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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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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새로운 한 해가 밝았습니다.
님 들 항상 건강 하시고 댁내에 행복이 충만 하시길 기원 합니다.
들어 왔으니 이야기나 한자리 하고 가렵니다.
서울에서 큰 학교에 들어가니 우선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좋긴 한데 여유가 너무 많다.
데모 때문에 매일이다시피 돌멩이 날아다니고 감기도 걸리지도 않았는데 콧물을 매일 줄줄 흘리며 다녔고 눈도 메케하고 목도 따갑고 자고 나면 데모한다고 온 거리가 이 모양이니 학교도 가기 싫다.
고등학교 까지는 그럭저럭 짜인 테두리에서 생활하니 견딜 만 했는데 갑자기 풀어진 학교생활에 옛날이나 지금이나 친구 사귀기에는 소극적이고 영 소질이 없다보니 자연 혼자서 놀 궁리를 하게 된다.
서울 생활 하고 부터는 방학 때나 가끔 잡아보는 낚싯대에 대한 그리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데 우선 낚싯대가 없으니 그것부터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종로 3 가 쪽에 낚시 가게가 여럿이 있는데 들어 가봤더니 멀리서나 가끔 보던 비까번쩍한 낚싯대가 온 벽면을 덮고 있는데 우선 입이 딱 벌어져 다물어 지질 않는다.
그때 기억으로는 한작. 주작. 용작, 승작, 등등 이였던 것 같은데 기억은 확실치가 않다.
왜냐면 낚싯대들이 조금씩 시차를 두고 생산 된듯한데 지금 기억으론 모든 낚싯대가 뒤 섞여 떠오르니 정확한 년대를 모른다는 이야기 이다.
주인에게 값을 물어보니 나를 아래위로 쳐다보더니
“학생은 이런 낚싯대를 사기엔 힘이 들 테니 이런 거 써보라” 보여주는 낚싯대가 이음 낚싯대이긴 한데 이음마디에 양철로 감은 그야말로 수제(하긴 어느 건 수제가 아니랴? 만 이건 아주 조잡한 수제품)낚싯대를 보여주는데 그냥 시골 우리 집 대나무 밭에서 막 잘라 낸 것 같은 대나무에다 양철로 이음새만 감아 놓은 그런 조잡한 대를 보여준다.
“내가 이래봬도 집에 가면 이렇게 마디마디 꼽는 거는 아니더라도 아주 곧고 훌륭한 내 낚싯대가 있는데” 하는 오기가 난다 하긴 멋진 낚싯대 값이 엄청 비싸긴 하다.
그때부터 그놈의 낚싯대를 사야겠다는 생각에 몸살이 날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사전도 사고 참고서도 사고 실습비도 내야하고 누구나 다 해본 그런 잔 머리를 굴리다 보니 얼마가 지난 후에는 한 칸 반대와 두 칸짜리 까만 낚싯대가 드디어 내 수중에 들어오게 되었다.
등굣길에 그 낚싯대를 내 가방에다 항상 모시고 다녔는데 학교가 바로 한강 가에 있었기 때문이다.
광화문서부터 메케한 최루탄 가스 때문에 눈물 콧물 흘리면서 어찌 어찌 거길 지나 학교엘 가보면 항상 휴교 한다는 종이가 교문에 붙어 있곤 했었다.
당인리 쪽으로 낚시를 할 수가 있을까 싶어서 가봤더니 마포 쪽에서 하수물이 흘러들어 오는데 그야말로 시궁창 물이라 도저히 내 아까운 대를 담글 수가 없었다.
한번은 그래도 아쉬운 대로 여기서라도 한번 해보자 싶어서 강가로 내려갔더니 뭔가 싸여있는 보자기가 떠내러 오기에 강아지새끼 인가싶어서 가까이 가는데 둑 위에 있던 어른들이 그건 마포에 있는 똥갈보들이 낳아서 버린 갓난 애 라며 올라오라고 해서 혼비백산 했던 적도 있다.
그 후에도 여러 번 강보에 싸인 갓난애들을 보았다.
이쪽에서 낚시를 할 수가 없으니 다른 데로 가야 하는데 정보가 하나도 없으니 대는 있는데 써보질 못하니 안달이 나서 견딜 수가 없다.
집 근처에 낚시 방이 있었는데 유리창에 “토요낚시안내” “일요낚시안내” 라는 종이가 붙어 있는데 주로 행선지가 금촌 수로, 김포수로, 그리고 듣도 보도 못한 저수지 이름이 붙는데 어딘지를 알아야 찾아 가든지 말든지 하지.
수원에서 통학을 하는 같은 과 친구가 수원에는 낚시할 때가 많다며 언제 같이 한번 가자고 해서 난생처음 수원엘 낚시를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거기가 방 농장 이라는 곳이었다.
