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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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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에서 고속도로로 대구 쪽으로 오다보면 낙동강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 쪽으로 넓은 밭이 보이고 그 밭과 고속도로 아래의 농로 사이로 길게 뻗어있는 수로가 있는데 이곳이 석적 수로이다.
길게 이어진 수로는 폭이 일정하지가 않고 개구리 여러 마리를 잡아먹은 뱀 모양 잘록잘록하게 생겼으며 수로 가에는 버드나무와 육초가 빽빽이 자라고 있어서 접근하기가 용의치 않으며 고기들로 볼 적엔 최상의 서식요건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갈수기엔 얕은 곳의 수로바닥이 들어나고 또 인근의 밭에서 물을 퍼 쓰기 때문에 낚시하기가 곤란 하지만 장마 때 강물이 차오르면 강물이 거꾸로 역류해서 이 수로가 넓은 강같이 변하는데 이때 맑은 물을 따라 올라온 고기들이 이곳에서 집결하여 작전회의와 앞으로 진로를 결정하면서 잠시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들도 군대에서 경험 했듯이 작전 중의 잠시 휴식시간에는 어지간한 군기해이 정도는 너그러이 봐주질 않는가.
탁하고 험한 강 본류를 피해 이곳에 집결한 고기들도 이때쯤엔 긴장도 풀리고 배가 고플 때라 먹을 것만 보면 막무가내로 덤벼든다.
평소에는 늙은 고기들이 젊은 고기들이 촐싹거리며 먹이를 탐 하면 꾸짖기도 하고 주의를 주지만 이 때만은 어지간한 일은 눈감아 주는가 보더라.
몇 년 전에 위와 같이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졌을 때 후배와 이 수로를 찾았을 때 이바구 이다.
농로 밑으로 나 있는 수통이(시멘트구조물) 물속에 잠겨 있고 수통을 통해 내려오는 물이 수로 중간에서 용솟음치며 솟구친다.
후배와 길 건너편 밭가에 앉아서 육초사이로 미끼를 던지려니 좁은 수통을 빠져나온 물줄기가 육초를 이리 저리 흔들어 노아서 제대로 바닥에 닿질 않고 어쩌다가 바닥에 닿기만 하면 금방 입질이 오고 신발짝만 한 강 붕어들이 올라온다.
몇 번씩이나 던져 넣으려니 짜증도 나고 번거로워서 건너편 수통으로 물이 세차게 흘러나오는 바로 옆에는 물이 맴돌면서 물살이 별로 거세지 않아 그쪽으로 옮기기로 했다.
지하로 뚫린 수통위에 마침 비료포대를 차곡차곡 쌓아 놓은 게 있어서 안성맞춤이구나 싶어서 그 포대 뒤편에 의자를 놓고 받침대를 꽂으려는데 어디서 지독한 인분 냄새가 난다.
흔히 밭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밭가에다 구덩이를 깊게 파고 거기다 인분을 채우고 썩혀서 거름으로 쓰는지라 근처 어디에 인분 구덩이가 있어서 물에 잠겨서 냄새가 나는가 보다 생각하고 받침대를 비료포대에다 꼽았더니 비료포대가 찢어지며 누런 국물이 줄줄 흘러나오는데 그때의 그 냄새라니.
어느 시래 배 아들놈이 그 포대에다 인분을 넣고 입구를 틀어막고서는 여기다 버린 것이었다.
이미 받침대를 타고 흘러내린 인분국물(?)이 묻은 것을 뽑자 해도 그렇고 버리자니 오랫동안 고락을 같이 했던 것이라 아깝고 진퇴가 양난이다.
인정에 차마 버릴 수가 없어서 다른 받침대 두개로 젓가락질하듯이 겨우 뽑아서 씻으려고 물에 넣고 흔들었더니 이 받침대가 나와 인연이 다 했던지 그만 물속으로 뽀로록 잠겨버린다.
같이 갔던 후배는 괜히 똥푸대를 건드려서 냄새 때문에 낚시도 못하게 한다며 구박을 하고 나도 그만 흥미를 잃어버려서 철수를 하자고 했더니 그때 까지 잡았던 고기들을 주르륵 강물에 쏟으면서
“하여튼 행님 하고 같이 낚시 가서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며 가자미눈을 뜬다.
똥 싼 놈이(아니 똥 푸대 건드린 놈) 화 낼 수도 없고 나 혼자 비 맞은 머시기같이 중얼 거리며 내려오다가
“동사이! 기분도 그런데 대구 가서 한잔 찌끄리자!”
“마! 안 할라요. 똥 냄새 풍풍 풍기며 술집에 가면 좋은 소리 듣겠심더!.”
구박만 더 들었다.
며칠 후에 다시 그 수로에 혼자 가서 물길 따라 내려가지 못하고 갇혀 있던 고기들을 팔이 아프도록 잡았지만 그 후배한테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괜히 똥 타령이나 들을 까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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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때 이 근처에 지나갈 일이 있으면 대를 한번 담가보시라 강 붕어의 당찬 손맛은 내가 보장 할 수 있다.
다만 길가에든지 아니면 물가에 쌓아놓은 푸대는 건드리지 마시길. 낄 낄
蛇足
어느 글에선가 똥 이바구를 했더니
“똥에 관해서는 내가 특허를 내 놨으니 함부로 이야길 하지 마소!” 라는 주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묵고 싸기만 한다는 그 살라미는 이 글을 안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자강 하류의 보산 이라는 곳에서 상하이 뿌구리란 놈과 몇 년만에 해후를 하고 박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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