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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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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6-02-09 14:02:59 / 조회 : 1,400
/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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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전부 침상선에 정렬"
"이쉐이들이 빠져가지고,술한잔 처먹으니까 눈깔에 보이는게없나?"
"전부 엎드려뻗쳐"
"야,야전삽 가져와"
"우리 밑에동기부터 선착순집합"
"엎어 새꺄"
둔부에 마찰되어 들려오는 모진 야전삽의 마찰음...
"으윽..."
"똑바로엎어 새꺄"
"시정하겠습니다!"
"뭘시정해?시끄러워 새꺄 엎어져얼른"
"죄송합니다 김병장님"
"시끄러워 엎드려..."
다시금 들리는 야전삽의 모진 마찰음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귓가를 때립니다.
단계별로 내려가던 고참들의 야전삽 세례는 드디어 우리차례까지 왔습니다.
"김흥렬이 동기들 전부 튀어나와"
"엎드려새끼들아..."
"갓 일병달은 새끼들이 빠질때로 빠져가지고,한잔하니까 위아래가 없지?"
"시정하겠습니다"
"시정은 니네집가서해,이리와너"
동기중에 이등병때부터 김병장이라는 건방진 별명을가진 녀석이 있었습니다.
집합중에 90%는 이친구 덕분에 이루어집니다.
소위 말하는 고문관스타일...
그렇다고 멍청한 고문관이 아닌,뺀질거리고 개김성강한 제어안되는 녀석입니다.
훈련소시절부터 같은 내무반을 사용하던 따블백동기입니다.
훈련병시절 동기들 모이면 항상 이야기했습니다,저놈이랑 자대배치 받는놈은
제대하는 그날까지 고생이라고...
그 고문관이 유일하게 저와같은 자대를 배치받았습니다.
고참들입에서 항상 우리동기들은 선착순 집합대상 이였습니다.
물론 김병장 덕분이죠.
바로위에서 시작해서 말년까지 김병장덕분에 우리동기들은 편할날이 없었죠.
회식을하던날 후임병들의 적당히 풀어진 상태들이 못마땅했는지 그날도
한딱가리가 시작됬습니다.
달라진것이 있다면 취침후 일조점호시간때 하던것이 일석점호 이후로 바뀐것뿐...
지옥과도같은 고통의시간들이 지나고 모두들 취침에 들어갔습니다.
그날따라 흐르는 눈물이 제어가 안됩니다.
군대오기전까지 시쳇말로 귀하게만 자라다가 군대라는곳에 들어와서 생전
경험해보지못한 온갖 고통속에서 병영생활을 하는
내자신이 원망스럽고 고참들이 원망스럽고 그랬습니다.
군대역시도 제가 원해서 간곳이기에 다른이 원망할 필요가 없었지만
그날은 왜그렇게 모든사람들이 원망스러운지...
그렇게 이생각 저생각을 하면서 서서히 잠에빠져 듭니다.
"기상하십시오"
불침번의 기상소리와 스피커로 들리는 기상나팔 소리에 모두들 전날의 힘들었던
기억은 접어두고 새아침을 맞습니다.
기상과동시에 옷을걸쳐입고는 수송부로 달려갑니다.
제차를 몰고 취사반으로 들어갑니다.
모두들 아침준비에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충성"
이등병 방위병하나가 거수경례를 합니다.
"응,그래 물통좀 실어라"
이십리터짜리 십여통을 차에 실고는 남한산성으로 달려갑니다.
군대시절 아시는분들이 많으시겠지만 국군체육부대라는 곳에서 군생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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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보직은 운전병,근무하던 체육부대는 부식을 군납및 일반사입을 했습니다.
부대내에서 최고보직이라던 그자리를 제가 맡았습니다.
군생활30개월중에서 군복은 별로 안입어봤습니다.
유격?학교다닐때 받아본것이 유일합니다.
사격?훈련병시절 몇번 쏴본것이 전부입니다.
외박?일병까지는 이주에한번 상병부터는 일주일에 한번꼴로 나간것같습니다.
