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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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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지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봄에 들렸다가 가슴시린 이야기를 듣고 그 후에 다시 들렸다가 대도 펴질 않고 돌아 왔었는데 그 해 여름에 그날도 느지막이 도착하니 예의 그 물 버들 나무 앞 자리가 비어있다.
아침에 철수를 한 듯, 앉았던 자리에 물기가 촉촉이 그대로 남아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떡밥봉지, 겉보리봉지도 두어 개가 있고 케미컬 봉지도 여러 개 인 걸로 봐서는 여러 대를 폈었나보다.
이놈의 꾼은 무겁게 들고 왔다가 가벼운 거는 버리고 가는 습성이 있나보다.
물 버들 뿌리가 실타래처럼 엉킨 곳에 칸 반대를 던지니 수심이 2미터 반이 나온다.
좌측에는 좀 더 멀어서 두 칸 대가 들어가고 수심도 역시 조금 더 깊다.
대를 펴고 떡밥을 준비하고 있는데 차한대가 뒤에 서더니 “낚시하는 사람 못 봤냐?”고 묻는다.
아침에 교대하기로 했는데 자기가 좀 늦었다며 혀를 끌끌 차더니 이왕 왔으니 대나 담궈보고 간다며 내 앉은 아래쪽에 버드나무를 사이에 두고 앉는다.
한참을 떡밥 질을 했더니 1 . 5 칸 대의 찌가 멈칫 하더니 서서히 오르기 시작 한다.
벌건 대낮에 찌오름 을 구경 하다니 오늘 일진이 大吉 인가 보다.
슬쩍 챘더니 쒜~엑 하는 줄 소리와 함께 대 끝이 물속으로 사정없이 파고든다.
한참 실랑이 끝에 올려보니 꽉 차는 아홉 치 짜리이다.
좀 있으니 두 칸 대에도 입질이 오고 역시 비슷한 크기의 붕어가 올라오고 모처럼 손맛을 찐 하게 본다.
옆의 꾼도 마찬가지로 연달은 손맛에 희희낙락 이다.
연거푸 찌를 밀어주더니 잠잠해 진다 그사이 옆의 꾼은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기껏 너덧 마리 잡은 거 같은데 망태기가 모자란다고 수조차를 몰고 빨리 오라고 풍을 떤다.
아침에 철수 했던 사람이 짐도 안 풀고 다시 들어온다고 했단다.
입질이 끊어지자 둘이서 막간을 이용해서 커피를 끊여먹고 자리에 앉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금방 입질이 붙는다.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힘이 다르다 잠시 실랑이를 하는데 핑! 하더니 대가 꼿꼿해진다.
경사가 심해서 가방과 떡밥만 들고 내려 왔는데 올라가서 가드레일 밑으로 기어나가서 도구통을 가지고 내려와서 바늘을 다시 묶어 던졌는데 또 줄이 끊어진다.
나만 그러는 게 아니고 옆의 사람도 궁시랑 거리며 올라간다.
둘이서 교대로 줄 터트리기 시합이라도 붙었는가 보다.
1.5호 줄을 쓰는데 도저히 감당이 안돼서 2 호로 갈았는데도 계속 터진다.
그러는 중에 아침에 나갔다던 옆의 친구가 들어 왔다.
“형씨! 그 자리에 내가 겉보리를 서너 가마니나 뿌렸심더”
“아이고 쪼매만 뿌리지 그렇게나 많이 뿌렸으니 내 낚싯줄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계속 터집니더”
자리를 좀 비켜줬으면 하는 눈치이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다.
할 수 없던지 내 자리 위에다 전을 펴는데 그래도 체면치레는 해야겠다 싶어서
“내가 자리를 가로 챈 꼴이 됐습니다.” 했더니 끙 하는 헛김 새는 소리만 들려온다.
주위가 어수선 하고 시끄러워 지니 입질이 뜸해진다.
나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들이 점점 거칠어진다.
육두문자가 나오고 계속 낄낄거리며 시끄러워져서 그만 대를 접을까 하는데,
오른 쪽 물 버들 속에서 독일 U-BOAT 같이 생긴 향어가 물길에 흘러가는 것 마냥 지느러미도 움직이지 않고 천천히 찌 옆으로 흘러간다.
크기가 엄청나다. 양어장의 향어도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큰 향어는 처음 본다.
갑자기 저놈 한번 걸어볼까 하는 장난스런 생각에 칸 반대를 들고 슬쩍 던졌는데 옆에서 퐁! 소리가 나도 개의치 않고 가는 속도 그대로 흘러간다.
몇 번의 시도 끝에 6 호 바늘이 향어의 등에 꽂혔다.
그래도 놀라지도 않고 그 속도 데로 천천히 지나가는데 내 낚싯대가 점점 일자로 변하는데 이제 내가 큰일이 났다.
아까는 잘도 끊어지던 줄이 팽팽해 져서 내가 끌려 들어갈 판인데도 찡 찡 거리기만 하지 줄이 끊어지질 안한다.
옆의 두 사람도 심상찮은 내 모습에 고개를 빼들고 쳐다보는데 그저 어! 어! 소리만 연발 한다.
내가 만약 대를 노아 버린다면 내 칸 반대는 화살과 같이 날아가 향어 등에 꽂힐 것 같다.
늦게 도착한 사람이 후다닥 뛰어 오더니 자기 낚싯대를 향어를 향해 던지기 시작 한다.
그제야 향어가 한번 꿈틀 하더니 서서히 잠수를 시작 한다.
이제는 내 낚싯대가 물속으로 빨려든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내가 향어를 잡은 게 아니고 향어가 나를 잡아서 가지고 놀고 있다.
수 십 년 전에 진양호에서 잉어 낚시를 하던 꾼이 낚싯줄에 칭칭 감겨서 익사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내가 만약 고기 욕심에 대를 들고 물속으로 들어간다면 신문의 한 줄을 차지하지 싶겠다는 생각도 든다.
얼마가 지난 후 잘 데리고 놀았다는 듯이 향어가 줄을 툭 끊어버리고 완전히 자취를 감춰 버렸다.
그 짧은 시간에 내 등에서는 땀이 흘러내려서 옷이 흠뻑 젖었다.
그날 잡은 고기를 내 아파트 어항에(분양 받을 때부터 거실 코너에 1.5 * 1.5 * 0.4 크기의 어항이 있었음) 넣었다가 계속 뛰어 나와서 거실에서 뒤집기를 하는 바람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마누라 등쌀에 새벽 일찍 다시 신동지로 가서 방생 아닌 방생을 해야만 했다.
 황매산 입니다. 황매산에다 대를 드리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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