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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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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뭐냐?”
언제나처럼 봉구는 오늘도 내 왼편의 갈대를 헤치며
한 손엔 작살을, 또 한 손엔 미끼로 쓸 무언가를 들고
특유의 헤벌레한 웃음을 지며 나타났다.
오늘 쓸 미끼를 궁금해하며 살펴보니
큼지막한 멧비둘기한마리가 봉구의 손에 들려 있었다.
타고난 어부의 피가 흘러서일까.
소년은 이런 낚시는 처음 해보는 것이 분명할터인데도
몸짓 하나하나가 낯설지 않다.
낙동강의 괴물….이무기라 불리우는 흑메기를 잡으려는
봉구만의 채비는 단촐하지만 무지막지하기 그지 없었다.
내가 사 준 백여미터의 빨래줄의 한쪽 끝엔
어른의 주먹만한 돌덩이가 하나 묶여있고
그 밑으로 일미터남짓되는 줄의 끝엔
흡사 어느 상이군인의 손끝대신 달려있을 법한 무쇠 갈쿠리가
낚시바늘 대신 흉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봉구는 멧비둘기의 배를 갈라 그 갈쿠리를 집어넣고
저 강의 한가운데로 나갈 준비를 한다.
밤바람에 새의 비린내가 화악 코끝으로 밀려온다.
과연 저런 터무니없는 미끼를 그 놈이 물을까.
‘물고기를 잡을 때는 절대로 육지의 고기를 써서는 안된다던데…’
문득 예전 어느 어촌에서 만난 촌로의 이야기가 떠올랐지만
소년이 나름대로 거친 시행착오가 있을거라는 짐작에 입을 다물었다.
만일 예전 청동오리를 잡아먹은 것이 이무기가 아닌
그 흑메기였다면 입질을 할 수도 있겠다싶은 마음도 있었다.
낙동강의 괴물이라는 호칭에 어울릴법한 미끼를 꿴 채비를 싣고
봉구는 지 애비가 남겨준 유일한 나룻배를 몰고는
강심 깊은 곳에 정성스레 준비한 채비를 던져 놓기위해
칠흙같은 밤에 노젓는 소리만 들려주며 저 강의 한가운데로 나갔다.
잠시 뒤, 돌아 온 봉구는 나머지 다른 줄의 끝을
강물 뒤에서 근 십미터 떨어진 어느 나뭇가지에 묶어 놓고
그것도 모자른지 제 머리만한 허연 돌을 주워다
늘어진 줄위에다 올려놓고는 그제서야 헤헤거리며 내 옆으로 왔다.
녀석과 나란히 모래톱옆 바위에 앉아서는
떨어지는 유성을 바라보며 칸델라빛에 올라오는 찌를 바라보던
그 밤의 추억을 내가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언제나처럼 난 자정이되기전엔 집으로 돌아가려했다.
시골의 시간은 무한한것처럼 느껴졌기에…
굳이 밤샘낚시란 것을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기가 느껴져 일어서려할때보면 봉구는 마치 춘천 강변의
인어동상처럼 바위에 무릎을 구부려 앉아서는
미동도 앉고 밤의 시커먼 강물을 바라보고있어 내 마음을 애잔하게 했다.
그 날밤도 그랬다.
“봉구야, 이젠 날도 추워지는데 들어가라. 더 있을게냐?”
“네? 예….히히히”
나중에보자는 작별인사를 하고 몇발자국이나 갔을까.
“드르륵…”
돌덩이가 움직이는 소리.
그것이 처음에는 환청인 줄 알았다.
고개를 돌려 조금 떨어진 곳을 바라보니
그 곳은 바로 봉구의 낚시줄이 놓여있는 부근이었다.
“드르륵”
환상이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저 돌이…
아니 저 돌을 눌러 논 줄이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나는 것을 느끼며
봉구를 부르려하니 어느새 봉구는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저 검은 낙동강의 심연을 향해 뻗어있는 줄을 두 손으로 쥐어들었다.
봉구가 줄을 감는다 싶자 갑자기 줄이 팽팽해지며
봉구의 몸을 앞으로 휘청이게 만들고는
오히려 봉구를 낙동강으로 끌고가려는듯이 물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아저씨!”
“아저씨!”
여분이 별로 없는 줄이 묶어놓은 나뭇가지마저 부러뜨리려 할때서야
비로서 정신을 수습한 나는 도구를 내동댕이치고 봉구에게로 달려갔다.
봉구의 앞에서 두 손으로 줄을 감아쥐었을 때서야
난 온 몸으로 놈의 괴력을 느낄 수 있었다.
저 깊은 검은 밤의 강속에서 놈은 묵중하게 요동치고 있었고
그 엄청난 힘은 고스란히 줄에 전달되어 나의 두 손을 자를듯이 파고 들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쳤는데도 오히려 밀리는듯 했다.
모래속 깊이 우리의 발이 파고들었음에도
놈은 우리 둘을 한꺼번에 강속으로 끌고가려는 듯
조금씩, 조금씩 우리는 강앞으로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몸에 감아!”
다급한 내가 소리를 지르자 봉구는 내 뒤에서 강의 반대쪽을 바라보고
흡사 소가 쟁이질을 하듯 온 몸에 줄을 둘둘 감아대기 시작했다.
손이 불타는듯이 너무 아팠지만 놓을 수가 없었고
대신 나의 몸은 줄다리기를 하듯 줄을 잡은 체
땅위에 거의 눕다시피한 상태가 되었다.
두 사람과 강속의 제왕과의 생사를 건 싸움.
처음에 들었던 두려운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어떻게든 이 싸움에서 놈을 이겨야만한다는 동물적인 본능만이 꿈틀댔다.
나 역시도 온몸에 줄을 동여매고 놈과 버티기를 한지 이십여분이나 되었나.
어깨와 팔을 조이는 줄 때문에 흡사 힘줄들이 터지기라도 한 것처럼
아프던 몸이 감각을 잃어가고 입에서는 단내가 나기 시작할즈음,
일말의 희망을 우리는 느낄 수 있었다.
줄이 조금씩 우리에게로 끌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 감사하게도 기다려주는 분이 계셔서 일단 글을 쓰다말고
먼저 올립니다. 잠시 후 이어서 금방 글을 끝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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