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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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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6-02-23 13:15:34 / 조회 : 2,716
/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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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입니다,집을 나서면서부터 마음은 즐겁습니다.
사무실로 들어와서는 후다닥 업무지시 내려놓고 바로 쨉니다.
주말오후 경춘가도 정체는 말씀 안드려도 다들아시죠?
정체를 피하기위해 출근후 서둘러 가평 자라섬으로 달립니다.
아직은 한산한 도로사정이 일찍 나서기를 잘했다는 생각이듭니다.
북한강에서는 수상스키어들이 온갖폼을 다잡으며 스키를 즐깁니다.
어정쩡한 자세로 투스키를 즐기던 초보 스키어 중심을 못잡고는
물로 곤두박질 합니다.
원스키로 멋들어지게 물살을 가르는 제법 실력있어보이는 젊은 아낙이
눈에 들어옵니다,몸매 좋습니다.
아직은 수온이 높지않을텐데 여름을 기다리지 못하고 즐기러 나왔나봅니다.
하긴 하체 힘주느라 추운거 느끼지 못할수도 있겠네요.
이곳저곳 눈동냥을 하면서 그렇게 토요일 나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특별한 일이없는한 주말은 낚시로 정해져 있습니다.
말리다지친 마눌 금요일이면 항상 전화로 물어봅니다.
먹거리를 준비하기위한 확인절차 입니다.
당연히 가는거 아니냐고 뻔뻔스럽게 마눌에게 되묻습니다.
그럴싸한 변명으로 낚시출조의 당위성을 설파해놓은지라 말리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마눌에게 조금 미안하긴하지만 안가면 병날것 같은지라 미안한마음
가슴속에 감추고 당당히 말합니다.
혼자가니까 하루정도 부식만 준비하라고...
마눌역시 중증 환자인지 아는지라 체념하듯 알았다고 합니다.
두어번 낚시터에 따라가더니 취향이 아닌가봅니다.
두번다시 낚시터에는 가지않겠다고 고개 흔듭니다.
이윽고,가평 단골 낚시점에 도착했습니다.
사장님께 형식적으로 조황정보 확인하고 그곳 지인께 전화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저 동욱이 아빱니다.
"아,네 낚시 오셨어요?"
예,이제 도착했습니다.
"아,그러시면 랙스빌 아파트 쪽으로 일단 오십시오."
네네 알겠습니다.
도착후 지인께 낚시배를 인도받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아유,별말씀을 언제든지 오시거든 전화하지 마시고 그냥 타세요"
그래도 사장님께 전화는 드려야죠?
"에이 괜찮아요,쓰시고 잘 묶어만 놔두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많이 잡으세요"
네네...
차에서 짐을꺼내 배위에 올려놓습니다.
어설픈 실력이지만 건너편을 향해서 노를젓습니다.
기껏해야 30M정도 이지만 배가 아니면 들어갈수가 없습니다.
어영부영 건너편에 도착해서 팩을하나 땅에 박아놓고는 배를 묶습니다.
낚시장비를 꺼내어서 서둘러 받침대를 들이댑니다.
이놈의 조급증은 왜 낚시터만가면 유난히 더 발동하는지 원...
아직 날이 어두워지려면 한참멀었는데 마음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꼭한번 앉아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가평에서 군생활을하는
매제 덕분에 배를 가지고있는분을 지난주에 소개를 받았습니다.
몇년을 벼르던 그자리에 앉을수 있다는 기대감에 서울에서부터
마음이 벌렁거렸습니다.
그자리를 드디어 앉게 된거죠.
아무도없는, 마치 자그마한 섬같은 그곳에서 다른이 방해없이 조용하게 혼자만의
낚시를 한다는것이 마치 대물을 한마리 걸어놓은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합니다.
떡밥을 비비고 지렁이를 꺼내어서는 한껏 욕심내서 낚시대를 이것저것 다꺼내어 놓습니다.
정성스럽게 밑밥을 달아서는 삼십분이상을 헛챔질로 밑밥질을 시작합니다.
아무도 들어오지않은 생자리라 밑밥질이 필요할것 같습니다.
그러기를 두어시간, 입질이 없습니다.
하긴 가평에서 낮낚시는 기대를 않했으니까 오히려 잡히면 이상한거죠.
뱃속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런,아침도 안먹고 이러고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늦은 아,점을 먹습니다.
