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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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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에 가면 밀양으로 가는 길 야트막한 고개위에 고분군과 박물관이 있는데 그 고분 밑에 그리 크지 않은 저수지가 있다.
후배가 거기서 밤낚시에 참한 놈으로 좀 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서 오후 늦게 출발해서 해질녘에 도착을 해서 물이 빠져서 배수구 쪽으로 드러난 저수지 중간의 물골 가에 앉아서 짧은 대 두 대로 떡밥을 달아 던지길 한참 만에 드디어 입질이 붙는다.
감잎만한 붕어가 심심찮게 올라오는데 손맛이 일품이다.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고 있는데 오토바이가 오더니 내가 앉은 맞은편에 세우고는 대를 펴는데 아들을 데리고 나온 동내 사람인가 보다.
아들은 아직 취학 전인 듯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은지 연신 아버지께 뭐라 쫑알거리며 이야기를 하는데 자상한 아버지는 묻는 데로 대답을 해준다.
흐뭇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밥을 먹었으니 또 본업인 고기를 잡아야 처자를 먹여 살리지.
밥 먹는 동안에 모였던 고기들이 흩어졌을까 걱정 했더니 떡밥을 달아 던지니 금방 또 입질이 온다.
올라오는 놈들은 고만고만한 크기로 쭉! 쭉! 밀어 올려주는 찌 올림도 예쁘고 손맛도 또한 당차다.
붕어들이 자짜리가 가까이 되면 쿡쿡 처박는 묵직한 손맛은 있어도 이정도 크기의 붕어들이 달리면 앙탈을 부리며 딸려올 적에 대를 통해 전해지는 파닥 거리는 손맛은 큰 놈들이 훨씬 덜 한 것 같다. 나는 큰 고기를 잘 잡지도 못하지만 요런 크기 정도의 붕어들의 손맛을 더 즐기는 편이다.
한참을 찌 올림과 손맛을 보느라 건너편 부자의 존재를 잊고 있었는데.
언뜻 들리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니 부자간에 다툼이 벌어졌다.
“아부지 니는 와 고기 안잡노?”
“고기가 있어야 잡지”
“거짓말! 저 아저씨는 자꾸 안 잡나”
“니가 자꾸 떠드니까 이쪽으로 고기가 안오지”
“내 안떠들게 고기 잡아도고”
조금 있더니 또 아까와 같은 질문이 쏟아진다.
“아부지 니는 와 고기 안잡노?”
“시끄럽다! 오토바이에 가서 빵 꺼 내와서 묵어라.”
“아부지 니가 가져 온나.”
“나는 고기 안 잡나. 니가 가져온나.”
“어데 고기잡노? 이저끈(여태껏) 한 마리도 몬 잡아 노코.”
“이자슥이! 빨리 안 가져오나.”
“으~~앙 아부지 니는 와 고기도 몬잡으면서 나보고 뭐라 카노”
아이가 그만 울음보를 터뜨린다.
이거 괜히 손맛 본다고 앉았던 게 부자간에 분란만 일으켜 놓았다.
“ 야 꼬마야 일로 건너오너라. 내가 맛있는 거 줄께”
먹을 걸 준다니까 엉금엉금 둑 위로 올라가서는 이쪽으로 건너 왔다.
심심할 때 먹으라고 아내가 가방에 넣어준 초콜릿을 주고
“너 이름이 뭐고? 고기가 이쪽에 집이 있어서 모여 있는데 밤이라 고기들이 거기 까지 못가니 저쪽에 있는 너희 아버지한테는 안 잡히는 거란다”
“그라 마 고기보고 우리 아부지한테로 가라 카이소”
“고기는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다. 그리고 너도 밤이 되면 밖으로 놀러 못가지? 고기들도 밤이 되면 무서워서 집 근처에서만 논단다. 너 이거 먹고 나랑 좀 놀아주면 아저씨가 좀 있다 집에 갈 거다. 그때 너랑 아버지하고 여기서 고기 잡아라”
이놈이 벌떡 일어나더니
“아부지!! 니 이리 온나! 아저씨 집에 간다 칸다. 빨리 온나 여기서 잡자!”
이놈 봐라! 효자비를 세워 줘야 할 놈 이내 이거 참.
말 한마디 잘못한 죄로 그만 짐을 싸게 되었다.
건너편에서는 아이 아버지가 어쩔 줄을 모르며 아들보고 건너오라는데도 꿈쩍도 않고 저희 아버지보고 건너오라고 자꾸 보챈다.
이제는 더 버틸 재간이 없다.
“ 건너와서 아들 네미 한태 고기 몇 마리 잡아 주이소! 그렇잖아도 시간도 늦고 해서 일어나려던 참입니다.”
건너온 아이 아버지는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허참! 괜히 우리 때문에 일어나시는 거 아임니꺼? 이거 미안 시러버서 우짜노! 이놈아! 니 때문에 아저씨 가실라 안카나.”
“아이다! 아저씨가 아부지하고 여기서 고기 잡아라 캤다. 아저씨 맞지 예?”
“참 영특한 아들 두셨습니다! 짧은 대 짬에 떡밥으로 고기를 모아 놓았으니 이쪽으로 칸 반대를 치면 될 겁니다.”
그때 까지 잡은 고기를 부어 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중에서 부자간의 대화를 곱씹어보니 자꾸 입가에 웃음이 삐질 베어 나면서 내가 온 후에 아버지의 체면치례는 했는지 궁금하기 도 하다.
어린놈의 말이 자꾸 입속에서 맴돈다.
아부지 니는 와 고기 안잡노? 거 참! 말 되네......!
지금은 그 아이도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었을 만치 세월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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