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어뱅이 > 부창부수(夫唱婦隨) 4부 : 낚시사랑

4부

그 후로도 우리는 형수님을 위로할 겸 자주 낚시를 갔다.
"이제는 배 저을 사람이 없으니 아제들이 직접 배를 타고 가소."
혼자서 농사일이 벅찬 형수는 소와 염소, 닭을 기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주인없이 물가에 한가로이 매어 있는 배는 우리 외에는 쳐다보는 사람도 없었다.

형님이 타다가 죽었다는 찜찜한 생각도 들었지만
형님의 손때와 추억이 묻어 있는 배를 타고 낚시를 다녔다.
낚시를 가는 길옆에 있는 형님의 무덤을 지날 때는 소주를 꺼내 한 잔 따라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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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물을 길러 세수를 하고 마루에 걸터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을 때,
풋고추랑 애호박을 바구니 가득 담고 형수가 들어왔다.
형수는 우리를 보더니 가벼운 미소로 반겼다.

"어제 밤 형수가 산소에 왔었죠?"
나는 어제 밤 곡소리의 주인공이 형수인 것을 알지만 위로하는 투로 말했다.
형수는 대답대신 고개만 떨구고 우물물로 흐르는 땀을 씻었다.
땀 속에 눈물도 함께 흐는고 있다는 걸 마음으로 느꼈다.

"이제 6개월이 지났으니 형수도 마음을 굳게 먹으세요. 형님도 그걸 바랄겁니다."
친구가 한마디 거들었다.

"세상에 혼자 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제들이 모르제?
누굴 위해 쇠죽도 끓이고 닭모이도 주겠노..."

얼굴이 너무나 수척해 보이고 앙상한 뼈만 들어난 형수의 모습이 안스러워,
"형수! 그래도 식사는 제 때에 하십시오." 하고 말했다.
"밥이 넘어가야 묵제. 또 혼자 살라고 묵으면 뭐 하겠노."
형수는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 쉬었다.

그 해 가을은 해외연수가 있어 3달 동안 낚시를 가지 못했다.
친구도 혼자 가는 것이 싫어서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손풀이만 했다고 했다.

"모처럼 형수가 어찌 지내는지 한번 가 보자."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그 해 늦가을 토요일, 친구와 나는 낚시를 갔다.

형수네 마당에 들어서니 인기척이라고는 없다.
찬바람이 부는 마당은 설렁하고 모이를 쪼던 닭들도 마구간에서 돼새김하던 소도 보이지 않았다.
잡초가 말라 가는 마당에는 낙엽만이 딩굴고
텃밭에 고추가 익었다 말라서 가을 햇볕에 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형수가 이사를 갔나 봐. 낚시나 하러 가자."
저만치 물가에서 한가로이 졸고 있는 배를 보고 산자락을 타고 물가로 내려갔다.

산자락을 돌아 형님의 무덤을 지나가는데, 그 무덤 옆에 마른 잔디 사이로 뻘건 흙이 듬성듬성
보이는 초라한 무덤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

우리는 멍하니 서서 무덤을 보다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언 듯 내 머리는 스치고 지나가는 말이 있었다.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나도 그 사람 옆으로 가야지."
형수가 나의 위로를 들은 척도 않고 하던 말이다.

우리는 말없이 낚시가방 속에서 소주를 꺼냈다.
그리고, 새우깡과 사과를 마른 잔디 위에 놓았다.
소주를 따라서 잔디위에 뿌리면서 친구는 꺽 꺽 울었다.

"형수요! 형님이 그리도 좋던가요?"
우리는 낚시할 생각도 않고 가을 햇빛이 기울 때까지 무덤위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돌아오면서 이웃 집에 들려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형수는 그렇게 식음을 전폐하고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했다고 했다.

"자식만 있었더라도...."
이웃집 아주머니는 코를 풀어 치마에 닦았다.

우리는 물가에 나란히 누워있는 무덤을 바라보다가 땅거미가 내릴 때 돌아왔다.

그 후로 왠지 쓸쓸한 생각이 들어 그 곳으로 낚시를 가지 않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