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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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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반 인가보다.
고향으로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인데.
때는 초봄 하고도 산란철인데 마땅히 아는데 는 없고 손바닥의 근지름 병은 기승을 부리고 해서 지금은 떠나고 없는 친구에게 전화를 넣었더니 경산의 영남대학교 뒤에 있는 저수지에서 뼘치가 넘는 놈으로(ㄴ ㄴ을 착각을 한 듯) 관고기가 나온다며 같이 가잔다.
긴가? 민가 하면서도 엷어질 데로 엷어진 귓구멍에 이 말이 박혔으니 어찌 아니 갈수가 있겠나.
집 거름 밭에서 지룡자를 양껏 잡아가지고는 대구를 거쳐 영대 뒤로 해서 조폐공사를 지나니 동내로 이어진 길이 저수지제방을 지나 이어져 있는데 저수지 입구 쪽에서 오솔길이 갈라지는데 상류로 이어져 있다.
야트막한 산자락을 끼고 저수지가 길쭉하게 이어져 있는데 한참을 가다보니 소나무 밑에 아주 그럴듯해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두 칸대와 한 칸반대를 펴고 지룡 자를 달아 던졌는데 도통 소식이 없다.
한 참을 지났는데 그때서야 나타난 친구가 제방 쪽에서 이름을 불러 대는데 어찌 들으면 참 묘한 게 내 이름이다.
“도덕아!” 이게 좀 멀리서 들으면
“도둑이야~~~!” 이렇게 들리기 십상이니 말이다.
더 시끄러워 지기 전에 여기 있노라고 대답을 했더니 이 친구 어슬렁거리며 오더니
“와 여기 앉았노? 저기 입구에서 해야 되는데”
대를 접어 돌아 나오니 제방으로 가는 시멘트길 과 지나온 오솔길이 갈라지는 지점 바로 밑이 한길정도 수직에 가까운 언덕을 내려가면 부들이 쓰러져서 수면을 덮고 있는 곳이 포인트라며 기어 내려간다.
나도 뒤따라 엉금엉금 기어 내려가니 이리저리 엉켜 있는 부들줄기 사이로 작은 구멍들이 보이는 곳이 일급 포인트라며 짧은 릴 대 와 릴 채비를 꺼낸다.
이놈은 항상 이런 식이다.
내게는 가장 짧은 대 라고 해야 1.25 칸짜리 인데
지금 자리에서는 벽에 비스듬히 기대서서 바로 발밑에다 채비를 넣어야 된다는데 나한테는 一言半句도 없고 저만 짧은 대를 준비 해 온 거다.
그것도 은성 릴 대 인데 길이가 1.5 미터 정도 되는 뽑기 식 릴대로 접으면 한자 남짓 되는 짧은 대 이다.
할 수 없어서 받침대에다 줄을 묶고 채비를 만들어 넣었더니 거짓말같이 찌가 쏙! 하고 내려가는데 받침대를 들면 7~8치 사이로 올라오는데 손맛이라고는 애초에 글러먹은 거고 그저 두레박 질 하듯이 퍼 올리는 수 밖에.....
그 날은 이 친구놈에 대한 야속한 마음과, 손맛은 없었지만 마릿수는 그런 대로 채웠다는데 위안을 삼고 집으로 오는데 한사코 한잔 하고 가자며 잡아끈다.
마시는 듯 마는 듯 대강자리를 끝내고 집에 와서는 잡동사니 낚시살림을 전부 꺼내서는 짧은 대 제작에 들어갔다 .
만들면서
“ 야 ! 이 치사 빤스 한 놈아! 나도 이것만 가지고 가면 네 놈이 가지고 폼을 잡는 릴 대 보다는 백, 천배 나은 뿌구리표 낚싯대의 위력을 보여주리라! 이 서글놈아! 기둘려라!!!.”
연신 비 맞은 스님 마냥 염불도 하면서.
우선 호박 대 부러진 것들을 조립해서 1.5 미터짜리를 만들고 손잡이는 대나무뿌리로 만들어 끼우고,
그라스롯드 대는 이것저것 섞어 조립을 했더니 얼룩이 이효상선생을 만들었다.
다음날 아침도 먹지 않고 냅다 달려서 그 자리에 갔더니 아직도 어둑살이 가시질 않았다.
미니 호박 대에 채비도 3호 원줄에다 8 호 바늘이겠다. 찌는 한 뼘이 채 안되는 것을 꼽고는 큼지막한 지룡자를 끼워 던졌더니 빨간 모자를 쓴 찌가 불쑥 머리를 내민다.
대를 들어 올렸더니 대가 동그랗게 원을 그리듯이 휘어서는 허리를 펼 줄을 모른다.
이건 손맛이 아니라 대가 부러질까봐 조바심에 어찌 해야 될지 모르겠다.
겨우 한 마리 건져 내고는 빳빳한 그라스롯드로 바꿔서 넣으면 뼘치 붕어가 줄줄이 올라온다.
고 짧은 대로 잡아내는 뼘치 붕어의 앙탈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자다가 오줌을 질금거릴 정도의 올가즘을 맛보여 줬었다.
해가 한참이나 올라온 후에 이 친구 도착해서는 내 낚싯대를 보더니
“니 그거 어데서 샀노?”
“짜석아! 비겁하구로 말도 안하고 닛 놈만 마이 잡을 끼라고 짧은 대가 된다는 말도 안하고 하는 꼬라지가 하도 괘심해서 멀쩡한 낚숫대 다 뿌사가 맹글었다 ㅆ ㅂ 눔아!”
“이 자석 이거 순~~ 나뿐 놈이네! 맹그는 김에 내 것도 하나 맹글어 주마 내가 싫다고 화낼까봐 니꺼 만 달랑 맹글었나 ㅆㅂ짜석아!”
“옴마야! 염병 지대로 하고 자뿌라졌네 언 눔이 더 나뿐 놈이고? 이 써글누마?”
그 날 낭창거리는 얼룩이 낚싯대로 쎄 쎄 거리며 붕어를 올릴 때 마다 그 친구의 눈빛은 하늘에 떠 있는 햇빛보다도 더 이글거리는 걸 보는 재미 또한 손맛에 버금가더라.
하여튼 이런 시시껄렁한 말잔치 속에 4일간 두레박질을 많이도 했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그 저수지 가에 돈사가 있어서 냄새가 진동을 했다는 것.
또 잡은 고기는 먹지 못할 것 같아 돌아 올적에는 방생의 기쁨도 맛 봤다는 것.
하지만 나쁜놈인지 써글놈인지 지금 그 친구가 내 곁에 없다는 것이,
이 깊어가는 가을마당에 이리 저리 뒹구는 낙엽만치나 내 마음을 쓸쓸하게 한다.
가을이 깊어 갑니다. 변산의 내소사옆 지장암에서 얻어온 단풍나무 인데 매년 이리도 곱게 단풍이 드네요. 이것들이 그때 만들었던 낚싯대와 찌들입니다.
그 친구가 그리 일찍 갈줄알았다면 한대쯤 줄걸 하는 후회도 쬐끔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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