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8년 전의 일이다.
추석이 막 지나고
큰비가 내려서 임하댐 물이 불어나고
물가에 있는 밭으로 물이 들어오면서
그 곡식을 먹으러 나온 대물붕어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었다.
내가 자주 들락거리던
홈에 글을 올렸더니
간혹 꼬리들을 달아주어
아디만 낯익은 회원이 장소를 물어 왔다.
전화로 대충 장소를 알려주었더니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번 주말에 한번 오겠다고 했다.
그 때는 대구에 근무를 하고 있어 토요일 퇴근을 하는 동시에 급히 안동집으로 와서
밤낚시를 간다고 하니 마누라의 시선이 곱지가 않다.
게다가 오늘 친구가 낚시를 왔으니 술이라도 한 잔해야 하니 찬장에 있는 양주 한 병과
안주를 좀 챙겨달라고 했더니 말릴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는지 마누라가 주섬주섬 담아서
쇼핑백에 담아 주었다. 나는 바쁘게 낚시준비를 하느라 무슨 술을 챙겼는지 알지 못했다.
불이 나게 달려서 임하댐으로 갔더니 낚시꾼의 귀는 얼마나 밝은지,
긴 상류의 호수자락에는 사람이 가득이 차 있어 수백명이 되는 듯하니,
그 많은 사람중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 차를 세워 놓고 전화를 했다.
통화를 하지만 누군지 알수가 없어 "손을 한번 들어보시요." 하고 했더니
바로 내 발밑에서 손을 번쩍 들었다.
처음 만나지만 오랜 친구같이 느껴지는 것이 넷상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그래서 채팅을 하던 남녀는 처음 만나도 아무런 망설임없이 모텔로 들어 간다는 말도 있다.
인사를 나누고 같이 낚시를 하고 싶었으나 그 주변은 찌하나 세울 틈이 없었다.
또 그 분은 친구 두 명이 같이 와서 적적하지 않을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나는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하고,
들고 온 쇼핑백을 그에게 전해주고 잘 놀다 가라고 하고 헤어졌다.
"우리도 소주를 많이 들고 왔는데...."
쑥스러워 하는 그를 뒤로 하고 나는 이리저리 터를 찾다가 마땅한 곳이 없어
그냥 바람만 쐬다가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고 말아, 그를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 친구는 친구들과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저녁을 먹었단다.
- 야,소주 한잔 하자.
- 그래, 아까 어뱅이가 주고 간 소주 먹자.
- 우리꺼도 안 있나.
- 그래도 선물주는 긴데...
- 이거 발렌타인 17년산 아이가?
- 맞다. 여기 호주산 육포도 있네.
- 니 어뱅이하고 사귄지 오래 됐나?
- 아이다, 오늘 첨 봤다 아이가!
- 그러머 친구가?
- 아이다, 회원이다. 아이가!
- 너거 회원들 이상한 사람들 많네
어뱅이는 사위가 호주로 신혼여행 갔다가 선물로 가져온 양주를
실수로 먹지도 못하고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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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행의추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