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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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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팅만 계속하니까 횐님들한테 빛진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나는 추방에 올라온 글로 즐거운데 내가 추방에 한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즐거움에 동참
하지 못하는 내 주제비가 늘 부담으로 다가왔지요.
작년 ㅇ ㅋ붕어가 유로화로 선회할 즈음에 안동 어뱅이님께서 축구 경기를 구경하는
사람과 직접 운동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뛰는 선수들과는 같을 수가 없다고
하신 말씀이 언뜻 생각이 나더군요.
용기를 내서 리플도 달아보며 워밍엎을 했지요.
조금이라도 빛을 갚아보려는 심정으로요.
사실 1980년 이후로 편지는 물론 글을 써본 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 전에는 일기도 여러해 쓰고 편지도 자주 쓰는 편이었는데...
각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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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 찌그러져서 표면이 쭈글쭈글한 노란 양은 술주전자를 들어서 아저씨가 내민
술잔에 막걸리를 가득 따랐지요.
단숨에 쭈욱 들이키더니 수염도 없는 턱을 쓱 문지르더군요.
"내가 오늘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한 비밀인데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낚시의 비방이지.
느네들 땡뜬거야 운이 되게 좋은 놈들이라구!
그렇지않아도 타지에서 저녁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했는데 느네들을 만나서 잘 됐다.
우선 술 한 잔 더 딸아라."
찌그러진 주전자를 들어서 술잔에 따르는데 채 반도 안차서 막걸리가 떨어지더군요.
"아줌마! 여기 막걸리 한 되 더 주세요."
아줌마는 보이지 않고 내실 쪽에서 아줌마 목소리만 들려 오더군요.
"학생들이 퍼다 먹어. 뒤에 술독 있는데 알지?"
친구놈이 문을 열고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땅 속에 묻혀있는 술독에서 막걸리를 한 주전자
가득 떠가지고 오더니 아저씨 술잔에 넘치도록 따라 주었지요.
아저씨는 단번에 바닥까지 비우고 나더니 트림을 크~윽 하더군요.
친구놈이 얼른 아저씨의 잔에 술을 치더군요.
"이 비방은 내가 존경하는 우리 사부님한테서 전수 받은 것인데...
내가 한 때 파로호로 낚시를 자주 다녔는데 그 때 사부님을 뵙게 되었지.
그 분은 낚시의 달인이셨어.
그 분은 당신이 잡은 잉어 비늘로 헤라(구두주걱)를 만들어 쓰셨지."
우리들은 금방은 그 뜻을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머리가 팽팽 돌아가던 시절이라 잠깐
후에 그 말이 우리들이 어렵지않게 붕어를 잡는 것 처럼 아저씨의 사부되는 분께서도
어마어마하게 큰 잉어를 힘들이지 않고 잡는다는 표현의 한 방식인 것을 알게 되어었지요.
우리들은 말은 안해도 속으로 이거 구라가 너무 쎈거 아니야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아저씨는 옜날을 회상하듯이 천정을 쳐다보고 있더니 다시 한 잔을 쭉 들이켜더군요.
그러더니 예의 그 폼으로 맨숭맨숭한 턱을 쓱 문지르더군요.
우리 식탁 위엔 안주라곤 짠지 밖에 없었지요.
아저씨의 얼굴이 뻘게지면서 취기가 도는 것 같았지요.
"붕어가 월척이 되려면 한 십년 쯤 걸리는데 사람으로 치면 환갑 쯤 되는 나이라고 볼 수
있지.
산전 수전을 다 겪었다는 뜻이지.
이런 놈을 잡을려면 낚시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 정숙을 유지해야 가능하지.
한 십년 쯤 더 자라면 50~60cm정도로 커지는데 이런 놈들을 대물이라고 하지.
다시 한 십년 쯤 더 지나면 그 때는 크기는 별 변화가 없고 붕어의 모양이 변하게 되지.
이런 놈을 괴어라 부르는데 나도 딱 한 번 잡아본 적이 있었지."
아저씨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더니 단숨에 또 한 잔을 날려버리더군요.
우리들도 앞에 있던 잔을 단숨에 마셔버렸지요.
"보통 붕어들은 낚시꾼에게 잡히지 않고 천적에게 잡혀먹히지만 않으면 대물까지는 클
수 있지.
그러나 괴어가 되기는 어려운 것이지. 서식여건이 맞는데가 극히 없기 때문이지.
물 밑 바위에서 솟아나는 석간수가 있는 곳에서만 괴어가 살 수 있지.
이 놈은 이 석간수를 먹고 사는거야.
이런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는 붕어는 괴어가 되기 전에 자연사하게 되는거지"
우리도 이제는 몇잔씩 마신터라 정신이 알딸딸해지고 있었지요.
그리고 아저씨 얘기는 약간은 허풍이 섞여 있는 것 같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진짜 같기도
하고 하여간 처음 듣는 얘기라 흥미가 진진했지요.
"내가 놈을 끌어내놓고 보니까 정말 소름 끼치더군!
눈이 툭 불거져 나와 있었는데 꼭 두꺼비 눈 같았지.
등엔 이끼가 퍼렇게 끼어 있었지.
몸은 얼마나 단단한지 왠만한 칼로는 상처를 입힐 수가 없을 것 같더군.
마치 장수가 갑옷을 입고 있는것 같았지.
그 때 내가 쓴 미끼가 우리 사부께서 전수해 주신 비방이었지."
아저씨는 목이 타는지 또 한 잔을 시원하게 털어넣더군요.
그 때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미끼 - 떡밥, 지렁이, 원자탄, 짜게, 피래미, 새우,
방아깨비, 땅강아지, 베짱이, 미꾸라지 - 들을 속으로 뇌이며
아저씨의 다음말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아저씨는 들릴락 말락 작은 소리로 말했지요.
"내가 쓴 미끼는 제비고기였지."
- 뚜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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