촌에서 하던 그런 채비로 지렁이미끼를 썼는데 나한테는 통 잡히질 않는데 멀찌감치 않은 사람은 연신 잡아 내 길래 슬슬 옆에 가서 봤더니 밀가루 같은걸 조몰락 조몰락 비벼서는 입술에다 두 어 개씩 물고 있다가 고기를 잡아내면 그걸 바늘에 달아서는 귀신같이 고기를 잡아내는데,
시골살적에 어른들이 강태공! 강태공 하더니 이 사람이 바로 그 강태공 이라는 도사인가 보다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처음 본 떡밥 낚시는 큰 충격으로 나에게 닦아 왔었다.
촌에서는 나에게 낚시를 가르쳐 준 돌밭 할배가 가끔 보리밥알을 가지고 낚시하는 걸 봤지만 밀가루로 고기를 잡아내는 걸 처음 본 내가 그게 떡밥 낚시란 걸 알 수가 없을 밖에.
옆에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서 보고 있는 나를 본 그 낚시꾼 이
“학생도 낚시를 왔느냐?”
“예! 저쪽에서 아까부터 했는데 나는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아저씨는 잘 잡으시기에 구경 왔습니다.
“미끼는 뭘 쓰는고?”
“예 꺼시이 씁니다.
“학생은 어디나 왔나?”
“대구에서 한참 더 가는 곳에서 왔습니다.”
“거기서 여기까지 낚시 왔단 말인가?”
“아니 거기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 왔습니더”
“그러면 거기서는 뭐로 고기를 잡았나?”
“꺼시이로 잡았습니더”
“꺼시이가 아니고 여기서는 지렁이라고 한다. 그러면 떡밥낚시는 모르는 모양이구만 내가 가르쳐 줄 테니 낚싯대를 이리 가지고 오게”
이렇게 그 어른과 사제지간의 연을 맺게 되었다.
그 후 학교 갈 일도 별로 없으니(며칠 학교 나가면 휴교. 라고 종이가 교문에 붙어있으니) 사부님만 졸졸 따라 다니며 떡밥낚시 수업에 열중했다.
“귓불같이 말랑 말랑 하게 반죽하는 법”
“바늘에 콩알만 하게 다는 법”
“낚시를 할 적엔 까치발로 다녀야 된다.”
“작은 낚시 바늘이 큰 바늘을 대신 한다 고로 큰 바늘은 쓰면 안 된다.”
“젊은 나이에 낚싯대를 잡으면 그 손으로는 여자 손목 못 잡는다.”
“낚시에 미치면 장가가기 힘들다.”
“두 대로 낚시를 할 적엔 짧고 긴 대를 일직선으로 대를 펴야 한다.”
“잡을 때 까지 온 정성을 다하고 잡아 논 고기엔 연연 하지마라”
같이 데리고 다니며 나에게 이것저것 친절히 가르쳐 주셨다.
나는 그저 낚시 가는 것 만 좋아서 점심공양은 기본이고 이런저런 심부름해 드리고 끝나면 두 명분 낚시장비를 챙겨 짊어지고 돌아오곤 하는 낚시수업이 한동안 계속 됐었다.
그 분은 유명한 소설가 이셨다.
말년엔 필화사건에 휘말려 연일 신문에 나고 하면서 서울 생활을 접으시고 홀로 고향으로 내려가셔서 칩거하면서 스스로 필을 꺾고 마음고생을 참 많이도 하시다가 20 여 년 전에 돌아 가셨다.
스승님께서 고향으로 내려가시며 아끼던 낚싯대를 한 대 하사 하시는 걸로 이별을 고하시고 나는 자연스럽게 하산(?)해서 풍찬노숙을 하며 홀로서기에 들어갔다.
글 쓰시는 분들을 따라 두 어 번 낚시를 갔었다.
몇몇 분들은 낚시를 하는데 좀체 말들을 하질 않고 등을 돌리다 시피 하고 낚시들만 하는데
서로 말을 하기도, 말을 붙이기도 꺼려하는 것 같았고,
다른 분들은 낚시는 핑계인 듯 자리에 앉아서는 낚시를 하지도 않고 그저 멍하니 하늘을 보며 땅이 꺼져라 한숨만 내뿜는 분.
낚시가방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멀찌감치 자리를 펴고 모여 앉아서는 작정한 듯 술판이 벌어지고 비분강계 하며 하늘을 보며 주먹을 내지르고
“썩을 놈의 세상!.”
“펜을 꺾어야지!.” 며 울분을 토로 하다가는 우는 분도 계셨는데 그 당시 그 분들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 에야 그 분들에 대하여 자세히 알고는 나의 아둔함이 아직까지도 내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 시절 모든 집회나 회합이 금지가 되니 낚시를 핑계로 모였었다 는걸. 나중에야 알았다.
