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붕어 > {052} 바둑 : 낚시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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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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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붕어
작성일 : 2006-02-28 10:11:31 / 조회 : 1,368 / 추천 : 0      

제목 l 원래붕어 > {052} 바둑 : 낚시사랑







대한민국 바둑 세계대회 23 연속우승
최고의 두뇌 스포츠인 바둑의 현주소 입니다

모든것이 레져나 스포츠화된 지금이야
어떤것을 해도 손가락질 받지않고
오히려 돈주고 배워야 되는 세상이 됐지만
불쌍한 저희세대는 바둑 하나만 해도 맘데로 두지 못했더랬죠

그놈의 공부가 뭔지...입시가 뭔지...
아버님에게 부서진 바둑판 숫자만 해도
양손가락이 모자르는군요...T_T

제가 바둑을 배운것은 어렸을적 어르신들이
동네어귀에 있던 큰나무 그늘아래서 두고 계실때
그분들의 어깨너머로 였습니다

어떻게 두는 것인지도 모르고 그저 바라만 보다
어느순간 이해가 되기 시작했었죠

점점 수가 늘면서 어깨 너머로 훈수까지 하게되고
그 훈수에 지신 어르신이

" 이 녀석 ! 나랑 한판 둬보자 ! "

하시길래 얼씨구나 하고 두었다가
도데체 몇집을 졌는지 셀수가 없었던게 저의 첫 대국 이었답니다

지고 못사는 제 성격상 당연히 연구에 들어갔고
당시 대학교를 다니시던 외삼촌에게 부탁해서
도서관에서 바둑책을 대출 받았었죠

7급 정도 두시던 외삼촌의 강의와
책으로 몇달을 공부한뒤
그 어르신에게 다시 도전하여 드디어 이길수 있었답니다
(아마 동네 10급 수준 이었을 겁니다)

그러던 제가 바둑이 급속히 늘수있던 계기는 대학시절 이었죠

바둑을 배우러 오던 여학생들이 써클에 많았기에...^^
거기다 군대 생활하는 동안도 실전을 쌓을수있는 기회가 됐었고요

그럭저럭 동네1급 정도 두던 제가 더이상 실력이 늘지 않은것은
타고난 기재도 없었을 뿐더러
거기서 부턴 전문적인 수업이 필요했기에...


파로호에서 장박 릴낚시를 하던 무렵 최대고민은
고기를 기다리는 시간 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후배나 친구들과 언제 어디서나 둘수있던
자석식 바둑판을 들고 다니며 지혜롭게 대처 했더랬죠

어쩔땐 낚시하러 온건지 바둑두러 온건지
앞뒤가 분간이 안간적도 있었지만요 ^^

제 글에 자주 등장하는 후배 아버님이 80년대 초에
성남시 고등동에 있던 대왕 저수지에서
사슴목장을 하시던때 입니다
(80년 중반에 물왕리로 옮기셨지만)

졸업반이던 그당시 그 후배네 집에
틈만 나면 놀러가서 대왕 저수지 잉어를 잡곤 했더랬죠

하지만 그곳은 그당시 낚시 금지구역 이었답니다

그런데 어떻게 낚시를 할수 있었냐고요 ?

처음 그곳을 간 저는 후배녀석에게 다짜고짜
대왕지로 낚시를 가자고 했죠

" 형 ! 저 저수지 낚시금지야 ~ "

" 잔말말고 나만 따라와 "

저의 대책은 일단 부딪쳐 보자 였습니다

도착 하자마자 릴대를 10대 던져놓고
대낚은 안편채로 관망하고 있었죠

관리인이 오면 몰랐다고 오리발을 내미려고 했고요

잠시후 요란한 모터보트 소리가 들린것 까지는 좋았는데
이 관리인 양반이 아주 노련 하시더군요

글쎄 물가에 대는척하며 저의 릴줄을 스크류로 감아서
다 못쓰게 만들어 버리는게 아니겠습니까 ?

갑자기 스크류에 감겨 10대가 전부 입질 온것처럼

드르륵 드르륵...T_T

" 여긴 낚시금지 구역이니 당장 나가쇼 ! "

속으로 이를 뽀드득 갈며 철수 할수밖에 없었더랍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냥 끝났으면 이글을 쓸 필요가 없겠죠 ? ^^

그 다음주에 복수를 위해 전 준비물을 챙겨들고
다시 후배 집으로 갔답니다

그 준비물은 바로 물레방아...
(따라락 소리 나는곳을 줄로 갈아서 소리를 줄였죠 ^^)

후배녀석과 모퉁이를 돌아서 물레방아를 10대 던져논뒤
줄은 물속으로 잠기게 하고 나뭇가지로 은폐까지 완벽하게 하고
일부러 관리인이 순시할때 잘보이는 나무밑 그늘에서
후배와 바둑을 두고 있었더 랬죠

역시나 조금 지나니 요란한 모터소리와 함께 등장한 관리인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낚시대가 없습니다

릴도 없습니다

줄도 안 보입니다

갑자기 무색해진 관리인은 저희를 보며

" 바둑두러 왔구먼 ~ "

" 예 ~ 집이 근처 라서 물가에서 시원하게 한판 하려구요 ~ "

