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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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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중순쯤 토요일 날이다.
늦잠이 없는 탓으로 새벽4시에 집을 나서서 언제나 가는 꽃골지로 갔다.
아직 물이 차가우니 제방 옆에 긴 대를 펴고 케미를 꺽어 놓고 떡밥을 달았다.
행여나 해서 지렁이를 한 마리 꿰어서 옆으로 한대를 펼쳐 놓기도 했다.
지난해 이맘 때쯤 제방옆에서 월척을 한마리 건졌으니....
먼동이 희미하게 터도록 찌는 잠에서 깨어날 줄 모른다.
길위에 차가 서더니 내 뒤로 터벅터벅 누군가 걸어오기에 뒤를 돌아보니
제방위에 30대 초반의 젊은이가 손에 낚시대를 하나 달랑 들고
한 손에는 쿨러를 들고 나를 바라보고 서 있다.
"아저씨, 입질이 오니껴?"
"아니 말뚝이야."
"거기는 낮에는 안 되니더, 건너편 산밑으로 가야 되니더."
그리고는 제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 야, 임마! 나도 이 못에 3년째 단골이야. 잘난척 하지마,
작년에도 여기서 월척을 잡았어!
붉게 타오르는 동녘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 젊은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건너편 산밑으로 갔으면 여기서 보이는데...
무너미에 앉았나?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저수지 가운데로 유성처럼 케미가 휭 날아가고 있었다.
- 몇칸대가 저렇게 멀리 날아갈까? 30미터는 넘게 날아가는데....
그러기를 여러번,
밤중에 대포알 날아가듯 포물선을 그리면 찌가 새벽 하늘을 날으고 있었다.
입질도 없고 궁금해서 슬그머니 제방을 따라가 보았다.
제방 가운데 갈대속에 움크리고 앉았는데
뒤에 있는 쿨러에는 8~9치의 통통한 붕어가 3마리나 들어 있었다.
- 우쉬, 나는 2시간 동안 입질도 못 받았는데, 30분도 안되었는데 젊은 넘이...
낚시라면 남에게 지기 싫은 어뱅이 자존심이 팍 상했다.
"아제, 몇 칸대요?"
"두 칸대니더."
"뭐시라! 두 칸대가 그렇게 멀리 날아간다고?"
"야, 릴을 달았니더."
2절 받침대위에 놓인 2칸대 낚시대는 조그마한 릴이 달려 있었다.
30미터나 멀리 들어간 찌의 케미가 깜박이더니 살며시 올라왔다.
여지없이 챔질을 하고 릴링을 하니 8치가 파닥거리며 나왔다.
"아제야! 중층으로 하는기요?"
어뱅이 말투가 부드러워진다.
"아이니더, 전층이라요. 내림 2봉인데 밑바늘만 바닥에 닿고, 윗바늘은 떠니더."
"지렁이 달았는기요?"
"떡밥이라요, **텐."
젊은이는 단차가 7~8센티는 되는 바늘을 보여주더니 떡밥을 콩알만하게 달더니
머리위로 채비를 날리는데 정확하게 그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수심을 우째 맞췄는기요?"
"마, 저수지 마닥은 어느정도 내려가면 평평 안 해지는기요. 몇번 던져보면 바닥을 아니더."
조금 멀리 던졌다 싶으면 채비가 내려갈 때 살짝 감아서 놓으니
긴 찌의 케미불이 언제나 일정하게 끝만 보였다.
그리고는 연신 8~9치를 끌어내고 있었다.
그의 채비는 막대찌를 이용한 바다 찌낚시와 꼭 같다.
다만 바다는 채비를 띄우니 별 문제가 없지만
민물이라 바닥에 채비를 닿게 하려면
똑 같은 장소에 채비를 던지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날씨가 추워서 고기들이 깊은 곳에서 놀아요.
지렁이를 달아서 릴을 던졌더니 입질을 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떡밥용 찌낚시를 개발했는데 솔솔찮게 잘 나오데요.
채비를 날리기 편하게 찌가 조금 큰 걸로 해야 하고 봉돌이 1.5는 돼야 되니더.
원줄은 2호고요, 목줄은 1호줄에 7호 바늘이 좋니더."
50년 낚시 경력을 자랑하는 어뱅이가
30대 초반의 젊은 고수에게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다.
초봄이나 늦가을에 수온이 내려가서 붕어들이 깊은 곳에서만 놀고
입질이 예민해서 텐종류의 떡밥만 입질을 할 때
한번 사용하면 좋을 것 같은 채비법이다.
나이만 자랑하지 말고, 경력만 자랑하지 말고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채비를 꾸며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년 봄에는 나도 한번 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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