밤낚시를 하려면 한숨자둬야 할것같아서 대낮부터 소주병을 꺼냅니다.
아이스박스에 담아온 삼겹살을 꺼냅니다.
준비해간 불판에 번개탄을 집어넣고는 혼자만의 만찬을 즐깁니다.
혼자서 먹는 삼겹살이 무에그리 맛있겠냐고 생각할지 몰라도
혼자서 먹어도 물가에서 먹는 삼겹살은 그맛이 유별나더군요.
펴놓은 파라솔밑에 불판을 올려놓고 이것저것 찬거리에 마시는 소주맛은
말씀드리지 않아도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낮술이라 그런지 눈이 따끔거립니다,자야한다는 신호입니다.
그릇들을 치우고는 파라솔안에서 두다리를 쭈욱뻗고는 잠을 청해봅니다.
얼마동안 잠이들었는지 얼굴이 뜨겁습니다.
어느덧 해는 서쪽으로 이동해있고 파라솔의 위치와는 관계없이 땡볕에
저는 잠들어 있었습니다.
아직 술이덜깬듯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생수하나를 꺼내어서 단숨에 들이킵니다.
얼음에 재워둔것이라 물맛이 세상 어느것보다도 맛있습니다.
자리로 이동하려고 뒤돌아서는순간 건너편에 사람들이 웅성거립니다.
왜 그런가하고 가만히 말소리를 들어보니 물속에 사람이 들어있다는겁니다.
속으로 피식웃으면서 자리에 착석합니다.
낚시대를 꺼내어서 밑밥을 다시 달아놓고는 무의식적으로 건너편을 바라봅니다.
잠시후 경찰차가 싸이렌을 울리면서 도착하고 어딘가에 무전을 하는소리가 들립니다.
곧이어 엠블런스도 요란한 소리와함께 도착합니다.
그럴즈음 갑자기 앉아있는 내 오른편에서 수상구조대원들이 보트를타고 달려옵니다.
그리고는 갈쿠리 같은것으로 무엇인가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두어차례 시도를한후 이윽고 갈쿠리에 무엇인가를 걸어서는 힘을쓰기 시작합니다.
이윽고 물속에서 나온것은 잔뜩불어버린 열살남짓한 어린아이의 사체입니다.
비록 섬이지만 건너편과의 거리가 멀지않기에 모든것이 뚜렷하게 눈에 비쳐집니다.
순간,소름이 바짝 돋습니다.
건너편에서는 가평주민인듯한 사람들이 누구집 아이라고 이야기하는것 같습니다.
아이의 사체는 엠블런스에 실려지고 십여분이 지난후 아이의 삼촌이 나타납니다.
불어터진 아이의 사체를 부둥켜안고는 오열을합니다.
마음이 짠해집니다.
내용인즉,아이는 정신지체아이고 혼자서 물가에 나왔다가 수심이 아이의 키에도 못미침에도
그냥 그수심에 빠져서는 나오지 못한거랍니다.
자식을가진 부모의 한사람으로서 저역시도 마음이 편칠않았습니다.
낚시보다는 이제 건너편의 상황에 더 신경이 쓰여집니다.
모든것이 마무리가 되고 하나둘 사람들도 제갈길로 떠납니다.
그냥 집에 돌아갈까?하는 생각이듭니다.
도무지 기분이 묘해서 낚시할 마음이 안생깁니다.
하지만 이내 두시간여를 달려온길을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집니다.
앉고싶은 섬에도 앉았고 날씨도 좋은데 그냥 돌아가려니 억울한 생각이듭니다.
하지만 자꾸 아이가 빠졋던 자리로 시선이 꽂힙니다.
분위기 쇄신상 자리를 반대쪽으로 잡기로 마음을 다잡습니다.
배를 묶어놓은 자리로 돌아서서는 배를 한쪽으로 밀어냅니다.
낚시대를 다시 셋팅합니다.
욕심부리느라 다섯대를 꺼내놓았더니 옮기는것도 일입니다.
어둠이 짙어갑니다.
캐미를 꽂아서는 한대한대 정성스럽게 물속으로 던져놓습니다.
자꾸만 뒤통수가 뜨끔거립니다.
자라섬에 혼자온횟수가 100번도 더되었을텐데,캄캄해서 바로앞도 분간못할정도의
어둠속에서도 조용하게 낚시하느라 아무도 없는곳에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여유만만 했었는데 오늘 무지 춥습니다.
