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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행의추억
추석연휴, 마음이 한가해 낚시를 갔더니 여자지는 물이 절반으로 줄었고 이리저리 헤메다 갈 곳이 없어 병산서원에 들렸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방문객도 없고 고즈녁한 풍경이 좋아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낙동강물은 유유히 흘러 하회마을로 들어간다. 서애(西涯) 유성룡(柳成龍)은 당파싸움에 환멸을 느끼고, 스승인 퇴계선생처럼 서당을 지어 후학을 기르고 싶었다. 하회마을 서쪽 언덕에 서당을 짓고 싶어 號를 西涯라 하였다. 그러나, 선조가 허락지 않아 임진왜란을 맞았고, 영의정의 대임을 맡아 어려운 여건속에서 나라를 구하는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전쟁말렵, 반대파에 의해 탄핵을 받아 삭탈관작이 되어 서울에서 안동까지 먼 길을 걸어와 학가산 자락에 초가집을 짓고 여생을 마치었다. 병산서원은 후세 사람들이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서원을 짓고 배향(拜香) 하였다. 병산(屛山)은 서원앞에 있는 산이 낙동강을 끼고 병풍처럼 둘러 서 있다고 지어진 이름이다. 붉은 백일홍이 가을햇빛에 마지막 열정을 태우고 있는 서원은 찾는이 없이 고즈녁하다. 뒷뜰에도 가을의 햇빛이 조용히 내려 앉았다. 만대루, 서원 앞에 높게 지은 마루다. 앞으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자연을 벗삼아 호연지기를 길렀던 곳이다. 유홍준님은 만대루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아름답다고 한다. 아침에 바라보는 만대루도 아름다웠다. 서원 옆에 있는 해우소. 옛사람의 지혜가 보인다. 강가의 노송은 말없이 서 있고, 강물은 소리없이 흐르고 있었다. (2006년 10월 5일 병산서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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