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을 눈으로 보는가?
가을을 소리로 듣는가?

가을은 천지를 뒤덮고 있으니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듯이 떨어지는 낙엽을 어찌하랴!
무심한 세월도 빗자루로 쓸어 모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가을이 막바지로 달리는 10월의 마지막 주말,
왕사짜님이 낚시를 가자고 전화를 했다.
낙동강 어느 소(沼)에 걸었다 하면 월척이란다. ㅠ.ㅠ.

有朋 自請出釣 不亦樂乎也!
벗이 있어 낚시 가자고 먼저 전화를 하니 기쁘지 아니한가!

보름이 막 지난 둥근달이 구름속에서 숨박꼭질을 한다.

밤 9시까지 추위에 떨면서 물가를 지켰지만 입질 한번 받지 못했다.
하늘엔 별들이 총총하고 물 위에 케미불빛이 반짝인다.

보름달 아래 낚시를 하는 건 붕어를 낚기 위함이 아니요,
물 속에 빠진 별을 건지기 위함이리라.
내일 새벽에 다시 오기로 하고 밤9시 대를 접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신기하다.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정확하게 5시에 눈을 떴다.
옷을 입고 휴대폰을 드는데 신호가 온다.
"지금 출발합니다."
"나도 출발합니다."

안개속에 헤치고 물가에 다시 대를 펴고 앉았다.
오늘 아침을 기여코 대물을 만나리라!

새벽안개가 자욱하고 10월말의 차가운 새벽 강바람이 어깨를 파고 든다.

가을바람이 안개를 몰고 가는데....

안개는 마른 풀잎에 이슬을 만들지만

바람에 흔들려 포커스를 맞힐 수가 없다.

왕사짜님이 대물을 걸었다.
뜰채!~~~ 뜰채~~~

가슴을 두근그리게 했던 넘은 영국신사!
2자는 넘는 노리치다. ^!^

새벽안개 속으로 물오리들이 날개짓을 한다.



초겨울 냉기가 안개와 함께 온몸을 휘감아 돈다.

아침 10시가 되니
안개는 바람에 밀려 산중턱으로 쫓겨 가고 따스한 가을 햇빛이 빛난다.

청산은 붓이 없어도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리고

찌를 바라보는 태공은 젖은 가슴을 말린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물위엔

도장을 찍을 만큼 명경지수를 만드니
마음이 포근해 진다.

햇살이 뜨거워 모자를 벗는 태공의 머리는 흰구름처럼 눈부시고

강 건너 산자락도 가을이 물들어 가는데

그대들은 언제쯤 고향으로 가는가?

계측자가 없으니 붕어의 크기는 눈가름으로 해야 한다.
한뼘하고도 많이 남았으니 월척하고도 좀 넘는다.

추수를 기다리는 가을 들녘은

가을 태양아래 황금빛으로 빛나는데

길가에 선 억새는 흰머리를 가을 바람에 나부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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