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행의추억
|
- 본 게시물을 무단 다운로드, 도용, 인용, 링크 금지.
|
HOME >커뮤니티 >조행의추억 |
 |
|
 |
|
|
|
|
|
작성일 : 2008-12-03 20:03:54 / 조회 : 2,195
/ 추천 : 0
|
  |
|
“가리” 라 함은 여울에 고기가 산란하는 것을 뜻하는 방언이라고 한다.
어느 지방의 방언인지는 모르겠지만 누치가리란 말이 많이 쓰이는 경기도 쪽 방언이 아닐까 하는 게 내 생각인데 자신은 없다.
곡우를 전후해서 얕은 자갈바닥을 헤집고 알을 낳으려는 누치들의 몸부림이 처절하리만치 산고를 치루는 의식이 행해진다.
이때 누치를 잡아보면 주둥이가 다 헤지고 머리통도 자갈바닥에 비벼서 너덜거리는 놈들이 허다하다.
자연의 오묘함이랄까.
같은 강줄기인데도 바닥이 모래인 곳이 있는가 하면 자갈이 깔린 곳도 있고 또 찰기가 찰떡같은 쪼대 흙(우리고장의 사투리로 찰흙을 뜻함) 인 곳도 있다.
그 경계가 아주 명확하게 구분 지어져서 서로 뒤섞여 있는 경우를 잘 보지 못했다.
우리 동내 낙동강도 마찬가지로 자갈바닥인 곳이 1키로 가까이나 이어지다가 모래바닥으로 이어지는데 보리가 한참 키 자랑을 하며 들판을 시퍼렇게 물들일 때 쯤 동내사람들이 장대를 하나씩 들고 나와 누치사냥을(우리 동네 방언으로는 나부라치 라고 함) 벌이곤 했다.
아니 사냥이라기 보담 광란의 춤판이라고 해야 적당한 표현이 될 것 같다.
자갈바닥에 사람들은 강심에서 아래로 일렬로 서서는 장대로 물을 치면서 얕은 강가로 누치들을 몰고 가는 방법인데 처음엔 줄을 맞춰서 올라가다가 누치기 놀라서 물위로 튀어 오르기 시작하면 산지사방으로 흩어져서 누치를 쫒느라 아수라장이 벌어진다.
처음의 약속대로 얕은 물가로 누치들을 몰고 가서 가둬서 잡자는 약속은 간곳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고기몰이는 뒷전이고 눈앞에서 튀는 누치들을 잡느라 장대를 들고 강바닥을 헤집고 다니다가 재수 좋게도 튀어 오르는 누치라도 한 마리 때려잡으면 강가 모래밭에다 던져 놓고는 또 누치를 쫒아서 이리 뛰고 저리 내달리며 난장판을 만들고,
물가에는 주인들을 따라 나온 개들이 덩달아 신명풀이를 하고 있다.
멍멍 짖으며 주인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놈, 다른 개들이야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암캐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놈. 괜히 다른 개들이 뛰어다니니까 덩달아 뛰는 놈.
강에서는 사람이 뛰어다니고 물가에는 개들이 뛰어다니는 광란의 춤판이 되는 것이다.
긴긴 봄의 하루해가 서산으로 저물 때쯤에는 강가에다 큰 솥을 걸어놓고 온 동내사람들이 모여 술판이 벌어지곤 했다.
그렇게 며칠을 강바닥을 뒤집으며 산란의 의식을 치룬 누치들은 얕은 강가에서 자취를 감춰 버리고 다시 강물이 평온을 되찾으면 강 낚시에 입질이 붙기 시작 한다.
낚시를 해보면 조심성 많은 잉어와는 달리 Y자로 만든 받침대위에 얹어 놓은 낚싯대가 화들짝 놀라 뛸 만치 입질이 아주 시원스럽다.
장마철에는 주로 얕은 강가로 나와 곤충이나 씨앗들을 훑어 먹으려 풀숲속의 그중 맑은 물 쪽에서 주로 입질을 받곤 했었다.
초등학교 2~3학년 때쯤 한번은 대나무 낚싯대에 얼마나 큰 놈이 물렸던지 몇 번의 줄다리기 끝에 대나무낚싯대 마저 뺏겨버리고 울며불며 비틀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던 기억이 아직도 어제일 마냥 선명하다.
요즘 낙동강에는 누치도 자취를 감춰가고 자갈바닥도 지방자치 단체들의 제원마련 이라는 미명하에 강바닥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자갈뿐만 아니라 모래도 다 파내 버려서 강물의 자연정화 능력도 상실해 버린 지 오래전 일이다.
전에 아산수로 쪽으로 낚시를 가보면 각 가정마다 장독에다 모래와 자갈, 숯을 넣고 수도꼭지를 달고 정수시킨 물을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의 가정용 정수기가 나오기 전의 토종 정수기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의 하천도 모래와 자갈 등을 거쳐 가면서 물들이 정화가 돼야 할 건데 바닥을 다 긁어버리면 자연 정화력을 잃어버린 하천을 흘러가는 오수들은 어찌 되겠는가.
고기가 떠나버린 강가에는 새들도 떠나고 결국에는 사람들도 떠나야 할 날이 닦아오지 않겠는가!.
|
|
* 가끔 광고를 클릭해 봐 주시면 낚랑 사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
|
|
| 133 | | 유곡천 의 추억. (10) | | 뿌구리 | | 11.01.20 | | 5,540 | | | | 132 | | 여담 (12) | | 뿌구리 | | 11.01.17 | | 4,370 | | | | 131 | | 오랫만에 들렸습니다. (54) | | 뿌구리 | | 10.11.12 | | 4,636 | | | | 130 | | 님들 주소 좀 알려주세요!! (15) | | 뿌구리 | | 10.06.23 | | 2,874 | | | | 129 | | 어머니의 사랑. (6) | | 뿌구리 | | 10.05.09 | | 2,678 | | | | 128 | | 釣友 이사장. (7) | | 뿌구리 | | 10.04.11 | | 2,899 | | | | 127 | | 一場春夢 (8) | | 뿌구리 | | 10.03.09 | | 3,895 | | | | 126 | | 사월이! (8) | | 뿌구리 | | 10.02.04 | | 4,040 | | | | 125 | | 不倫. (9) | | 뿌구리 | | 10.01.16 | | 6,049 | | | | 124 | | 낄~~낄. (10) | | 뿌구리 | | 09.12.30 | | 6,519 | | | | 123 | | 재탕. (6) | | 뿌구리 | | 09.12.11 | | 5,921 | | | | 122 | | 퍼온 글. (5) | | 뿌구리 | | 09.11.27 | | 4,947 | | |
|
|
|
|
|
|
|
|
|
|
|
|
|
알림
;){kind=sm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