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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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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6-06-05 12:32:25 / 조회 : 1,626
/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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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놈의 붕어가 이리도 감자에 입질을 해대는거야?"
준비해간 감자 다섯관이 월척급 붕어들의 잦은입질에 이미 동나버렸다
딸랑 거리는 방울 소리 한번에 주먹만한 감자 하나씩이 없어지던잉어낚시에서
간간히 입질해주던 대물붕어가 쏠쏠한 재미를안겨주었지만
내심 큰 손맛을 기대하던 잉어꾼에게는 그리 달갑지 만은 않았다
삼일째 접어든 잉어낚시였지만 감자만 허비했을뿐 별반 조과없이감자를 바닥내고 말았다
붕어등살에 원자탄같은 깻묵가루는 엄두가 나질 않았고
어딜가서 감자를 구해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였다
날이 밝아오자 동네 어귀로 걸어들어가서 감자를 구입하기로 하였다
이집 저집 기웃거리면서 감자를 구해보려 해도 거의가 텅빈 시골 아침은
한적하기만 하였고 빈집을 뒤질수도 없는일이라 답답하기만 했다
파란 양철 지붕이 보이는 집 모퉁이를 돌아서 대문에 이르렀을때
나는 몸을 움직일수가 없었다 집앞마당 우물가에서 세수하고있는
묘령의 아가씨를 보고야 말았다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비누거품을 열심히 비벼대는 얼굴밑으로
벌어진 옷틈새가 보이며 그 가운데로 남자의 숨을 멎게할 계곡이 살짝 보인다.
더이상 발걸음을 움직일 용기도, 아니 이대로 멈추었으면 하는 사내의 바람인가
고개를 숙여 얼굴에 비누칠을 지우려할때마다 그 틈새로는 뽀얀 우유빛 살결이
나를 이상야릇한 상상에빠지게 해왔다...
제발 저 거품이 그녀의 얼굴에서 지워지지 않기를 .....
나의 상상은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조각나 버렸고
어머!..
놀란 그녀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난 어쩔줄몰라 했고 이내 뒤돌아서서
옷을 추스리는 그녀의 곡선만 바라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감자좀 구해볼까 하고 기웃거렸습니다".
뒤돌아 서서 수건으로 얼굴을 가릴듯 하더니 목선 밑으로 수건을 펼쳐들고
내게 되물어온다. 감자요?
저희 집엔 씨감자 밖에 없는데요". 그거라도 드릴까요?
민망해 하는 나를 안심시키려는듯 살포시 미소지으며 말하는 그녀의 얼굴은
촌에서 좀처럼 보기힘든 도시적이고 세련된 미인이었다.
이제 막 허물을 벗은듯한 잠자리 날개 같은 얇은 겉옷으로 그녀의 몸매가 비쳐보인다.
아닙니다! 제가 어찌 씨감자를 달라고 하겠습니까"
그냥 다른곳에서 구해 보겠습니다" 말하고 뒤돌아서는데...
등뒤로 그녀의 음성이 들렸다.
감자는 뭐 하시게요?...배고프세요?
아! 아닙니다" 저 밑에 저수지에서 낚시하는 사람입니다만,잉어 미끼로 쓸려구요"
잉어미끼요? 예"..잉어가 감자를 잘 먹더라구요"
그럼 이만"...가벼운 목례로 친절했던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그렇게 되돌아섰다.
점심 무렵 되었을까..
간혹 딸랑 거리는 소리라도 나면 더 큰 방울 소리로 커져가길 바랬고
늘 같은 정도의 소리로 봐선 고만고만한 붕어가 입질을 하는것 같았다.
얼마후 동네 어귀로 들어오는 버스 한대가 보였다.
그버스에서 촌로 몇분이 봇짐몇개를 들고 내린다..
잠시후 한 아가씨가 내리는데..(아침에 봤던 아가씨네...)
손에는 무거운 무언가를 들고 내리는데 그녀의 발걸음은
점점 우리쪽을 향하고 있었다.
저기여"......
예??"
이거좀 받아주실래요"....한걸음에 다가간 그녀는 무언가를 내미는데
감자예요"....
아니? 이걸 어떻게?.....