모든사병들이 다 그런건 아니고,제보직상 그런 혜택이 있었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지만,군 보안상 올릴수가 없네요,ㅎㅎㅎ
업무시간이되면 저와 선탑자이신 최소령이란분과 함께 서울에있는 도매시장 다섯군데를 돌아다닙니다.
거기서 일반사입을하고 그후에는 서울전역에 흩어져있던 우리부대소속 선수들에게 부식배당을 합니다.
물론,사병이라기보다는 운동선수라고 표현하는것이 맞을것같습니다.
그친구들도 군복은 제대할때와 훈련성적이 나빠서 군기교육받을때 이외에는 입지않습니다.
하루에 운행거리가 약100km정도 되니까 쉬운일은 아니죠.
그것도 일요일을빼고는 매일을 그렇게 다녔으니까요.
그래서 지금도 운전하는걸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그당시에는 18개월여를 그렇게 다닌것 같습니다.
그당시에 유명하신 모박사님이 생수가 몸에 좋다는 말씀을 하시고,그것을 들으신 부대장님
께서 남한산성에 약수를 떠오라는 지시를 내렸고 그것을 제가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귀찮기는 하지만 쫄따구가 아침점호가 생략되는데 얼마나 좋겠습니까?
집합이 아침저녁으로 나뉘어져 있기때문에 반정도의 집합에서 열외가 되니 동기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였습니다.
모두들 저만쳐다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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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을 오르면서 지난밤의 일들을 곰곰히 되새겨봅니다.
억울한마음에 이길로 집으로 가버릴까 하는 생각도들고,돌아가서 뒷일보실 아버님 생각을
하면 차마 그러하지도 못하고 한숨만 나옵니다 기분참 더럽습니다.
남한산성 정상에 다가설즈음,문득 퇴촌의 낚시 생각이납니다.
남한산성에서야 퇴촌까지 천천히가도 십오분이면 충분할것이고 퇴촌에는 분명히
외갓집 누군가는 있을것이란 생각이듭니다.
에이 모르겠다,걍 내려가자.
약수터를 그냥 지나칩니다.
어차피 업무시간까지만 자대들어가면 상관없습니다.
물이야,어제 받아놓은것이 있으니까 서두르지 않아도 문제될것이없고 아침식사야
시장에나가 단골집에 부탁하면 식사한끼야 안사주랴 하는 보험을 들어놓은 상황입니다.
조금더 속도를 높입니다.
꼬불꼬불 내리막길을 레이서 운전하듯 사정없이 내려갑니다.
멀리 퇴촌다리가 보입니다.
다리못미쳐 관리인집에 차를 들이댑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저희 삼촌이나 형들 오셨습니까?
"어,이게 누구야?머리가 왜 이렇게 짧어?군대갔나?"
예,아저씨 상무에있어요,가찹잖아요?시간이 좀 남아서 낚시대나 잡아보려고 내려왔습니다.
"허허,낚시꾼은 어쩔수가없네 오사장님하고 조카들하고 같이왔던데?"
"들어갈꺼야?열쇠줘?"
예,아저씨 주세요 차를가지고 왔습니다.
열쇠를 받아쥐고는 별장자리로 들어갑니다.
별장입구는 철문으로 막아놓은 곳이라 열쇠가 없으면 들어갈수가 없습니다.
별장터에 눈에익은 차들이 보입니다.외삼촌과 사촌형 차입니다.
별장자리에 낚시대가 안보이는걸로봐서 둘째골이나 셋째골로 들어간것 같습니다.
산길로 들어섭니다,익숙한 솜씨로 둘째골에 내려갑니다.
외삼촌 저를보고 깜짝 놀랍니다.
"부대서 나왔나?어떻게 나왔노?"
예,삼촌 저 남한산성에 물뜨러왔다가 그냥 내려와봤어요.
"그래?밥은 먹었나?라면물래?"
라면있어요?주세요 제가 끓일랍니다.
"어 그래 삐꾸에 라면이랑 빵있다 무라"
예,형들은요?