시선은 앞에있으되 모든의식은 뒤쪽에 있습니다.
6월이 내일모레인데 왜 이렇게 추운지 모르겠습니다.
에이 모르겠다,아이스박스에 소주한병을 다시금 꺼내어듭니다.
대강 안주거리를 가지고와서는 두번에 걸쳐서 나누어 마십니다.
속이 짜르르 해집니다.
급히마셨는지 살짝 취기가 돕니다.
조금은 마음이 놓입니다.
캐미를 응시합니다.
문득문득 무의식적으로 뒤쪽을 쳐다보게됩니다.
조금은 겁이없는 편이라고 자부했는데...
그나저나,다섯개의 찌불은 요지부동입니다.
이시간 정도면 한두번정도의 입질은 보았을터인데 전혀 미동조차 않합니다.
아이의 죽음과 무슨 관계가있나 싶을정도로 너무 얌전합니다.
밑밥을 갈아야겠습니다.
낚시대를 들어올리는순간 무엇인가 걸린느낌이 듭니다.
수초가 걸렸나,생각하며 몇번 흔들어보고 끌어도 보지만 도대체 나오질 않습니다.
강하게 낚시대를 채는순간 무엇인가 허전함이 느껴집니다.
바늘이 터졌습니다.
걸릴것이 없는데 이상하네?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다른대를 걷습니다.
이거 도대체 무슨조화입니까?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갑자기 머리털이 쭈삣하고 서는 느낌입니다.
강제집행을하자 이번에는 원줄중간이 날라갑니다.
쓰던채비라 줄이 낡았나봅니다.
하늘로 잔뜩 솟아있는 찌가 약이라도 올리는듯 물결에 살랑거립니다.
술이 깨는 느낌과동시에 낮의 상황과의 개연성을 떠올려봅니다.
철저하게 귀신이 있다고 믿는사람입니다.
갑자기 온몸이 추워집니다.
다른대를 들어올립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바늘이 터집니다.
낚시고뭐고 이젠 없습니다.
무조건 철수...
네번째 낚시대를 들어올립니다.
아예 끊어지려면 끊어져라하고 처음부터 사정없이 걷어올립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네번째대는 걸림이없습니다.
하마트면 봉돌에 이마 맞을뻔했습니다.
나머지대역시 이상없이 따라올라옵니다.
이거,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습니다.
서둘러 낚시대를걷고 바늘이 날라간 대들은 그냥 가방에 쳐넣습니다.
두대의 낚시대를 감고 넣는시간이 십분이상은 걸리는것 같습니다.
마음과같이 몸이 움직여주질 않습니다.
짐을던지듯이 배안으로 집어넣습니다.
노를움직이는데 배가 안나갑니다.
기절하기 일보직전 입니다.
아무리 노를저어도 나가지를 않습니다.
배에서 뛰어내립니다.
뛰어내린것이 물속으로 내렸습니다.
신발은 말할것도없고 바지밑단까지 물에젖어 찝찝합니다.
배를밀어서 올라탈 생각이였습니다.
그런데 배가 안나갑니다.
오줌싸기 일보직전 입니다.
살다살다 이런조화 처음입니다.
꼼짝없이 섬안에서 날밤까게 생겼습니다.
이제 소주도 없습니다,혼자가면 늘 두병입니다.
미치고 팔딱 뛸것 같습니다.
원인이 무엇일까 아무리 궁리해보지만 이유없습니다.
그냥 배가 안나갑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하다 문득 배에연결된
끈하나가 보입니다.
에이씨,원인은 이거였습니다.
팩에 단단히 박아둔탓에 배가 안나갔습니다.
팩을 뽑아봅니다.
단단하게 박혔는지 안뽑힙니다.
환장하겠습니다.
다시금 배에 올라타서 야전삽 을꺼냅니다.
삽으로 팩을 찍어댑니다.
땅팔시간없습니다,무조건 강제로 부서트릴 생각입니다.
겨우 팩이 부러지고 아무생각없이 배에 올라탑니다.
노를저어 나가는데 찌가 보입니다.
이만원짜리 수제찌 입니다.
아까운생각에 배를그곳에 붙여놓고는 찌를 들어올립니다.
그런데 무엇에 걸렸는지 찌가 안올라옵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아까운 마음에 찌를잡고는 원줄을 이빨로 끊어버립니다.
