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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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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출조에서는 반드시 녀석과의 승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것을
다짐했다. 너무 오랫동안 녀석과의 씨름에 매번 같은 곳으로 출조 했었고,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동우회도 한동안 가지 못했다. 이제 동절기에 접어들면
한동안 대를 접어야 하는 막판시즌이라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성을 지나 진천방향의 좁은 국도를 따라 어느 정도 지나자
낮익은 갈대 숲길이 펼쳐졌다. 항상 이곳을 지날때면 설레임과 자연의
품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편안함과 가슴 전체를 쓸어내리는 청명함을
느낀다.
이곳을 알려준 진천후배의 말처럼 갈숲과 굽이진 산길 너머에 자리잡은
소류지의 위치가 현지인 일부 이외엔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그나마 터가 센곳
으로 알려져 있어서 웬만한 인내심과 경험을 갖추지 않은 꾼들에게는 별반
매력이 없는 포인트라 했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때 길게 이어진 도랑같은
늪을 지나 커다란 돌무너미 아래로 형성된 웅덩이는 끊길듯 이어져 산자락을
끼고 자그마한 뚝방까지 약 3~4천평 크기를 갖추고 있었다.
나는 항상 돌무너미를 왼켠에 둔 부들밭 사이에 대를 폈다.
특별한 이유라기 보다는 물가에서 2~3칸반대 사이에 드문 드문 솟은 부들과
뗏장사이에서 가끔 녀석의 입질을 받았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상류쪽
잠긴 고목 포인트가 8치 전후의 씨알의 심심찮은 입질과 조황이 보장되었지만
녀석에 대한 미련때문에 밤새 단한번의 입질도 받을 수 없는 이곳을 버릇처럼
찾았다. 대를 펴기전에 두어곳에 새우망을 던져 미끼채집을 하고 느긋하게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몇일전 동우회 선배가 요즘 대물 낚시를 하러 다니는
나를 찾아와 잘빠진 수제찌 2개를 선물하며 어탁용으로 쓰일 대물붕어를 꼭 잡아
달라며 부탁한 일도 있어, 어느때 보다 비장한 각오로 녀석과의 만남을 준비해야
했다.
붕어가 40치가 넘는 크기로 클려면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 할까?
물론 환경적인 부분도 상당히 크겠지만 아마도 족히 5,6년은 훨씬 넘지 않을까
짐작해 보지만 정확한 사실은 모르겠다. 아무튼 수많은 생태적 먹이사슬과 꾼들의
바늘을 피해 그정도 수령까지 살아있다는 것은 확률상 대단한 것이고, 그러한 놈들은
아마도 어느정도의 지능적인 습성에 따라 위험을 감지하고 자신을 방어하는 능력이
예상한것 보다 훨씬 높다는것을 이번기회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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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에 계속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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