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구리 > 낙동강 숭어낚시 : 낚시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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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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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구리
작성일 : 2008-10-16 11:50:47 / 조회 : 3,944 / 추천 : 0      

제목 l 뿌구리 > 낙동강 숭어낚시 : 낚시사랑

내가 어릴 때 뒷강에서(낙동강) 본 낚시 중에 숭어꽂이 낚시라는 게 있다.
가을에 주로 하는 낚시인데 땅거미가 내리는 어스름에 어른들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서 얕은 모래바닥에다 어른 키의 두 배쯤 되는 장대에다 명주실을 묶고 중간에 참나무껍질을 달고 그 끝에다 갈치 입에서 빼낸 낚시를 달아 장대를 반 정도 모래속에다 박아놓고 건너와서는 새벽에 뒷산에 올라가서 전날 꽂아둔 장대를 살펴보고 와들와들 떨리는 장대가 있으면 배를 타고 건너가서 어른 허벅지만치나 굵은 숭어를 잡아오던 것이다.

우리 집에 살던 장 씨라는 사람이 이 낚시를 유독 잘 했는데 장대를 챙겨 나간 다음날에는 나는 새벽바람에 일어나 뒷산에 올라가서 건너편 장대가 보일 때까지 어둠이 걷히는 그 긴 기다림은 지루하면서도 참 짜릿한 경험이었다.
희미한 안개 속에서 숭어가 걸린 대에서 신 내린 무당의 장대 같은 떨림이 있는 대를 보면 괜히 흥분해서 소리를 꽥꽥 지르곤 하던 기억이 엊그제 같이 생생하다.

어린 마음에 고기가 대를 끌고 도망가면 어쩌나 하는 안타까움에 장 씨가 빨리 강을 건너가기를 재촉하지만
“걸린 고기가 어데 가나?” 하면서 꾸물대는 장 씨가 천하 게으름뱅이같이 느껴지곤 했다.
해가 한발이나 올라온 뒤에야 배를 저어 건너가서는 꿰미에 두어 마리 잡아올 때는 개선 장군 마냥 동내 앞을 천천히 걸어오면서 이집 저집 기웃거리며 잡은 고기를 자랑하고 나서야 집으로 가져오곤 했는데 그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내가 꾼이 되어 고기를 많이 잡아보고는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그 시절에는 낙동강에는 그야말로 고기 반 물 반 이었던 것 같다.
전쟁이 끝난 지가 한참이 지났는데도 여름에 장마가 지고 큰물이 지난 후에 강가에 가보면 총알라든가 수류탄 혹은 박격포탄 같은 게 포장된 상태로 참 많이도 주웠었다.
청년들이 수류탄으로 고기를 잡다가 팔이 날아가고 손목도 끊어진 사고도 빈번히 일어나곤 했는데 수류탄을 터트려서 고기를 거둬가고 난 후에 늦게 떠오른 고기를 줍느라 우리들은 헤엄을 일찍부터 배우기도 했다.
한번은 내 키보다 더 큰 잉어가 떠올랐는데 우리 꼬마들은 겁이 나서 물에 들어가질 못하고 소리만 지르고 있었는데 어른이 그 고기를 잡으러 들어갔다가 부자지를 꼬리에 얻어맞고 기절한걸 다른 사람이 건져 냈던 적이 있을 정도로 큰 고기도 많았다.
어른들은 우리가 강가에서 노는걸 말리느라 사람고기를 먹고 자란고기들이라 힘도 세고 크기도 잘 크며 사람도 잡아먹는다고 우리들에게 겁을 주곤 했는데 정말이라고 철썩 같이 믿었었다.

