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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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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구리
작성일 : 2008-11-04 10:30:37 / 조회 : 215 / 추천 : 0      

제목 l 뿌구리 > 찌. : 낚시사랑


이건 순전히 내 주관적인 이야기 이다.

낚시의 맛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경험이 일천 관계로 심오한 낚시 맛은 터득하지 못했고 찌 맛. 손맛. 입맛. 거기다 조몰락거리는 맛(점잖지 못하게 거시기를 조몰락거리는 게 아니고) 을 즐기고 있다.

낚시를 처음 배울 때는 끝 보기 아니면 수수깡 찌를 썼는데 그때는 무조건 끌고 들어가야 챔 질을 했으니 찌 맛이라고 할 것도 없고.
서울로 올라가서 떡밥낚시를 처음 배우고 부터 찌에 관심을 갖기 시작 했는데 그때 파는 찌라고 해야 튜브로 만든 조잡한 찌가 대부분인데 그때도 올려주는 입질보다는 깔작거리다가 물고 들어가는 입질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 후에 발사 찌라든가 갈대 찌가 나오고 공작 찌도 한 자리를 차지하다가 그 후부터는 다양한 재료의 찌들이 생산 되었던 걸로 알고 있다.

그즈음 간혹 자작으로 만든 찌를 구경하곤 했는데 그 찌 올림을 보고는 나도 하나 갖고 싶은 마음에 몸살을 앓곤 했다.
주로 수수깡과 갈대로 만든 찌였는데 그 찌의 올림의 중후함이라니 옆에서 구경만 해도 오줌을 질금 거릴 정도 였다.
나도 만들어 볼 거라고 몇 번 시도해봤지만 그리 만만하게 만들어진다면 무슨 고민 있겠나!.
조잡스런 몇 개의 찌를 만들어서 실전에 임해보니 남이 볼까봐 감추기 급급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대구로 내려와 찌 만들기에 일가견이 있는 후배한테 사사를 받아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모양을 갖춰가기에 이르러 그 재미에 푹 빠졌었다.
한참 찌 만드는 재미에 빠졌을 때는 밤을 새우곤 했는데 아파트 거실에는 사포로 다듬은 삼나무가루가 벌겋게 쌓여있기가 일쑤였다.
이 먼지는 청소기로도 빨아들여지지가 않고 걸레로 닦아야만 하는데 아프다고 짜증부리지 않고 혼자 노는 것만 대견 하게 생각했는지 아내는 한 번도 짜증내지 않고 뒷정리며 청소를 해 주고 재료도 정리 할 수 있는 상자들도 마련해 주며 많이 만들어서 생활비에 보태라면서 격려도 해줬다.

만들어서 남에게 주는 재미도 있었는데 요즘에 그때 줬던 찌를 가끔 만나면 왜 줬던가! 후회를 많이 한다.
그때 눈에 띄지 않던 결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나무로 깎으니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조그만 실수를 하게 되면 다시 만들어야하니 참 고단한 작업이었다.
주로 삼나무로 만들었는데 나무 깎기에 실증을 느낄 때 쯤 장기간 복용한 약 때문에 수전증도 심해져서 도저히 나무를 더 깎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때부터 가공이 필요 없는 은행이라든가 산 갈대로 찌를 만들다가 그것도 실증이 날 즈음 마침 후배가 빨대로 찌를 만들어서 하나를 줬는데 그 점잖게 올라오는 찌 맛에 그만 다른 재료로 만들던 작업은 다 접어버렸다.
처음엔 많이 까불던 찌가 만들기를 거듭할수록 찌 올림의 중후함을 곁들이는 방법도 터득하게 되었다.

혹자는 “낚시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 라고 하더라만 나는 그 기다림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해서 밤새워가며 오직 한 두 번의 입질을 기다리는 생미끼를 잘 쓰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지룡자 때문에 내 거시기가 풍선 같이 부풀어(지렁이를 만진 손을 씻지 않고 거총을 시켜서 볼일을 보고난 후) 직장 다닐 때 괜한 오해를 받은 적이 있고 부터는 가급적 생미끼는 쓰질 않는다.
새우 낚시의 중후한 찌 올림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한 번도 구경한 적이 없으니 뭐라고 할 말은 없다.

시중에 파는 기만 원씩 하는 찌들의 찌 올림이 좋다지만 내손으로 직접 만들어 던져놓은 찌가 서서히 올려줄 때의 그 찌 맛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하더라.
아마 성능이 좋아서라기보다 애착을 가지고 직접 만든 거라서 일거라 생각 한다.
또 찌 값은 어찌 천정부지로 올라만 가는지!
요즘은 낚시터에 가보면 낚시장비에서 부터 소품에 이르기 까지 너무 고가품들을 가지고 다녀서 눈이 핑핑 돌아갈 지경이다.

가장 서민적인 취미생활이라고 하는 낚시가 왜 요즘엔 고급으로 고급으로만 치닫는지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비싼 찌도 수요가 있으니 생산 하는 것이겠지만 내 손으로 만든 찌를 가지고 물가에 앉아보면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낚시점에 가보면 찌 재료도 다양하게 나온 것들이 있는데 조립만 해서 칠만 입히면 되는 것들도 많이 나와 있다.

낚시복장도 보면 십여 년 전에만 해도 입다가 후줄근해진 남방이나 하나 걸치고 헌 바지에다 운동화만 신고 낚시가방을 메고 나서기만 해도 훌륭한 낚시복장이 되었는데 요즘은 무슨 텍스니 하는 기십 만 원짜리 옷을 입어야 낚시꾼 행세를 하는가 보더라.
또 어떤 낚시를 보면 하나같이 일제로 치장을 해야 고기가 잡히는지 똑 같은 장비에 똑 같은 옷들을 입고 앉아 있는걸 보면 실소가 절로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동류의식과 결속력을 가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한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 같은 생각만 들더라.
찌 이야기를 하다가 이상한 방향으로 빗나가는 것 같아 그만 줄여야 겠다.

가을이 깊어가니 자연 물가를 찾는 횟수도 줄어 들것이고 겨울이 오면 긴긴 동면기를 맞아 술잔 앞에 놓고 지난 시즌에 잡아서 고아먹고 구천을 떠도는 고기혼백들을 술상위에 불러내다가는 젓가락 보다 길었네! 짧았네! 침 튀겨가며 없어진 고기의 길이만 늘이지 말고 찌 만드는 재미에 도전 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에 두서없이 주절거려 본다.
만들다 보면 낚시 할 때 보다 또 다른 묘미를 느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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