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행의추억
|
- 본 게시물을 무단 다운로드, 도용, 인용, 링크 금지.
|
HOME >커뮤니티 >조행의추억 |
 |
|
 |
|
“야야! 저기 저 자리에서 그때 내가 큰거 걸었제?”
“예! 아부지 그날 큰거 많이 잡았심더”
저수지 주위를 천천히 돌고 있는 내 눈에는 자꾸 뿌옇게 안개가 낀다.
지난해 암 판정을 받으시고 모진 고통 속에 투병하신지 일 년여가 되었는데 병세가 호전 되는 듯 하다가 다시 재발이 되어 항암치료를 계속하고 계시다.
더 늦기 전에 고향산천을 보고 싶으셨던지 고향으로 다니러 내려 오셔서는 바람이나 쏘이러 가자시며 지난날 모시고 다녔던 저수지 구경을 하고 싶으시다 기에 모시고 나선 길이다.
출발 전에 낚싯대도 챙겨가자고 하셔서 적은 낚시가방도 싣고 왔다.
늦봄이긴 하지만 아직은 외기가 차가운데 자꾸 문을 내리라고 하신다.
혹시 감기라도 들면 병세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는 걸 아실 텐데도 물비린내가 그리우신가 보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니 아늑한 골 자리가 나온다.
“니 저기 가서 함 던져봐라 자리가 참 좋아 보인다.”
“예 아버지 여기 잠깐 앉아계시면 제가 갔다 오겠습니다.”
차를 세우고 차 바로 옆에다 찌가 아버지께서 잘 보이시도록 대를 펴고 떢밥을 달아 던져 놓았더니 한참을 꼼지락 거리더니 찌를 살포시 밀어 올린다.
“야! 야! 뭐 하노? 입질하는 구만은.”
찌 올림이나 구경하시라고 당기지 않은 대를 채라고 채근을 하신다.
“그 대 일로 가져와 봐라.”
손잡이를 넘겨드렸더니
“어! 어! 이놈 이거 힘쓰는 거 봐라 허! 허!”
파리한 안색이 발그레하게 홍조를 띠시며 흐뭇해하신다.
대를 넘겨주시더니 날씨가 차가운 듯하니 그만 돌아가자고 하신다.
두 시간여의 짧은 낚시여행을 다녀오시곤 서울로 올라가셔서 또 길고도 고통스런 항암치료를 받으시다가 평소에 유언과 같이 말씀 하셨던
“내 죽거든 울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롯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을 내 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듣게 하라” 시던 뜻에 따라 음악이 흐르는 당신의 서재에서 추석을 며칠 앞두고 눈을 감으셨다.
그렇게 떠나신 지가 내일이면 14 년이 된다.
제사를 하루 앞두고 당신이 남기고 떠나신 단상을 떠 올리며 이 아침에 눈물을 훔친다.
|
|
* 가끔 광고를 클릭해 봐 주시면 낚랑 사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
|
|
|
|
| 133 | | 유곡천 의 추억. (10) | | 뿌구리 | | 11.01.20 | | 5,540 | | | | 132 | | 여담 (12) | | 뿌구리 | | 11.01.17 | | 4,370 | | | | 131 | | 오랫만에 들렸습니다. (54) | | 뿌구리 | | 10.11.12 | | 4,634 | | | | 130 | | 님들 주소 좀 알려주세요!! (15) | | 뿌구리 | | 10.06.23 | | 2,874 | | | | 129 | | 어머니의 사랑. (6) | | 뿌구리 | | 10.05.09 | | 2,678 | | | | 128 | | 釣友 이사장. (7) | | 뿌구리 | | 10.04.11 | | 2,899 | | | | 127 | | 一場春夢 (8) | | 뿌구리 | | 10.03.09 | | 3,894 | | | | 126 | | 사월이! (8) | | 뿌구리 | | 10.02.04 | | 4,039 | | | | 125 | | 不倫. (9) | | 뿌구리 | | 10.01.16 | | 6,049 | | | | 124 | | 낄~~낄. (10) | | 뿌구리 | | 09.12.30 | | 6,516 | | | | 123 | | 재탕. (6) | | 뿌구리 | | 09.12.11 | | 5,921 | | | | 122 | | 퍼온 글. (5) | | 뿌구리 | | 09.11.27 | | 4,947 | | |
|
|
|
|
|
|
|
|
|
|
|
|
|
알림
;){kind=sm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