 없어서(?) 솔직히 말하면
비싸서 못먹는게 이 갑각류들 아니겠습니까......군침돌더군요.
제가 하도 망태기안의 꽃게들과 기타(해삼?) 그냥 거저 주운 해산물에
관심을 갖자 아저씨는 차라리 그 망태기를 저에게 매라고 하시더군요.
그게 뭐 벼슬이라고.....암튼 기분좋아져서는 그걸 어깨에 맸었죠.
어쨌든 힘들게......힘들게.....근 300미터? (어린 제가 느끼기엔 한 1킬로이상)
걸어걸어 바닷물이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낚시 시작! ^^
아저씨와 전 허리춤까지 물에 잠그고선 아까 주운 그 놈들을 끼워서
대를 드리웁니다. 물속에 넣고 까딱까딱해야 잘 문다나요..........
찌도 없는 그 대나무를 넣은지 5초도 안되어 갑자기 손에 무언가
난생 첨 느껴보는 다른 생물의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이렇게 신기할 수가!!!!
그것은 제겐 평생 지금까지 잊지 못 할 감동의 전주곡이었습니다.^^
대를 들어봅니다. 오, 마이 갓!!!!!!!!!!!!!!!!!!!!!!!!!!!!!
무언가, 무언가, 어린 제 팔뚝보다 조금 작은 생물이 공중으로 치솟습니다.
하얀 은빛 배를 눈이 서리도록 반짝이며, 온 몸을 흔들어대며저의 눈을
동그랗게 만들더니 아쉽게도 다시 물 속으로 퐁당! 들어가버리고 맙니다.
바늘을보니 이런! 미끼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숨가쁘게 다시 미끼를 끼곤 집어 넣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
놈은 그 모습만 보여주곤 순식간에 떨어져서 사라집니다. 젠장......
호흡이 빨라집니다. 빨리빨리! 저 놈을 꼭 잡아 한번 보고 싶습니다.
급하게 손을 놀려 또 미끼 달고, 또 놓치고, 또......또........ㅜ..ㅡ
아저씨를 보니, 크......일타일피입니다. 존경스럽습니다.
아저씨는 맨날 논밭 일만하는 줄 알았더니 냇가에서 피라미, 개구리는
내가 더 잘 잡는 줄 알았더니.....이제 보니 고수중의 고수입니다.
어린 놈이 자존심은 있어 가지고 오기가 발동합니다.
더구나 아저씬 이쪽은 거의 보지도 않으시는 저 하수에 대한 무관심이
투지에 불을 지릅니다. ^^ 내 더 큰 놈 잡으리........
그러나...................................그게 뭐 맘대로 된답디까?
근 한시간(?) 넘어 매번 얼굴만 보고 놓치니....이젠 자포자기심정이 됩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 챔질타이밍이 무척 엉성했던 듯....(아니라면 혹
아저씨께서 내겐 무척 무딘 못바늘을 주셨거나......ㅎㅎㅎㅎ)
이젠 슬슬 귀찮아져 다시 망태기 속의 놈들을 구경하고 서있습니다.
이놈들 무사하나? 이따 맛있게 먹어주마.....캬캬캬
한참 딴짓을 하다 보니 어라? 내 낚시대!
손에 있어야할 낚시대가 없어졌습니다. 딴청을 하는 사이 벌써 저~~기로
물위에 둥둥 떠 돌아다닙니다. 저거 잃어버리면 아저씨께 혼날텐데!
서둘러 물속을 달려가 쥐려고 하니 이놈이 자꾸만 도망갑니다.
파도때문에 그려러니....몇번을 쫒아가서 간신히 그 놈을 잡았는데......
이럴수가! 뭔가가 물속에서 요동을 칩니다. 혹시?
그렇습니다. 그토록 오매불망하던 그 망둥이란 놈이 바늘끝에 찬연히
은빛배를 흔들어대며 물고 늘어져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하하하하!!!!! 잡았다! 잡았다!!!!!!!
(사실, 잡혀준 것이나 다름없지만 얼마나 신이 나던지.....지금도 기억납니다)
"아저씨!! 아저씨!! 이거 보세요, 제가 잡았다구요!"
엄청 큰 목소리로 아저씨를 부르자 절 보며 빙그레 웃어주십니다.
