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뱅이가 몹쓸병에 걸렸다.
평소에 건강에 남달리 자신이 있어 소주를 마셔도 젊은 친구들과 어울려 지지 않았고.
등산을 가더라도 20~30년 젊은 친구들에게 뒤지지 않았으며, 밤낚시를 가도 끝까지 버티는
체력을 남들이 부러워하기도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은 타고난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어머니를 닮아 호홉기가 나빠 감기가 들면 기침부터 먼저하는 습관이 있었고,
아버지는 내가 군에서 첫번 휴가를 나왔을 때 신장결석 수술을 하여 휴가기간 동안
병간호만 하고 간 경험이 있기에, 아버지를 닮아 신장이 나쁠 것이라는 심증만 있었을 뿐
별다른 증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스로 사주를 보니 쥐띠가 겨울에 태어났으므로, 쥐띠인 子(자)는 물을 말하고 오행상
水(수)는 신장과 방광인데, 추운 겨울이니 찬 물이 되어 신장이 나쁘다는 것을 알았기에,
신장에 좋다는 검은 쥐눈이콩과 검은 깨, 검은 김 등 무조건 검은 음식을 즐겨 먹었다.
또한 밤낚시를 갈 때 추위에 대비해 언제나 난로와 담요를 가지고 다니며 각별히 주의를 하고 있었던 터다.

대개 의료보험에서 2년마다 성인병검사를 하지만 우리회사는 매년 검사를 하기로
노사합의 를 하였을 때, 아파도 좀처럼 병원에 가지 않는 나의 성격상 꽤 귀찮게
느껴졌지만, 해마다 검사때마다 암(癌)진단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는
퍽 다행스러운 조치라 생각이 들었다.
지난 해는 폐 MDCT를 찍었다.
밤낚시를 가면 담배 두 갑을 주머니에 넣어야 마음이 든든해지는 애연가이고 간혹 잔기침이
나는 것이 폐와 기관지가 좋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이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올해는 복부검사를 했다. 술을 많이 마시니 간이 성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으로 복부검사를
했지만, 복부는 아무런 이상이 없고 검사품목도 아닌 신장에 악성종양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눈앞이 캄캄하였다.
아무런 자각증상도 없었는데....신장암이라니......
담당의사는 무조건 큰병원으로 가라는 말만 할 뿐 더 상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다만, 검사품목이 아니지만 덤으로 보아준 신장검사에서 종양을 찾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우리말중에 가장 이상한 말이 있다.
"눈알 하나가 빠져도 그만하기 다행이다."
눈알 하나가 빠지면 엄청난 사고지만, 그나마 두 개가 다 빠지지 않았으니 다행이라는
실로 어처구니 없는 말이지만,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에게 위로하는 말이다.
어뱅이도 그만하기 다행일까?
우리몸중에서 눈, 귀, 신장, 낭심 등 중요한 것은 조물주가 두 개씩 만들어 주었으니
다행이요, 그 신장이 암에 걸렸으니 하나만 잘라 버려도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 다행이다.
또 가장 골수에 빨리 전이되는 신장암이 걸리고도 아직 골수는 물론 다른 장기에는 아무런
전이가 되지 않았으니 불행중 다행이라도 해도 될 것 같다.
덤으로 한 검사에서 발견되었으니 다행이요, 아직 그 크기가 3cm미만이라 초기에 해당되니
더더욱 다행이다.
큰병원에 아는 사람이 있어 쉽게 특진을 받았으니 다행이요, 쉽게 수술날짜를 잡았으니 다행이다.

아무리 숨기려 했지만 조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가 소속된
조우회 회원들에게만 공개를 하였을 뿐, 공개을 하지 않다가 수술날짜가 가까워지자
죄지은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꼬리글에다 언듯 언급을 했더니 몇사람이 알게 되었고
수술전날 물고49님이 낚랑게시판에 올리게 되어 공개가 되고 말았다.
수술전날 병원 휴게실에서 꼬리글을 보니 가슴이 찡하다.
많은 회원들이 격려를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인데, 온라인의 특성상 그냥 한마디 인사말을
하여주는구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수술이 끝난 후 온 팔에 주렁주렁 주사바늘을 꽂고 코에는 호스를 넣어 말을 할 수도 없고
마취가 끝난 후 통증으로 흰수염이 텁스룩한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데, 왠 사람이 멀숙하게
양복을 입고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누구십니까?
낚시꾼이라는 짐작만 갈 뿐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지 알 수가 없다.
- 그게 뭐 그리 중요합니까? 아프실테니 가만히 누워 계십시오. 사모님과 얘기나 좀 나누다 가겠습니다.
자리를 피해준 아내가 휴게실에 있을거라고 찾아간 후 오랜시간이 지나서야 아내가 돌아와서,
내 이름도 모르다면서 이름도 묻고 전화번호도 묻고 주소도 묻고 하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다.
혹시 보험회사에서 조사를 나온 사람이 아니냐고 했다.
간다던 그 사람이 다시 왔다.
손에는 음료수 상자가 들려있고 돌아가면서 불쑥 내미는 봉투를 아내가 한사코 거절했지만 던져주고 가 버렸다.
봉투를 확인하던 아내는 거금? 들었으니 눈이 휘둥그레 지면서,
"여보, 이사람 이상한 사람아녜요?" 하고 묻는다.
나도 어리둥절해서 "하긴 좀 이상하네, 첨 보는 사람인데...."

그 외에도 어뱅이 병실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 이름도 성도 얼굴도 모르는 어뱅이를 찾는 사람
- 김치통과 김통을 양손에 든 남자
- 가게문을 닫아 두고 급히 왔다는 사람
- 꽃다발 대신에 찌다발을 가슴에 안고 온 사람
- 멀리서 왔다가 돌아가지 않고 아침에 또 나타난 사람들.
그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어뱅이는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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