그런데 관리인은 이상하게 되돌아갈 생각을 하지않고
저희 바둑을 구경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다 입질오면 큰일인데...라는 생각도 잠시
저와 후배는 다시 바둑 삼매경에 빠져 들었죠

" 아니 ~ 그 두점을 뻗어야지 ! "

저에게 9점 깔고 쩔쩔매던 후배녀석을
보다못한 관리인은 열심히 훈수하고...
하다 하다 안되니까 자기랑 한판 두자고 하더군요

실력이 3급쯤 되는것 같았습니다

" 올치 ! 잘 걸렸다 "

잡을듯 잡을듯 대마를 몰며 하여간 진땀을 나게 만들었습니다

어느덧 3판째...
중요한 곳에서 물러 달라더군요

두는동안 저번의 괘씸한 행동은 벌써 잊은 저는 물러 주었습니다

준것도 없는데 연신 고맙다는 소리를 하며
그판은 어찌어찌해서 그분이 이기셨더 랍니다

그런데 그순간 저의 귀에 들려오던 물레방아 차고 나가는 소리에
어색하게 웃으며 될데로 되라는 심정으로
한 50여미터 떨어진 물레방아로 뛰어가서는
걸린 잉어를 끌어내고 있었죠

" 어이 학생 ~ 그쪽은 수몰된 나무가 있으니 오른쪽으로 ! "

이상은 관리인의 말씀 이었습니다...T_T

그렇게 바둑으로 친해진 관리인 분의 양해아래
(올때마다 바둑 한판 둬주고 캣취 앤 릴리스 하는 조건)
.
.
.
.
.
도둑낚시는 그로부터 한 1년을 이어 졌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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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9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별☆ 
[2006-02-28 10:14:24]
[..***.] 		  
바둑 그까이꺼 대~충 검은돌하고 하얀돌 놓으면 대는거 아녀유?

어렵고도 어려운게 바둑이더라구요 ;;

쬐끔 배워볼라다가 포기........

-_-;;

호탁 
[2006-02-28 10:15:46]
[..***.] 		  
바둑..!!
두뇌 싸움의 최고 경지지요..!!
부럽습니다..
지는 오목 두는것도 머리가 무지 아프던데요..!!

찌와바늘 
[2006-02-28 13:10:47]
[..***.] 		  
저도 바둑은 국민학교시절 동네에서 어깨너머로 배운적이 있는데..
그것으로 끝이더군요.. 자꾸 지니깐 두고 싶지 않더구만요.. ㅎㅎㅎ

한살림 
[2006-02-28 13:18:45]
[..***.] 		  
잡기의 대가로 인정합니다.
별걸다하시네 암튼...
대왕저수지면 울집에서 십분거리네요.
저도한동안 저녁먹고 줄창나게 다니던 기억이납니다.

개포도사 
[2006-02-28 15:50:16]
[..***.] 		  
원래붕어님! 좋은글 늘 즐감하고 있습니다.

바둑얘긴가 했더니 종착역은 역시 낚시군요.

바둑은 어떻게 배웠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지요.

더더욱히 바둑을 가르치는 것은 쉽지가 않지요.

나도 국민학교 때 선친께서 바둑 두시는걸 어깨너머로 보고 배웠죠.

13급쯤 되니까 五宮桃花, 梅花六宮 같은 것들을 가르쳐 주시더군요.

바둑환경은 좀 좋았다고 할까요.

그러나 아버님은 낚시는 손방이쎴더랬지요.

나는 낚시에 관한 한 외탁을 했나 봅니다.

원래 성격이 어느것에 미쳐버리는 성격이 아닌지라 기력이 급진적으로 향상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바둑을 즐겨해서 계속 두니까 20대 중반까지는 棋力이 조금씩

향상되더군요. 그 후로는 늘기는 커녕 세월이 감에 따라 棋力이 쇠하더군요.

언제 한번 뵙게되면 手談을 즐겨볼 기회가 올런지...

그러나 붕어와의 手談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물고49 
[2006-02-28 18:13:36]
[..***.] 		  
저두 섬에서 고참들한테 바둑좀 배우려다..
워낙에 담배가 귀한곳이라 감당하기 힘들어서 포기했었죠..줄담배.?
오랜시간 어디 다녀오셨는가봅니다
안계셔서 이곳이 좀 썰렁했었습죠...건강하시죠 형님!
봄날 햇살에 형님뵙기를 원하고 있습죠

풍기빅비 
[2006-03-02 17:00:20]
[..***.] 		  
잡기의 대가......저도 인정합니다.
저는 바둑 대신 장기를 배웠습니다.
역시나 몰래 낚시......잼나지요~ ㅋㅋ

서학천 
[2006-03-06 10:58:28]
[..***.] 		  
간만입니다
얼음이 녹으면 한번 나가시지요
건강하시구요

붕애송이 
[2006-03-08 11:03:05]
[..***.] 		  

어렸을 때부터 배우려다 인연이 아니어서인지....
이제는 봐도 잘 모릅니다. 몇몇 용어는 알았었는데....쩝.
음...원붕님보다 제가 더 잘하는 잡기는 무엇이 있을라나...
가만히 생각해보아도 답이 없구먼유. ㅋ....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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