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행의추억
|
- 본 게시물을 무단 다운로드, 도용, 인용, 링크 금지.
|
HOME >커뮤니티 >조행의추억 |
 |
|
 |
|
이야기는 한 50 여년 저쪽으로 거슬러가야겠다.
학교 들어가기 전 이니까 6~7 세 때 쯤인가 보다 동내에 나한테 증조부항렬이 되시는 분이 계셨는데 지금 살아계시면 80대 중반 쯤 되리라.
택호가 돌밭할배 였는데 한문으로 하면 石田 이라고 한다. 경부선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약목이라는 역이 있는데 그 근처가 석전이라고 하는데 거기서 할머니가 시집을 오셨기에 돌밭할배라고 했다.
이 양반은 평생을 농사일이나 힘든 일 이라고는 해 본적이 없다.
그렇다고 딴 잡기에 능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오로지 낚시하나는 도사 급이셨다.
가끔 우리 집에 들어와 조부님 심부름을 다니셨는데 그 일이 끝나면 때는 이때다 하고 연당에서 낚시로 하루를 보내는데 때가 되어도 집엘 가시지 않으니 자연 우리 집에서 끼니를 해결 할 때가 많았다.
그런 돌밭할배가 나를 슬슬 낚시꾼으로 인도를 하셨는데 나중에 생각을 하니 다른 꿍꿍이가 계셨던 것 같다.
조부모님께서 일찍 세상을 뜬 며느리 때문에 우리들을 키우셨는데 물가에 가면 물에 빠질까봐 걱정이시고, 산에 가면 떨어져 다칠까봐 걱정이시니 집안에만 있어야지 잠시만 안보여도 찾아서 난리가 나곤 했으니 어디 나가 놀 엄두를 못 내었는데 그 탈출구가 이 돌밭할배 였었다.
조카뻘인 우리조부님께 돌밭할배는 “사랑어른”이라고 부르셨는데 “사랑어른 뿌구리 데리고 강에 가서 고기 잡아 오겠습니다!” 고 여쭈면 만사가 형통이 이었다.
해거름에 낚싯대하나 달랑 들고 삿갓을 가지고 강가에 가면 온 수면이 피라미로 뒤덮여 강물이 한자정도는 높아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피라미가 물위로 뛰어오르는데 정말 물은 보이질 않고 반짝거리는 피라미 비늘들이 하얗게 강을 뒤덮은 장관은 아직도 잊혀지지않는 그 때의 추억이다.
파리낚시라고 했다.
노란 바늘에 털이 달렸고 은단 크기의 구슬이 달린 바늘인데 그 바늘위 한자쯤 되는 곳에 수수깡으로 만든 한 치 정도 되는 눈표가 달린 낚시인데 그 낚시를 머리위로 쉐~~엑!돌려서 하류 쪽에 착수를 시켜서 촥!촥! 액션을 주며 상류로 끌면 피라미가 물고 그 눈표가 물속으로 잠기는 찰나에 휙 하고 채면 피라미가 공중에 데롱데롱 매달리고 그 피라미를 왼손에 들고 있던 삿갓으로 받아내는 것이다.
상류쪽으로 줄 길이 만큼 갔다가 물지 않으면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360도 돌려서 쉐~~~엑!촥! 촥! 촥! 이런 소리가 계속 되면 왼손에 잡힌 삿갓의 공중잡이가 점점 신이올라 춤을추곤 했다.
나는 삿갓으로 받은 파리미를 가져 와서는 어롱에(산에나는 줄기가 3~4 미터 나가는 긴 풀을 엮어서 둥그렇게 만든) 넣는 게 임무인데 첨엔 한 마리,두 마리 하다가 좀 지나면 몇 마리인지도 모르고 그저 돌밭할배와 어롱사이만 쪼그만 뿡알이 딸랑딸랑 소리가 나도록 뛰어 다니다 보면 해가 설핏해지고 어롱에 고기가 가득차고 그 고기를 가지고 집에 돌아오면 나는 꿈같이 강가에서 하루해를 보내며 놀았고 돌밭할배는 저녁한끼를 해결하시는 그런 공생관계가 계속 되다 보니 나도 낚시를 해봐야 겠다 싶은 생각이 모락모락 생겨서 대구 볼일 보러 나가시는 할아버님께 낚시바늘 사다 주십사고 졸라서 바늘이 생겼고 대밭에 수두룩한 대나무를 잘라서 돌밭할배가 짚불에 굽고 걸레로 곧게 펴고 처마 끝에 매달고 그 장대 끝에다 머리통만한 돌을 달아 두었더니 며칠이 지나서 드디어 짤막한 내 낚싯대가 생겼다.
드디어 첫낚시를 연당에서 실습을 하는데 그 채비를 보자.
두칸쯤의 대나무 낚싯대, 수수깡을 한 뼘쯤 잘라서 그 끝을 불에 그슬리고 거기다 장닭 꽁지를 하사계급장(V) 같이 만들어서 끼우고 명주실에다 그 수수깡을 끼우고 바늘에다 거름밭 에서 캐낸 지렁이를 달았다.
비스듬히 누운 수수깡 찌가 쏙! 하고 물속으로 들어가면 벌떡 일어나며 힘껏 채면 내 고무신보다 더 큰 붕어가 올라오는데 그 황홀함이란 이루 표현을 못하겠더라.
얼마나 열중을 했으면 밥 때도 모르고 하다가 억지로 끌려가다 싶이 해서 점심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하루 종일 그 자리에서 연잎을 따서 머리에 쓰긴 했지만 온몸이 땀범벅이 되도록 앉아있었더니 그날 밤엔 수영을 할 정도로 쉬야를 해서 소금을 얻으러 동네 한 바퀴 돌고 와서는 다시 그 자리에 앉아 돌부처가 되다 싶이 한 나날들이 계속 되니까 할아버님께서 내 낚싯대를 감추시기에 이르렀다.