그래, 이거야! 놈들은 내가 대를 잡고 있는 걸 보곤 살짝 미끼만 문거야.
내가 대를 놓자 그제사 마음놓고 먹다 바늘에 걸린 거지......음.....
그렇다면? 미끼만 끼우고 대는 놓자. 아예 돌아서 있을까나?
어린 놈의 잔머리가 열심히 굴러갑니다.ㅋㅋㅋ
그 때부터 독특한 낚시가 시작됩니다.
미끼만 끼우고 대는 둥둥 물위에 떠 있는.......^^;
손 끝을 떠나 바다위에 둥~~둥~~ 떠 있는 낚시대.
이제는 물렸으려니.....하고 들어보면 놈은 없습니다.
아까처럼 고기가 알아서 물어 줄리 만무하지요.
슬슬.....짜증이 날 무렵.....제 옆 멀리 떨어져서 바다에서
반두질을 하는 동네아저씨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뭘 잡으시나??
호기심에 다가가서 보니 반두안에는 단지 담갔다 들어올린 것 뿐인데
작은 복어치어들이 그득~~합니다.
아시죠? 복어. 배를 엄청 부풀리는 요놈들은 사이즈는 9살짜리의
엄지손가락만한데 배는 볼록해서 엄청 귀엽더군요.
나중에 보니 동네 아저씨들은 그 놈들을 산채로 초고추장에 찍어
안주로 드시더군요. 복어새끼들은 독이 없는지.........?
"얘, *야 이젠 가자~~!"
원하시는만큼 잡으셨는지 아저씬 돌아가자고 하십니다. 가만보니
어느새 밀물이 시작되어 한발한발 물러섰었는데 이젠 물들어오는 속도가
더 빨라진듯합니다.
어라? 내 낚시대!!!
큰일 났습니다. 물위에 둥둥 떠 있어야할 낚시대가 보이질 않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안보이고 아까 낚시한 자리까지가기엔 이미 물이 차올라
다가갈 수도 없습니다. 어떡하지......
속이 바싹 타들어가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저씨가 묻습니다.
" **야, 너, 매고 있던 망태기는 어디 갔니?"
허걱! 그러고보니 그 꽃게. 오늘 저녁찬거리가 든 망태긴 어디갔지?
생각해보니 아까 거추장스럽다고 뻘위에 놓아둔 것을 여태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 자리 역시 물에 잠긴지 오래......
황망히 말을 잊고 서 있는 저는 차마 아저씨와 눈을 마주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미 사태파악하신 아저씨. 말없이 앞장서서 걸어 가십니다.
혼나는 것보다 너무 죄송스러웠습니다. 이미 그때의 그 아저씨만큼 나이를
먹은 지금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닌일을...그 때는 왜그리 어린 맘에도
죄송스러웠는지....조숙했나봅니다.
바다를 지나 아저씨댁으로 가는 길.
그전에 있는 동네어귀의 한 집으로 들어가십니다.
친구인듯한 다른 아저씨 한 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더니
"꽃게 많이 들어왔나? "
"음, 저기 오늘 아침 올린 거 있네"
" 500원어치만 팔게"
"어허, 뭔 일이야? 그냥 필요한만큼 가져가"
"아냐, 그럴 수 있나, 자, 500원"
500원짜리 지전을 꺼내시는 아저씨를 보더니 친구분은 할 수 없다는 듯
꽃게들을 비료푸대 하나 가득 담아주십니다.(지금 시세로는 상상 할 수도
없는 가격이죠....당시 서울에서도 500원이면 꽃게 3~4마리밖에
못 샀으니까요. 어린 맘에도 깜짝 놀랐었죠.)
그 날 저녁.....아저씬 꽃게를 유난히 좋아하는 절위해 꽃게찜과 탕을
한 상 가득 마련해주셨습니다. 싱싱한 살이 꽉찬 꽃게. 뒷다리 하나 뽑으면
푸짐~한 살이 왕창 딸려 나오는 그 놈을 전 배터지게 먹었더랍니다.
그 때의 제 기억으로 그 아버님의 친구분인 강화아저씬 정말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 중의 하나였습니다. 낚시대와 망태기를 잃어버려도
혼 한번, 싫은 소리 한번 안하신 좋은 분.