이제 건너편까지만 가면 됩니다.
30M도 안되는것이 왜그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물속에서 손이라도 올라올것같은 공포분위기 조성됩니다.
어찌어찌해서 이윽고 뭍에 도착합니다.
어떻게 차까지 이동했는지 정신이 없습니다.
차에 닥치는대로 짐들을 던져놓고는 사정없이 차를몰고 나옵니다.
얼마나 달렸을까 마음이 안정이될무렵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이듭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술을 마시고 음주운전을 하고있는 중입니다.
아뿔싸,면허정지 당해서 풀린지 일년도 안되었습니다.
두번다시는 음주운전 안하리라 마음먹었는데 나도모르는사이
또다시 음주운전을 하고있었던 것입니다.
주말저녁 음주단속 상당히 심할텐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또 불안합니다.
그렇다고 혼자 여관에들어가서 잠자기도 뭐합니다.
3년간을 데리고 있다가 자금을대줘서 독립시켜준 직원녀석에게 전화를합니다.
그녀석에게 저는 구세주정도의 의미입니다.(제생각)
전후사정 이야기하지 않아도 위치묻고는 출발한답니다.
어두운 도로에 혼자있으려니 다시금 물에불은 아이의모습이 떠오릅니다.
소름이 돋습니다.
CD플레이어를 누릅니다,실내등도 켜놓습니다.
좋아하는 QUEEN의 DONT STOP ME NOW가 들립니다.
음악볼륨을 크게 올립니다.
소리내어 따라불러봅니다.
이제 30분정도만 기다리면 모든것이 해결됩니다.
노래 열곡정도만 들으면 도착할것 같습니다.
꽉닫아놓은 차안에서 미친놈처럼 큰소리로 노래를 따라합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전화가 옵니다.
위치 설명해주고는 그녀석을 만납니다.
군대 면회온 애인이 이보다 더 반갑겠습니까?
고맙다를 앵무새처럼 반복합니다.
자라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줍니다.
앞으로 낚시 다니지 말랍니다.
오늘같으면 낚시 두번다시 안갈것같습니다 정말로...
집앞에서 그녀석을 보내놓고는 집에 들어갑니다.
마눌, 일찍온 가장 너무좋아합니다.
그렇지않아도 애들 심심하다고해서 친구집 놀러가려고 했었다합니다.
마눌에게 술상을 차리라고 말합니다.
술한잔을 해야 긴장이 풀릴것같습니다.
술한잔을 하면서 오늘 이야기를 해줍니다.
마눌,재미있다고 약을 살살 올립니다.
이제 낚시 접으라면서...
제 주위에는 아군이 한명도 없습니다.
술한잔을 하고나니 그제사 마음이 풀립니다.
오늘 정말로 놀랬나봅니다.
일요일아침,일어나서 트렁크를 열고 짐을내립니다.
코펠과 불판을 마눌에게 건네주고 가방을 열어봅니다.
어제 빼앗긴 줄과 바늘을 달아놓습니다.
삐꾸에 넣어둔 떡밥과 캐미봉지 그리고 쓰레기를 분리합니다.
그러다문득 넣어둔 야전삽이 없어짐을 알았습니다.
어제 허둥대다 그곳에 놓아두고 그냥 온모양입니다.
낚시20년동안 처음으로 제대로 놀랬습니다.
이제 혼자 낚시 갈수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몇일남지않은 오월의 따뜻한 일요일아침...
오늘은 애들데리고 집앞에있는 대모산이나 올라야겠습니다.
PS:그후로 보름후 친구녀석과 그자리를 다시금 찾아갔습니다.
그자리에 도착해서 열받아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제가 낚시했던 그자리에는 길다란 초코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분명 낮에들어갈때는 못보았는데 알고보니 그자리가 魚道였나봅니다.
초코 쳐놓은 사람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성질같아서는 칼로 전부 잘라버리고 싶었지만
그것이 초코주인의 생업일수도 있기에 그냥 참았습니다.
친구녀석 제 이야기에 한참을 웃습니다.
그자리에 놓아두었던 야전삽도 찾았습니다.
친구녀석에게 자리를 옮기자고 이야기합니다.
魚道를 막고있는데 무슨재주로 낚시를 하겠습니까.
사방이 돌아가며 초코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른자리로...
짧은생을 마감한 어린 영혼이 저세상에서 행복하기를 이자리를빌어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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