그때는 내가 운동권이니 반 체재니 에 관해서는 솔직히 잘 알지도 못했고 또 워낙 학교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분위기 이었다.
다른 학교에서는 그렇게 심하게들 데모를 해도 내가 다녔던 학교는 데모에 참가 했던 기억이 한번 도 없었다.
오죽하면 옆 학교에서 데모에 참가하라고 몰려왔는데도 동참하는 학생이 별로 없어서 왔던 학생들이 “배신자”라고 욕을 하고 돌아들 갔을까.
지금 똥 깨나 뀌는 양반들이 들었다간 반민족 행위자라고 잡아갈지는 모르겠다만......
한번은 혼자서 낚시를 갔는데 그날따라 다른 사람들은 연신 잡아내는데 나한테는 가뭄에 콩나듯이 한 마리씩 올라오는데 그 이유를 아침에야 알았는데 떡 밥을 단 낚싯대를 너무 힘껏 휘두르다 보니 떡밥이 떨어져야 할 물속이 아니고 뒤편 풀밭에 다 떨어졌으니 당연히 입질이 없을 수밖에.
아직 자수성가 하려면 멀었구나 생각하고 어느 낚시터에 가든지 떡밥낚시 하는 사람만 보면 옆에 앉아 한수 배우려고 이것저것 귀찮아하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묻고 다녔다.
그런 어수선 한 세월이 한동안 계속 되다가 어느 정도 사회가 조용(?)해 지니 다시 학교엘 다니는데 공부엔 별 흥미가 없고 눈앞에 떠오르느니 곱게 밀어 올려주는 찌만 왔다 갔다 하니 그때부터 병도 큰 고질병이 들기 시작하는 시절이었다.
너 뎃 시간씩 이어지는 실습시간엔 그리라는 그림은 간곳없고 화판에는 수초가 자라고 수초사이에 찌가 굼실거리고 올라오는 환시에 시달리다 보면 남들은 시간 안에 다 마치는 과제는 제때 제출해 본적이 없으니 학점이 나올 리 만무고.
그러니 흥미도 없어지고 참 어려운 학교생활이 이어지다가 학기말이 돼서 성적을 보니 쌍권총 정도가 아니라 권총이 너무 많아 무기상을 해도 될 정도에 이르러서야 공부도 좀 해야 되겠구나 하는 뒤늦은 후회가 들어 우선은 급한 게 학년은 올라가야 되겠다 싶어
여러 쌤들 찾아다니며 내가 가지고 있는 불법무기를 처분해주시면 다음부터는 궁둥이가 썩도록 공부하겠노라고 애원 반 구걸 반해서 겨우 땜통을 하고 그 학년은 그럭저럭 마감을 했다.
겨울 방학이 끝나고 봄이 되니 그놈의 병이 또 재발을 해서는 산란기 때 몇 번
물가에 갔었는데 한번은 저번 학기에 빌고 빌어서 겨우 학점을 받았던 전공과목 교수님과 철수길 차안에서 딱 마주치는 기막힌 조우를 하고는 그야말로 큰맘 먹고 내 분신과도 같은 낚싯대를 토막토막 내서 불 싸질러 버리고 졸업할 때 까지 낚시와 별거에 들어갔다.
물론 방학만 하면 그동안 손바닥에 난 털을 뽑기 위해서 파로호니 팔당댐으로 들어가면 완전 자연인이 돼서 살다가 나올 때쯤에는 삐쩍 마른 몰골에다 눈만 반짝거리는 토인이 돼서 집에 오면 식구들도 나를 잘 알아보질 못했었다.
그 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 부터는 이곳에다 올렸던 글처럼 물인지 불인지도 모르고 고기라면 조상대대로 원수나 진 듯이 물가로 쫒아 다니다가
낚시 병 하나로 모자라는지 적은 몸뚱이에다 만성신부전 이란 병 하나를 더 짊어지고 이곳 고향으로 내려와 투병 중에도 물가에 가야만 두 병중에 한 병마로 부터 헤어날 수 있는 묘한 병인지라 가끔씩 물가에 가서 그 병은 달래주면서 살기로 했다.
평생에 이 두 병은 내게 지어진 운명인가보다 하고 같이 살기로 작정을 하고 지금까지 잘 데리고 살고 있다.
많지도 않은 나이인데 돌이켜 보면 물가에서 맺어졌던 인연들이 그 연을 끊고 가신 분들이 여러분 계신다.
또 새로운 해가 시작되니 가신 분들이 새삼 그리워지고 물가에서 만나고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 보고 싶은 건 나이가 들어가면서 쌓여만 가는 외로움 때문인가 보다.
누군가가 나를 “스쳐지나간 사람“ 이라고 줄을 끗는 게 겁이 나서 올해도 열심히 물가에 앉아 있어야겠다.
“스승님의 조근 조근 자상한 말씀이 몹시도 그리운 새해 벽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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