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아내
제6부
(산란1)
기다리던 토요일이다.
대포는 퇴근을 하고 낚시를 가려고 불이 나게 집에 와 보니 아내가 없다.
식탁 위에 보니 메모지가 한 장 있다.
<자기야! 나 밤낚시 간다.
곰탕국 끓여 놓았으니 먹고, 김밥 사서 낚시 갔다 와. 이번에는 월척 잡아!.>
대포는 머리가 띵하다.
한다한다 하니 정말로 너무 하다.
이제는 밤낚시를 가고 없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왔다.
휴대폰을 때린다.
"야! 어영순, 지금 어디야!"
"어디긴 어디야? 낚시터지."
"지금 당장 오지 못해!"
"이제 막 도착해서 대 펴는 중이야. 분위기 죽여 줘."
"당장 오라는데 말이 많아."
"자기도 밤낚시 갈 거잖아. 곰탕 먹고 얼른 가. 친구들이 기다리잖아."
"지금 당장 오란 말이야!"
"너무 멀어서 갈 수가 없어....어!! 입질 와, 끓어"
그리고는 전화를 뚝 끊어 버린다.
다시 전화를 하지만 휴대폰을 꺼져 있다.
어휴! 이게 무슨 일이람.
대포는 담배를 연신 피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려 하고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는 친구들은 뒤 따라 갈 테니 먼저 가라고 보냈다.
혼자 빈집에 앉아 생각을 하니 오만 생각이 다 든다.
보나마나 삼식인가 그 녀석하고 같이 갔을 거야.
멀리 갔다는 걸 보니 충주호나 안동댐으로 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왜 이 모양이 됐을까?
자업자득이지.
내가 낚시를 좀 알아서 가야하는데, 주말마다 밤낚시를 가니 아낸들 어찌 온전하랴!
저녁을 먹어도 넘어가지를 않는다.
야구중계방송을 보아도, 낚시방송을 보아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어쩌면 두 사람이 낚시를 간다고 하고 멀리 여행을 갔을 수도 있다.
대포도 전에 낚시 핑계 대고 길다방 진양하고 놀러 간 경험이 있다.
손에 잡히는 것도 없고 눈에 보이는 것도 없다.
내가 낚시대를 불질러 버려야지!!!
잠 한숨 자지 못하고 긴 밤을 꼬박 쇼파에 앉아 분을 삭이고 있을 때,
살며시 현관문이 열리며 영순이가 뽀족히 고개를 디밀었다.
"야! 어영순. 따라 와!"
대포는 신발을 벗지도 않고 낚시가방을 메고 있는 영순을 끌고 가서 차를 태웠다.
"왜? 지금 낚시 갈려구?"
대포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거리지만, 영순을 유들유들하게 태연하게 차를 타는 것이었다.
대포는 어둠 속을 말없이 달리고 있었다.
"자기야, 우리도 차 바꿔. 밤낚시 하다가 티코 안에서 잠자려면 좁아서 힘들겠다.
오빠는 무소차를 개조했는데 넓고 아늑하고 참 좋더라."
"그 녀석은 그렌져 탄다며?"
"현장에 가거나 낚시를 갈 때는 무소를 타고 가."
"그럼, 그 녀석 차에서 잤단 말이야?"
"응, 춥지도 않던데....."
"삼식이 녀석하고?"
"삼식이 오빠는 낚시를 계속했어."
영순은 일부러 대포를 약 올리려는 듯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아침에 오려다가 자기 생각해서 일찍 왔어."
"지금 새벽이 됐는데 일찍 온 거야?"
"자기는 해가 중천에 떠야 오잖아!"
대포는 화가 났지만 지은 죄가 많아 할말이 없었다.
---다음호에 계속---
|
알림
조행의추억
;){kind=sm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