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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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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덜컹~~"
3명이서 들어 앉아 술을 나누던 사이...
그새 더 폭우와 바람이 심해졌는지 저수지답지 않은 파도같은 물결에
코펠그릇에 따라 놓은 술이 넘칠 정도로 바닥이 흔들거린다.
좀 지나면 괜찮으려니....하며 소주 한병을 비워가는데,
"콰쾅!!!!"
일순, 갑자기 좌대가 뒤집어 질 정도로 커다란 너울이 측면을 강타했다.
"어어어~"
앉아서 술마시던 3명 모두가 자빠지고, 안에 있던 그릇따위는 내동댕이쳐지고
저수지물이 좌대내부까지 들이 닥쳤다.
두려움...
술이고 뭐고 좌대가 무너지지는 않나...가라앉지는 않나하는 두려움이 생기고
모두는 좌우로 심하게 기울어대는 좌대에 그저 바깥눈치만 보고
출렁이는 수면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며 공포에 떨었다.
"형~~~ 이거 큰 일 나는 거 아니야?"
"형~~ 빨랑 철수하자~~~"
".........시끄러 임마!
좌대는 수위따라 움직이니까 가라앉을 염려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 질꺼야. 그리고 이런 상황에 배가 어떻게 오냐?"
애써 태연한 척하며 후배들을 진정시키지만...
나 역시 조금은 무섭고 밖에 늘어 놓은 장비들도 이 물살에 걱정이 되지만
심하게 출렁거리는 좌대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삐꺽~~ 삐꺽~~~....쿵!"
흡사 파도 높은 곳에 쪽배를 타고 있듯이...
좌우, 위아래로 마찰음을 내며 버티던 좌대가 견딜만해지기까지는 한두시간이 걸렸나...
그동안 좌대안 어디에서 기생하고 있었는지 모를 구데기들이
꼬물거리며 나타나 좌대안도 정나미가 떨어질 즈음 난 밖에 나가 보았다.
이런.....
완전 초전 박살이 나 있었다.
대도 없다. 의자? 당연히 없다. 파라솔도 떡밥그릇도 없다.
남은 건 덩그러니 좌대고무줄에 고정된 받침틀과 받침대 몇개.
파라솔 2개. 의자1, 낚시대 4대, 기타 잡동사니 몇개가 수장되어 버렸다.
바람은 조금 잠잠해졌지만 비는 여전히 오고
장비마저 잃어 의욕이 사라진 상태에서 후배에게 낚시를 강요하긴 무리였다.
"야....철수다. 전화해라."
"알았어, 형."
새벽 3시 경. 전화를 받을 턱이 없다.
주섬주섬 비를 맞으며 짐을 다 싸놓았지만...나갈 방도가 없다.
"에이~~ 배 다닐 때까지 술이나 마저 먹어야겠다.
이게 뭐야? 비맞고 장비 잃어 버리고...."
투덜대는 후배들 볼 면목이 없다.
태풍쯤이야....했던 나의 고집때문에 눈치가 보인 나는 슬그머니 일어 섰다.
"형, 어디가요?"
"응...놀면 뭐하냐. 대나 함 담가 볼라구."
달랑 2.2칸 대 하나 들고 떡밥 새로 개고는 의자도 없이 좌대에 쭈구리고 앉아
조금은 가늘어진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바늘을 담가보았다.
별반 기대는 없었는데....이것 봐라?
첫수에 5치...그러더니 미끼를 달아 넣으면 바로 바로 찌를 쭉 올려준다.
"야야~~ 다 들 나와라~~~"
술마시다 나온 놈들도 붕어들의 찌올림에 매료되어 저마다 대를 하나씩 핀다.
역시나....이 맛에 내가 태풍에도 온다.
3명 모두 한대가지고도 바쁘다.
이제는 잔잔해진 수면에 빤쓰까지 홀랑 젖어버린 놈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4치~10치 사이의 이쁜 토종붕어를
이렇게 손맛, 찌맛 실컷보며 잡아 보는 일이 어디 흔한 일이던가.
아까 배를 부른다던 후배놈은....이미 배가 다닐 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희희 낙낙하고 있다.
"거봐라~ 내가 뭐랬냐? 태풍엔 대박이라고 했지?"
"와~ 그러게...역시 고수는 뭔가 달라요."
"험험....태풍쯤이야 시간 지나면 다 잠잠해지는 거라고."
어느새 기고만장한 나의 코는 한뼘은 더 높아진듯 했고
이제는 구름사이로 따사로운 햇살이 간밤의 비에 젖은 추위도 잊게 해주기 충분했다.
"형~~ 배 오라고 부르자."
"엉? 이제 갈라고?"
"아니, 아침 먹고 또 할라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뒤에 낚시짐까지 다 꾸려 놓았던 놈들이 배타고 나가 아침까지 먹고 와서는
이제는 해가 중천에 뜬 11시가 넘어서야...그것두 아쉽게 철수를 했다.
장비도 수십만원이나 잃어버리고...빤쓰까지 다 젖어 축축한 놈들이
붕어 얼굴만 보면 모든게 오케이가 되는 건 꾼은 꾼인가 보다.
아마 두 후배놈들은 매년 태풍의 계절엔 또다시 이 시간을 반추하며 이렇게 생각하겠지.
태풍쯤이야.....
붕어 얼굴만 이렇게 볼 수 있다면, 뭐.....태풍쯤이야.....
(그 날......진짜 태풍은 따로 있었습니다.
어느샌가 얼굴이 그을려서 돌아온 저를 보고는 집사람은 대뜸 제가
그 태풍에도 낚시를 다녀온 것을 알게 되었고....
집안에 한바탕 태풍이 휘몰아쳤지요. 그 태풍은...
태풍쯤이야...로 치부할 게 아니더군요.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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