"요 너머에있다,갔다온나 물끓을때까지..."
예,금방올께요.
다시 셋째골로 넘어갑니다.
형,많이 잡았습니까?
"어,이게누고?우짠일이고?"
물뜨러왔다가 우리식구들 누군가 있을것같아서 걍 내려왔어요.
"하하,니 아주 귀신이네."
"안그래도 큰삼촌 아래 오셨다가 많이잡았다고해서 안왔나?"
아,그래요?좀 잡았어요?
"어,쪼매 잡았다,니 회 한사라할래?"
초장있어요?
"오야 있다 쪼매기다려라 내금방떠주께"
사촌형 익숙한 솜씨로 붕어몇마리를 회를뜹니다.
삼촌자리로 돌아와서는 형들은 해장으로 전 초장맛으로 붕어회를 집어듭니다.
불과 몇개월전만해도 이자리에는 항상 제가 있었는데 이젠 군복을입은 군인만 있습니다.
민간인저는 없어졌고 군복입은 군인하나와 민간인들만 남았습니다.
그립습니다,몇개월전의 제가, 그리고 빨리 제대하고 싶습니다.
"몇개월했나 군생활?"
이제 팔개월 조금 지났습니다.
"금방이다 삼년 해봐라 언제가나 하던시간이 눈깜작할사이에 지나갈끼다"
예,그렇겠죠뭐.
"군대 제대하면 장가가야지? 가는 지금 뭐하노?"
예,형부출판사에서 경리보고 있습니다.
"아,형부가 출판사 한다했지?잘하나 그래?"
모르겠습니다,지형부 회사니까 힘든거야 어디 있겠어요?
"그래 맞다,남의 회사도 아닌데뭐,자주만나나?"
예,일주일에 두서너번이요.
"하하하,니는 군대생활 하는것도 아이다"
예,맞습니다,집에가도 요즘은 용돈도 잘안줘요 맨날간다고.
"그래,어지간히 가야 반갑지 허구한날 오는데 누가주겠노?허허..."
그렇긴해요,하하하
잠시후,외삼촌께 낚시대 한대를 빌려서는 모퉁이 한켠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고소한 깻묵내음이 제가 먹어도 맛있을것 같습니다.
외삼촌들 외사촌들 전부 낚시광입니다.
외갓집식구들만 대강 십여분정도가 이곳 퇴촌으로 낚시다닙니다.
언제와도 누군가 있을확률70%이상 입니다.
민간인 신분일때도 그랬습니다.
서로 약속안하고 들어와도 누군가는 있습니다,오늘이 아니면 내일중에서...
그런 확신이 있었기에 꿀꿀한마음 전환시키려 퇴촌에 내려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생각 저생각 상념에 젖어있을무렵,살포시 찌가 올라옵니다.
챔질뒤에 올라오는 때깔좋은 토종붕어가 무척이나 이뻐보입니다.
이좋은 붕어와의 만남이 입대로인해서 단절되어있습니다.
남자라면 반듯이 가야할곳이건만 오늘마음이라면 제자식 군대 보내고싶지 않았습니다.
이유없이 이루어지는 고참들의 구타와,인격을 무시한 무자비한 언어폭력속에서
대한민국부모 누군들 이런곳에 자식을 맡기고 편한잠을 이루겠습니까.
이좋은 산들과 넓디넓은 팔당댐의 맑은물 거기에 늘씬하게빠진 토종붕어들과의 교류가
입대라는것에 의해서 단절되어진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웠습니다.
더더욱,입대를 안할수도있는 상황속에서 이루어진 자의에 따른 결과의 산물이기에
안타까운맘 더했습니다.
몇차례의 품질이 더 이어졌으나 더이상은 붕어들의 얼굴보기가 쉽지않습니다.
서서히 시간은 흐르고 이제는 지체할수가 없을것같습니다.
삼촌과 형들의 격려속에 외박가면 집에 들르기로하고 귀대를 재촉합니다.