게다가 꽃게까지 잔뜩 사주신 분. 뭐 이런 공식이 성립된거죠. ^^;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그 분은 어느덧 강화를 떠나 제 아버님의 도움으로 서울에서 인삼가게를 내시었고
그분의 동생분도 서울로 올라와 공무원 생활을 하실때 저희 집에서
기거 하셨죠. 두분의 우정은 이렇듯 깊었습니다. 어쨌든 그 분은성공을
하셔서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명동에 있는 백화점의 매장 한복판에
커다란 인삼판매장을 지니신 사장님이 되셨죠. 그 때 저랑 같이 놀았던
그분의 딸 셋도 다들 해외유학까지 보낼 정도였으니.............
하지만, 저희집은 반대였습니다.
나름대로 부자였던 집은 아버님의 사업실패로 급속히 기울고 나중엔
집을 빼앗기다시피하게 팔고는 지방으로 이사를 가야했죠.
세옹지마는 저희에겐 해당되진 않았나봅니다. 그 와중에 아버님은
제가 대학 4학년때 뇌졸중이라는 병에 걸리셔서 길에 쓰러지시고
2년 후 상태가 악화되어 말씀도, 글쓰기도 못하시는 몸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버님의 병치례....집안엔 대학생만 셋. 돈이 필요했습니다.
이제 어느정도 철든 저는 강화도에 있는 땅이 생각나 헐값으로라도
팔아야겠다는 생각에 그 땅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땅은 이미 소유주가 바뀐 상태였습니다.
세금을 걱정하신 아버님이 그 둘도 없는 친구분의 명의로 해두신 것이
실수였던거죠. 백화점매장 이외의 다른 곳에 욕심을 돌린 아저씨가
사업을 더 벌이신 것이 안되어 헐값에 처분해버리신 거죠.
저희에겐 마지막 보루였는데.....몇억의 돈이 사라져버렸습니다.
흥분한 어머니와 저는 눈이 뒤집어지다시피했습니다.
병문안까지 오신 분인데.....이북에서 손잡고 생사를 넘어 피난오신 가장 친한
친구분인데......당장 달려가 닥치는대로 집어던질 기세였습니다.
그러나, 몸은 이미 반신불수이시다시피하고 말도 글도 잊으셨지만
정신만은 또렷하신 아버님께서 제 팔을 붙드셨습니다.
아버님은 고개를 가만히 저으셨습니다........묵묵히 고개를 숙이시면서....
되었다. 무슨 이유가 있었을 게다.....난 친구를 믿는다.....
말씀은 못하셔도 아버님의 눈에서 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결국은........아버님의 뜻을 따랐습니다. 두분의 우정을 따랐습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났군요.
아직까지 그 분께 받은 건 제 결혼축의금 50만원이 전부입니다.
세상은 변해가지요.
제 어린 시절, 낚시를 처음 가르쳐주시고 한 상 가득 꽃게를 차려주시고
가을이면 몇가마니나 밤을 따서 보내신 그 아저씨.
아버님의 땅을 사업자금으로 날려버리시고 백화점매장에서 제일 큰
인삼판매장을 지녔지만 제게는 은행빚에 근근히 버틴다는 아저씨.
두 분이 같은 아버님의 친구가 아닌 것 같다는 제 생각은 아버님과 두분의
기준과는 많이 다른 듯 합니다.
칠순이 넘으신 두분의 왕래는 해마다 줄어들어 이젠 얼굴뵙기도 힘들지요.
저의 첫 낚시.
분명 아름다운 30년전의 추억임에도 생각이 날때마다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건, 아직 제가 그 두분의 인생을 고스란히 이해하지 못함이겠지요.
다음달에는 한번 오랬만에 강화도로 가보렵니다.
그 뿌옇던 신작로도 이미 사라져버렸지만 간만에 토실토실한 강화도 수로의
순박한, 언제나 변함없는 그 붕어들을 만나고 오렵니다.
******* 옆 동네에 처음 올렸던 추억의 조행기입니다. 지금보니 다시 감상에
젖어버리게 되는군요. 추방모든 님들, 구정입니다. 기쁨만이 가득할 올 한해
맞으시옵소서. 아픈 추억은 지나가는 해에 남겨두고 가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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