그녀의 이름은 진희(가명)라고 하였다
휴가를 맞아 시골에계신 부모님댁에 쉬러 왔노라며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도 쉽게 마음을 여는 그런 심성을 갖고있었다.
당시 내겐 사랑하는 아내가있었기에 나의 중심을잡을수 있었지만
그녀의 서글서글한 성격과 해맑은 미소를 보고있노라면
가정을 포기할수도 있을것 같다라는 흔들림을 발견할수있었다.
그런 미모의 아가씨가 베풀어주는 호의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는데
며칠동안 김치도없이 라면만 먹었더니 속이 영 개운치 않았고
그녀에게 이왕 신세 지는거 김치도 줄수없냐 했더니 흔쾌히 허락하였다.
그날 저녁은 오랫만에 김치를 곁들인 밥을 해먹을수 있었다
바람에 별빛이 흔들 거리고 시원한 여름 밤이 내린다
멀리서 부터 바람을 타고 풍겨나오는 여인의 향기는 진희란걸 알수있었다.
며칠간의 만남과 간단히 곁들인 술몇잔에 그녀는 자기직업을 고백해 주는데
저" 술집 나가요"
의외였다!.
놀랄줄알았던 내자신도 그녀의 좋은 모습만 봐서 그런지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고, 아무렇치 않은듯 그녀를 대했다.
여자의 과거는 용서해도 못생긴건 용서가 안된다는 외모지상주의에
나역시나 물들어 갔었나보다.
매일 아침과 낮에 수시로 저수지를 들락 거리며 해맑은 미소를 던져주던
진희의 과거와 직업은 아무런 부담도 되지않았고 그저 좋은 인상과 호감으로만
그녀를 대했었다 . 마지막 밤 별을 보며 별자리를 찾던 기분좋은밤
그녀의 머리가 내어깨에 떨어지고 그녀의 촉촉한 입술이 내입술과 부딪혔고
그녀의 농익은 육체가 내게 주어졌다. 아름다움은 아무 죄의식조차 없게 만들었다
일주일간의 휴가동안 그녀와 지낸 낮선 여행아닌 여행은
아름다운 수채화 처럼 그려질뿐이었다.
.
그렇게 기약없는 이별을 하였고 행여나 길에서라도 만날까
비슷한 아가씨를 유심히 쳐다보는 습관 마저 생겼다.
간혹 아내의 세수하는 모습을 보고있노라면...(넌 몸매두 아니다)
음욕적으로 보던 진희의 심산계곡이 그려지곤하였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일년쯤 지나서 다시 그저수지를 찾았고 문득 그녀가 생각나서
그녀의 집을 기웃거려보았다..젊은 여자가 있는듯한 흔적은 찾을수 없었고
용기를 내어 집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지나던 노파의 한마디가 들려온다.
" 그집 아무도 없어요"
"할머니 !"
먼저 여기 살았던 진희 라는 아가씨는 잘있나요?"......
이사 했나요? 라고 묻자
할머니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응" 그집 큰딸?....걔..얼마전에 죽었다우"
쯧쯧...너무 이쁘고 착했는데 ....무언가 더 말할게 있는듯한 할머니
나를 한번 보시더니 이내 말을 참으시고 되돌아섰다
할머니! 왜요? 왜 죽었답니까?
"그건 말못해".... "혼자 죽은겨"......
감자가 익었나 젓가락으로 찔러 보았다...
젓가락이 제법 들어가는걸로봐서
잉어미끼로 쓰기에 좋을 정도로 삶아진것 같다
아깝다고 혀를 차는 친구놈을 등뒤로 하고 돌아서서 잘익었슴직한
감자하나를 꺼내어 입에 베어물었다...
"바보 같은년"....
"병신같은년".....
조금의 공간도 없이 감자를 처넣은 입속으로 중얼 거린다.
콧잔등이 시큰해지더니 어느새 눈에는 뜨거운 이슬이 흐르고 있었다.
"바보같은년".....
"병신 같은년"......
언덕너머 외로워 보이는 소나무 한그루가 눈에들어왔다
그 언덕길 너머로는 ,삶에 힘겨운듯 코뚜레를 꿴 황소 한마리가 보였다
흙먼지를 풀풀 거리며 한적한 시골언덕을 소가 넘어가고 있는게 보였다
그녀와 걸었던 그길로 ....... 소가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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