울고불고 낚싯대를 찾아다니다가 못 찾으니 밥도 먹질않고 헛소리를 할 지경에 이르니 할아버님도 할 수 없이 낚싯대를 주시면서 “하루에 다섯 마리만 잡아라.” 는 명을 내리시는데 낚싯대 찾은것만 좋아서 “예” 하고 연당에 갔는데 넣으면 나오는 고기인데 금방 다섯 마리를 잡고 연당 가에서 목 놓아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 낚시터의 범위가 점점 넓어져 돌밭할배와 강에 까지 진출을 했는데 옆에 앉아서 같이 하는데도 돌밭할배는 연신 잡아내는데 나는 하루 종일 한 마리도 못 잡는 나날이이어지고 드디어는 이 돌밭할배가 나만 안 잡히는 자리에 앉혔는 갑다 싶어서 날보고 앉으라는 자리엔 앉질 않고 다른 자리에 앉아 봐도 역시 꽝만 계속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유는 찌에 있었다. 연당깊이에 맞쳐놓은 찌가 강물에 쓸려 내려가서 대가 완전히 휘여 졌는데 자연히 바늘도 물위에 떠있게 되니 입질이 있을 리가 없을 수밖에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건 그 이유를 아셨을 터인데 고쳐주지않은 돌밭할배 이었다.(아마 내가 더 많이 잡을까봐 그러셨나?)
여름 내내 강가에서만 지냈으니 얼굴은 새카맣고 눈만 반짝반짝하는 검둥이가 된 건 두말할 것도 없고 내 낚시실력도 점점 늘어 할아버님 밥상에 고기반찬은 떨어지지 않았으니 그것도 할아버님, 할머님에 대한 효도 였느니 하고 아직도 위안으로 삼고 있다.
그렇게 두해 여름인가를 강가에 앉았다 보니 학교에 갈 때가 되어 10 리길을 걸어 다니는데 그 중간에 아주 큰 도랑이 있었다.(하빈 수로라고 하는데 지금도 장마 후엔 멀리 서울까지 소문이 나서 심심찮게 서울차가 보이곤 한다.)
낚시에서 본격적인 고기잡이로 진출하는 시기였다.
오전 수업이 끝나면 도랑에서 고기 잡는 재미로 해가지는 줄도 몰랐으니 집에서 사람들이 나를 찾아 온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때는 참 고기도 많았다 붕어, 메기는 기본이고 참게, 자라 학꽁치같이 생긴 고기 등등
참게구멍에 손을 넣어 게를 잡다가 게한테 물려 울었던 기억, 모래밭에 자라새끼가 알을 깨고 나오는걸. 잡느라 온 모래사장을 파헤쳤던 기억, 장마 후 금방 부화한 올챙이만한 메기 새끼가 다리에 새까맣게 붙어있던 기억, 그 중 가장 재미있는 고기잡이는 흐르는 물에 가로로 두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밑의쪽 다리밑을 살살 파내면 물길이 터지고 모래가 소용돌이 치며 흐르면 그 흐려진 물을 따라 고기가 모여드는데 몇 마리는 용감하게도 다리밑 터널을 지나 두 다리 사이에 모이는데 그때 살금살금 다리를 오므리면 허벅지 밑으로 고기가 끼게 되는데 다리밑의 모래를 파내고 한 마리씩 잡아내던 놀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면 조그만 도랑의 물을 품어내고 고기잡던 신나던 시절들도 서울 생활이 시작되며 내 유년시절의 고기잡이 내지 낚시질은 그 막을 내리고 중학교 여름방학 때 집엘 내려오면 숙제고 공부고 모두 뒷전으로 몰아붙이고 강가에서만 놀다보니 그렇잖아도 촌에서부터 뒤로만 맴돌던 성적은 한 계단도 오르지 못하는 시절들만 계속 됐었다 .
그런 시절이 계속 되다가 대학 시절 때 떡밥낚시를 배우면서 새로운 낚시 세계를 맛보게 되었다.
손가락에 쥐가 나려고 하니 다음에 떡밥낚시 사부님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
|
* 가끔 광고를 클릭해 봐 주시면 낚랑 사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
|
|
|
|
| 133 | | 유곡천 의 추억. (10) | | 뿌구리 | | 11.01.20 | | 5,540 | | | | 132 | | 여담 (12) | | 뿌구리 | | 11.01.17 | | 4,370 | | | | 131 | | 오랫만에 들렸습니다. (54) | | 뿌구리 | | 10.11.12 | | 4,636 | | | | 130 | | 님들 주소 좀 알려주세요!! (15) | | 뿌구리 | | 10.06.23 | | 2,874 | | | | 129 | | 어머니의 사랑. (6) | | 뿌구리 | | 10.05.09 | | 2,678 | | | | 128 | | 釣友 이사장. (7) | | 뿌구리 | | 10.04.11 | | 2,899 | | | | 127 | | 一場春夢 (8) | | 뿌구리 | | 10.03.09 | | 3,895 | | | | 126 | | 사월이! (8) | | 뿌구리 | | 10.02.04 | | 4,040 | | | | 125 | | 不倫. (9) | | 뿌구리 | | 10.01.16 | | 6,049 | | | | 124 | | 낄~~낄. (10) | | 뿌구리 | | 09.12.30 | | 6,519 | | | | 123 | | 재탕. (6) | | 뿌구리 | | 09.12.11 | | 5,921 | | | | 122 | | 퍼온 글. (5) | | 뿌구리 | | 09.11.27 | | 4,947 | | |
|
|
|
|
|
|
|
|
|
|
|
|
|
알림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