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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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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맨의 일기중에서 한장을 올립니다.
*제목~(오리 아저씨)
겨울이 지나가던 어느날~내일의 출조를 기대하며 겨우내 창고에만 고이 모셔 놓았던 낚시대를 꺼내 이리저리 둘러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다.
언제였던지 가물거리기만 한 짜릿한 손맛. 기필코 올시즌 만큼은 기록을 갱신하리라 다짐과 온갖 궁상을다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몇시간째 잠은 안오고 정신은 점점 말똥말똥해지는 것이다. 낚시를 한지 20여년이 지났건만,낚시를 앞두곤 매번 잠을 이루지 못하는건 도데체 무슨 조화인지.. .^^;
*언젠가 충남 서산 대산면에 있는 명지池로 출조 했을때의 이야기이다.
저수지 제방 좌측끝에 민가가 한채있었다. 그 집에는 노부부가 살고 있었는데,자식들은 이미 성장해 서울로 출가한 상태였다. 집에 남은 식구라고는 뒷뜰에 있는 대나무와 앞마당에서 놀고있는 몇마리의 오리가 전부였다. 그야말로 조용한 시골집...
그 당시에 총무를 보고 있던 나는 오전10시경. 낚시를 하다가 점심을 맞추기 위해 그 집을 찾았다. 그리고는 아저씨께 점심으로 오리를 주문했다. "아저씨~오리 네마리만 잡아주세요. 이따가 점심시간에 맞춰 올게요. 아셨죠?"
머리를 끄덕이는 아저씨를 뒤로한 채 다시 낚시터로 향했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낚시터 근처의 집은 의례히 식사를 해결해 주는 집이 많다. 그런 만큼 나는 아무 생각없이 주문했고,낚시터로 돌아와서는 물고기 낚는 재미에 시간 가는줄 몰랐다.
얼마나 지났을까.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는 게 이미 점심때가 지났어도 한참은 지난것 같았다. 회원들과 같이 껑충껑충 뛰다시피 바쁘게 그 집으로 갔다. 그런데 집안 구석구석을 아무리 둘러 보아도 주문했던 오리요리는 보이질 않았다. 게다가 주인아저씨마저 보이질 않았다. 앞마당엔 벌써 큼직한 냄비에 담겨 있어야 할 오리 네마리가 목에 끈이 메인채~꽥꽥거리고 있었다. 엉덩이까지 뒤뚱거리며...
어찌된 영문인 지 알수 없던 우리들은 목매인 오리들과 놀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소리소문 없이 아저씨가 들어 오는 것이 아닌가? "에구 배고파! 아저씨 오리 잡아 놓으셨어요? 밥 주세요!
저마다 배가 고파 아저씨를 다그치자 어찌된 영문인지 아저씨는 아무 말없이 우리들을 그저 멀끔이 바라만 보았다.
"밥? 무슨 밥?" 하는 그런 표정으로. 그러더니 뜬금없이 이상한 소릴하신다. "실한놈으로 네 마리 잡아 논 거 안보여! 각자 맘에 드는 놈으로 가져가. 도회지에선 오리를 키우기가 여간 힘들텐데...?" 어이쿠~아뿔사! 이게 무슨 소리? 그럼 저 오리가 그 오리? 그제서야 모든걸 알수 있었다. 아저씨는 오리를 잡아 달라고 한 음식주문을 말 그대로 해석해 집에서 키울줄 알고 잡아 놓았던 것이다. 전문 음식점이 아니었으니 가타부타 화를 낼수도 없었다.
갑자기 배가 더 고파왔다. 그러나 어쩌랴!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어쩔수 없이 우리 모두는 낚시대는 팽개치고 뒤뚱뒤뚱 살아 움직이는 오리를 "맛있는 오리"로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했다. 물~끓이고,털뽑고 지지고 볶기까지,그야말로 생고생을 다했던것이다.
점심은 커녕 땅거미가 지는 저녁이 다 되어서야 겨우 오리를 입에 넣을수 있었다. 맛이야~어떻건 허겁지겁 먹어댔다. 그런 모습을 보며 우리는 먹다말고 낄낄거리며 웃어댔다. 낚시하러 와서 붕어는 뒷전이고 오리를 사냥 했던 까닭 때문에서랄까.헤헤헤...후후후...히히히...^^;
작년 가을에 다시 가본 추억의 오리집. 담벼락은 세월에 의해 하나둘 허물어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뒷뜰의 대나무와 앞마당의 오리들은 여전히 한가롭게 놀고 있었다. 세월이 또 얼마나 지나야~그곳을 다시 찾게 될까. 우리를 언제나 반겨줄 대나무와 오리. 그리고 꽥꽥오리아저씨...오래오래 사세요.
*이 글은 오래전에 썼던 꽝맨의 일기장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나중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명지池를 다시 갔을때~그 오리아저씨는 좋은곳으로 가셨다고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 봅니다.
*이 곳에 오니~예전에 뵈었던 분들이 많이 계시고,또한 반갑게 맞이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즐낚을 하는 꽝맨이 되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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