시간이 어느덧 여덟시가 넘었습니다.
내일마실 약수를 떠야할텐데 벌써 약수터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릴겁니다.
어쩌면 업무시간이 한참지나서 귀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또다시 이어지는 고참들의 욕설과 얼차려...
어떻게 위기를 모면할까 달리는 차안에서 머리를 굴려봅니다.
그러다 문득 왼쪽에 흐르는 계곡물이 눈에 띄입니다.
아,맞다 바로 저거다.
수도물은 약품냄새때문에 알수있어도 계곡물은 알수가없을것 같습니다.
달리던차를 멈추고는 최대한 계곡가까이 붙입니다.
차안에서 식수통을 물가로 내던집니다.
아예,통채로 물속에 집어넣고 물을퍼담습니다.
아싸,속도 무지 빠릅니다.
물한통이 몇초만에 채워집니다.
불과 몇분후,십여통의 물들이 통속에 담아져있습니다.
차량적재함에 던지듯이 물통들을 채워넣고는 하산을합니다.
이윽고 자대에 도착했습니다.
취사반에 도착해 적재함을 열고는 물통두개를 들고 들어갑니다.
마침 취사반 방위병 몇명이 늦은식사를 하고있습니다.
"어,이일병님 왜이렇게 늦으셨어요?"
어,산정상에서 사고가나서 그거 처리하느라 길이막혀서 좀늦게 물떠왔어"
입술에 침하나 바르지않고 거짓말합니다.
"아 예 식사 못하셨잖아요?"
어,아직 못했지,살짝 쌩깝니다.
"제가 차려드릴테니까 얼른 식사하세요"
아냐,내가 차려먹을께 물통이나 내려놔라.
"예 알겠습니다,야 나가자"
동기방위병 하나를 데리고 나갑니다.
시계를 쳐다봅니다.
식사시간 충분합니다.
오늘따라 제가좋아하는 하이라이스가 매뉴에 있습니다.
서둘러 밥을퍼서 하이라이스 소스를 올립니다.
밥맛 무지 좋습니다.
어제의 더럽던기분, 아침까지의 꿀꿀한기분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기분 엑설란트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수송부로 들어갑니다.
모두들 분주합니다.
갑자기 졸병들의 공공의적 1호인 김모상병 저를보자 바로 욕지거리입니다.
"야이,*탱아 어디갔다 이제 쳐오냐?"
물뜨러갔다가 정상쪽에서 다른차들 사고가나서 오도가도 못하다가 견인후에
물뜨느라 좀 늦었습니다.
"야이새꺄 그럼 돌아가야지 멍청하게 기달리냐?"
예 알겠습니다,더이상은 욕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에혀,걍 개가 짖나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몇마디의 욕설이 끊난후 자기자리로 돌아갑니다.
혼잣말로 궁시렁거리면서 저도 돌아섭니다.
야이 새꺄,군대니까 너한테 욕얻어먹는다,사회같았음 너죽었어,피식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이모습 지켜보던 동기녀석 다가옵니다.
"야,저새끼 뭐라냐?"
조금전에 과정을 이야기해줍니다.
"멍청한놈,지는 운전도 못하는놈이..."
둘이함께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대기실로 가려다가 갑자기 그생각이 납니다.
야,내일말이야 식당의물 먹지말어.
"왜?물에 약집어넣었냐?"
어,약이아니고 남한산성 식당에서 나오는 설겆이했던 물 집어넣었다.
"왜?"
아침의 상황을 이야기 해줍니다.
동기녀석 큰소리로 웃어재낍니다.
뒤이어 나오는 한마디가 저를 기쁘게합니다,역시 동기가 최곱니다.
"내일 아침밥먹고 고참새끼들 전부 설사병이나 걸려서 단체로 후송이나가라..."
(지나고 보니까 군생활이 고통만은 아니였습니다.군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것보면...
국군체육부대 장교및 부사관 사병여러분 그당시에 한번 그런일이 있었습니다.
이십여년전 이야기니까 공소시효 끝난거죠?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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