낙동강 전투가 가장치열하게 벌어졌던 곳이 왜관에서 고령 사이라고 하는데 어른들 말을 들어보면 넓은 강변 모래밭에 인민군으로 까맣게 깔려 있었는데 이쪽에서 비행기로 폭탄을 퍼붓고 포를 쏘고 총으로 강물이 벌겋도록 적군을 죽여도 다음날에 또 강변 모래밭을 새까맣게 뒤덮고 몰려오곤 했다고 한다.
내가 학교에 가기 전 어릴 때 뒷산을 돌아다니다 보면 비스킷이나 초콜릿을 주워 먹었던 기억도 새롭다.
겉포장을 한 깡통은 부식됐지만 속 은박지포장은 말짱해서 포장지를 뜯으면 고소한 비스킷냄새와 달콤한 초콜릿 향기가 진하게 풍겨 나왔었다.
여름 긴긴날 놀기도 지쳐서 간식거리를 찾느라 풀이 무성한 참호 속을 뒤지다 보면 간혹 사람 뼈가 나와 혼비백산 집으로 도망오곤 했던 일도 있었다.

숭어 떼가 올라오고 해질녘이면 피라미들이 은빛비늘을 반짝거리며 온 수면을 뒤덮고 잉어며 붕어 등 고기들이 우굴 거리던 낙동강도 오염과 무분별한 골재체취로 산란할 곳마저 없어지고 고기의 종류도 개채수도 급격히 줄어들고 강가에 앉으면 건너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고 깊던 강은 추억 속에만 존재하고 지금은 골재체취선이 강에 떠있고 덤프트럭들이 강바닥을 휘젓고 돌아다니는 죽어가는 강이 되어 버려 고향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한 번도 강가에 대를 담가보질 못했다.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라 하지만 있었던 것들이 없어지고 맑고 푸르게 흐르던 물이 지금은 죽은 강이 되어가는 걸 보는 내 마음속은 추억이라는 게 고통스럽기 까지 하다.

공사판 같이 변한 낙동강 입니다.
다리가 놓인곳에서부터 아랫쪽이 숭어낚를 하던곳으로 지금은 물길이 모래체취때문에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쪽 숲에서 부터 건너편 물까지가 전에는 강물이 넘실거리며 흐르던 곳인데 지금은 실개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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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대항 
[2008-10-17 15:51:20]
[..***.]
  
가슴아픈 추억입니다.
그~모든것이 갱제발전에 속물이되여서
흔적없이 사라저버리내요...ㅉ
그나저나 그짝에는 물부족이라는 애환은 없으시겟지요?
가슴아픈 추억 함께느껴보구 갑니다.

조달풍 
[2008-10-17 16:33:14]
[..***.]
  
추억은 아름답습니다,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든가,제 고향 안동 시골에도 옛적에 큰 비에 황토물이 흘러간 뒤, 메기나 피라미가 엄청나게 잡혔는데, 지금은 실개천으로 변하고 고기는 온데 간데 없데요.

불거리 
[2008-10-18 02:59:20]
[..***.]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안녕하시지요?
그동안 일이 바뻐 자주 못들어왔네요 덕분에 형님의 주옥같은 글들을
하나하나 읽을수있는 기쁨은 차고차곡 쌓여있네요.ㅎㅎㅎ

지난 여름에 안동병원에 병문안차 가는길에 오랜만에 낙동강을 보았는데
비쩍마른 물줄기와 너무나도 변해버린 모습에 마음 아렸던 기억이 새롭네요.

제가 어린시절 자랐던 문경에도 예전의 그 넓고 크게만 느꼈던 동네와 산내들의
추억어린 모습은 간데 없고 작고 보잘것없이 변해있는 모습에
어린시절 추억들이 색바랜듯한 느낌을 받곤 한답니다.

차가워지는 일기에 형수님과 더불어 건강에 유념하시고
건필하시길 빕니다.

중챙이 
[2008-10-21 10:39:58]
[..***.]
  
제가 81년도부산에있을때 구포다리밑에서 재첩도잡고 낚시도하며 특히여름엔 수영도했는데 얼마전 가보니 많이바뀌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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