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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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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얼음낚시도 어렵고 물낚시 또한 어려운
그야말로 어중간한 시기이다.
대체로 이시기에는 낚시대를 비롯한 장비를 닦고 기름칠하면서
지난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올핸 꼭 4짜조사에 등극하리라는
다짐을 해보기도 한다.
요즈음 거리의 횟집에는 빙어가 제철을 맞아 무수히 퍼덕거린다
그 빙어를 보노라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어 몇자 적어본다.
둘째녀석이 태어나던해이니까 93년이 시작되고 한보름정도 지난 1월중순의
추운 겨울의 한중간에 있는 날쯤으로 기억된다.
몇달동안 바쁘게 일해왔던 워너 브라더스의 TV시리즈가 끝이나고
모처럼만에 꿀맛같은 여유가 며칠생겨 직장동료 네명과함께
소양호 향어낚시를 향했다.
당시에는 겨울에 얼음낚시보다 향어물낚시가 더 호황이던 시절이었다
춘천 종*낚시에 들러 나흘동안의 식량과부식을 챙기니
그짐만해도 푸대자루로 세푸대가 된다. 거기에 라면 한박스...술....
배를타고 큰산막골,작은산막골을 거쳐 동면...물노리...그리고 우리의
목적지인 신진섬맞은편.....
유명한 포인트인지라 이미 많은 조사님들이 제각기 자리잡고 있다가
하루에 한번 들르는배가 반가운듯이 우르르 몰려나와
각자 부탁한 미끼,부식,술,등등을 받아 쥐고는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듯이
우리일행을 반기며 텐트자리는 저곳이 좋다느니 낚시대는 몇칸대를
어디로 치라르니 두루두루 간섭 내지는 코치를 해준다....
우리는 이미 누군가 다녀간 하우스가 지워진 텐트터를잡고 텐트를치고
짐정리를 하고 각자 낚시자리도 잡아 전투준비를하였다.
그런데 아까 배가 도착할때 부터 아니 그이전부터 주위 상황은 별로 신경쓰지않고
두내외분이 부지런히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낚시를 하는데
남편은 낚시대에 구더기를꿰어 연신잡아내고 마누라는 통하나 들고 댕기면서
잡는 족족 통에 담는것이 빙어라는것을 알수 있엇다.
나는 속으로 빙어를 뭐그리 열심히 잡으시나하였다.
준비해간 비닐로 움막을 만들고 낚시대 네대를 가지런히 깔고 밑밥몇번을 주니
날이 벌써 져물기시작한다.
우리는 텐트에 모여 첫날 저녁이니 만큼 만찬을 준비하여 포식을 하고
술도 거나하게 들이키고나서 낚시에 돌입하니 먼여행에 집짖느라 피곤했던지
찌가 희미해지면서 졸음이 쏟아지는것이다.
첫날은 이렇게 별 조과없이 보내고 이튿날 낮부터 슬슬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저녁이고 밤이고 도대체 바람이 자질안는다.
이리되다 보니 낚시는 뒷전이고 술판만 벌어져 이웃집 아저씨들도 함께
어울려 소양호의 이튿날밤이 져물어 갔다.
다음날 쓰린배를 문지르며 텐트밖으로 나가니 빙어잡으시던 부부께서
오늘도 빙어를 잔뜩 잡고계신것이다.
두분이 너무 다정해 보여 부러움에 이것저것 물어보니
남편께서 간암으로 투병중인데 요양차 이곳에서 한달째 머물고 계신다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다소 마음이 무거워지는것을 감출수 없었다.
삼박사일의 일정이라 마지막날밤을 맞이 하는데 이런.....
바람이 또다시 불면서 눈보라까지 쳐댄다.
낚시는 고사하고 술판을 벌일래도 안주도 동이나고.....
하는수없이 낚시는 포기하고 삼일째 돌아오지않는(당시에는 춘천으로 한번씩
외박다녀오는분들과 집에 잠시다녀오는분들은 텐트에 자물쇠 채우고 다녔슴)
빈집의 살림망에서 손바닥만한 향어가 세마리 있는것을 낮에 봐두었기에
그것을 슬쩍 해와서 손바닥만한 향애를 회를떠서 술잔을 기울였다
워낙 작은 안주였기에 개눈감추듯 향애회를 해치우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밖에서 "저기요~~~"하면서 여자의 목소리가
눈보라속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게 아닌가....
깜짝놀라 밖으로 나가보니 남편께서 요양중이던 아주머니가 두손으로 받쳐든 쟁반에
빙어튀김이 한쟁반가득 쌓여있고 깨간장까지 건네주시는것이다.
나는 너무나 감격스러워 제대로 고맙다는 표현도 하기전에
아주머니는 쑥스러운듯이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쫀득하게 씹히는맛은 찹쌀도너츠보다 좋고,깨간장과 어우러지는 고소함은
그어느것과도 비교할수없는......
그날 우리는 세상에서 맛보지못한 빙어튀김의맛을 마음껏 즐기면서
눈보라에 펄럭거리는 텐트안이 하나도 춥지가않고 훈훈한 느낌을 받으면서
아주머니의 손맛이깃든 기막힌 빙어튀김맛을 맛볼수있었다.
다음날 철수배가 도착하기전에 우리는 부부에게 가서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남편분의 쾌유를 마음깊이 빌어드렸다.
빙어를 잡아 양파망에넣어 그늘에서 반나절 말렸다는 그빙어튀김의 맛은
십수년이 지난지금도 결코 잊을수없는맛이다.
그와더불어 남편께서 완쾌하시어 두분이 행복하게 잘살고 계신지 아련한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그후로도 몇번이고 소양호를 찾았지만 그부부는 만날수가 없었다.
다만,마음으로나마 두분이 행복하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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