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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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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접하시는 모든 임들께 새해에는 우야든동 복 마이 받으시고 가정에 화목한 웃음이 넘쳐나고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 합니다.
몇 년 전 연말에 산 꾼들 몇이서 술추렴을 하다가 새해에는 울릉도에 가서 뿌구리가 다시 사람형용으로 태어난걸!(이 때가 신장 이식수술을 한 다음해(1998) 인가 그 다음해(1999) 인가 확실치 않음.) 축하 할 겸 성인봉에서 신년 해맞이를 하면 어떠냐는 안이 나왔는데 즉석에서 만장일치로 술상을 젓가락으로 두드리는 것으로 말끝을 맺었다.
배표를 구하지 못해서 산악회에서 확보해 놓은 표를 애걸 반 협박 반해서 표를 확보했는데 이 소식을 늦게 접한 사람들이 몇 명이 더 늘어서 다시 애걸복걸 후 포항에서 아홉 명이 배에 올랐다.
대구바닥에서 술이라면 한 가닥 씩 하는 면면들이라 대구에서 출발 할 때부터 얼굴들이 불콰해졌고 승선을 기다리는 잠깐 동안에도 줄을 이탈하여 소주와 마른안주를 질겅거리며 검표원의 눈총도 아랑곳 않고 초등학교 첫 소풍가는 아동들 마냥 기분들이 들떠있다.
학창 때 울릉도에 들어갈 적엔 8 시간 이라는 뱃길이 빨라야 열두어 시간이나 걸려서 항구에 내릴 적엔 엉금엉금 기어 내렸던 기억이 무색하게 소주 두어 병 마셨을까 한 동안에 울릉도가 보인다고 웅성거린다.
방송이 흘러나오는데 독도를 구경 할 사람은 돈 얼마를 더 내면 울릉도에 손님들을 내리고 독도 구경을 시켜준단다.
망망대해를 가르고 나가던 배가 속도를 줄이더니
“저기 보이는 섬이 우리의 영토 독도 입니다!” 는 안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간 승객들이 누구의 선창도 없이 애국가를 목이 터져라 부르고 또 부르고 어떤 사람들은 눈물이 볼을 타고 내리는 것도 모르고 목이 터져라 애국가를 부르다가 만세! 만세! 대한민국 만 만세! 외쳐댄다.
배가 섬 주위를 서 너 바퀴 돌며 가슴속의 뜨거운 감격이 식어갈 즈음 독도 경비대원들이 두 손으로 받쳐 든 총을 머리위로 흔들며
“국민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는 외침이 바람결에 실려 건너온다.
그 때부터 배안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감정을 더 고조 시키려는지 뱃고동을 부~~ㅇ 붕~ 울리며 뱃머리를 돌리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통곡을 해서 그때 까지 눈물만 흘리던 승객들이 엉 엉 소리 내어 우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난다.
첫날은 너 나 없이 만주벌판을 휘젓던 독립 운동가들의 피 끓는 애국심 못잖은 “나라사랑” 을 가슴에 깊이 새기며 숙연하게들 보냈고,
다음날 새벽에는 해맞이를 간다고 한다.
해맞이라고 해서 산에 오를 것도 없다.
숙소에서 나와 바닷가 바위에 옹기종기 모여서 해를 기다리는데 죄 많은 뿌구리가 끼었으니 해가 맨얼굴을 보여줄 리가 없다.
붉은 구름 속에서 서너 발이나 올라온 해가 보일 때 신년 해맞이는 싱겁게 끝나버렸다.
성인봉 등산을 간다고 산악회 가이드들이 사람들을 조를 짜서 출발을 시키는데 나는 걸음 속도가 느리니까 신경 쓰지 말고 올라가라니까 여기까지 와서 성인봉을 오르지 않으면 “울릉도에 대한 모독” 이라며 같이 올라가자며 가이드가 나와 보조를 맞춰 주겠다고 한다.
성의가 고마워서 폭포를 지나 나리령 까지 가서 더 이상 못가겠다며 가이드와 연세가 많은 사람들과 떨어져서 혼자 갔던 길을 되짚어 내려왔다.
배낭에 넣어온 두 칸 반짜리 대를 들고 오징어손질을 하는 곳으로 나갔더니 손질한 오징어내장이 흘러내리는 물가에 고기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다.
민물에서 쓰던 채비그대로 내장을 끼워 던졌더니 덥석! 덥석! 물어주는데 제법 손바닥만 한 놈들이 올라온다.
무슨 고기인지도 몰랐는데 아주머니들이 아지, 고등어 새끼들이라고 가르쳐 준다.
산에 올랐던 사람들이 내려 온건 두 양동이 그득히 잡아 놓은 고기들을 손질하느라 허리가 비비 꼬일 때쯤이다.
땀 흘리고 내려온 일행들이 번개탄 사오고 석쇠에다 올려 논 고기가 익기도 전에 젓가락끼리 쟁탈전이 벌어진다.
양주 값만치나 비싼 소주병들이 자꾸 늘어 날 즈음 냄새를 맡고 몰려든 관광객들이 주위를 에워싼다.
염치머리 없는 사람들이 비싼 소주와 안주만 축내고서는 돌아설 적에는 밉살스럽기 그지없다.
두 양동이나 되는 고기와 두 상자의 소주가 동날 때 까지 딱 한사람만이 잘 얻어먹었다며 됫병짜리 한 병 들고 온 게 고작이더라.
나도 술을 먹을 만치는 먹었는데 이렇게 몰염치한 사람들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다음날 아침에 낚싯대를 들고 나갔더니 내 주위로 어제 술잔이나 얻어먹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데 그만 정나미가 떨어져서 잡았던 고기들을 갈매기나 먹으라며 공중으로 흩뿌려 버렸다.
마침 들어오는 배가 있어 기다렸더니 한자씩은 되어 보이는 복어를 다섯 상자나 잡아왔다.
“얼마냐? “ 물었더니 3 만원만 달라고 한다.
“너무 비싸다” 고 했더니 두 상자에 오만원만 내란다.
한 상자에 세마리 혹은 네마리 씩 담겨있다.
엄마야! 나는 한 마리에 삼 만원 이라는 줄 알고 비싸다고 했더니 한 상자 값이란다.
다섯 상자에 십이만 원을 주고 아주머니들이 손질을 해준 고기를 가져와서는 들통에다 푹 고와서는 애꿎은 소주만 때려눕히다 보니 열 마리 넘게 배를 따서 창 밖에 말린다고 걸어둔 복어를 훔쳐가는 줄도 몰랐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 인데 다음번에 들어온 배는 복어를 낱마리로 2~3만 원씩 팔았다고 하더라.
결국 우리들이 울릉도의 복어 값을 올려놓은 셈이 된 것이다.
적은 물량을 가지고 번거롭게 육지로 나가기가 뭣해서 자체에서 소비를 하다 보니 임자를 못 만났던가 보더라.
3박 4일간 해맞이 나들이는 술로 절여 논 여정이 되어 버렸고 배에 오를 땐 몸도 정신도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다.
거기를 다녀온 후 “지리산에서 산 메기 잡던 실력 플러스 울릉도 낚시” 가 나를 도사경지에 까지 올려놓았다.
단 백수산악회 내에서만 (혹자는 내가 도사라고 한다고 흥분 할까봐 사족을 달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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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이라고 서울서 내려왔던 식구 들이 다 떠나고 사랑방에 무료히 앉았다가 지난 일이 생각나서 몇 자 끄적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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