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장마철,,,
점심을 먹고 나니 슬슬 낚시 생각이 난다.
낚시 친구인 H에게 전화를 때리니 대청호에 앉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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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 가지요."
옥천 근처의 대청호 연안에 도착하여 낚시를 시작했는데 도통 입질이 없다.
"이형, 내 좋은 자리 아는데 옮깁시다."
"좋지요..."
"근데 진입로가 좋지 않아 이형 차(소나타II)는 빠질지도 모르겠는데..."
전날 내린 비로 진입로가 좋지 않을 것 같단다.
하지만 낚시꾼이 못 갈 곳이 어디 있겠는가?
"일단 가봅시다."
이렇게 해서 비밀터로 들어가는데 어째 초입부터 길도 좁고 질퍽질퍽한 게 불안하다.
"H님, 얼마나 더 가야 하나유?"
"한 10분쯤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7-8분 쯤 가다 결국 일이 터졌다.
차 한대 겨우 지나갈만한 질퍽한 비포장 도로에서 차가 그만 빠져 버렸다.
내려 보니 도저히 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진도 후진도 불가능해 보인다.
"H님, 카센터하는 친구 없습니까?"
"이 시간에 누가 올까요? 그러지 말고 보험회사에 전화하세요"
"보험회사에서 이런 데를 올까요? 그리고 시간도 밤 12신데..."
방법이 없어 일단 H보험사에 전화를 때렸다.
안내원이 밤 12시 인데도 친절하게 신탄진 지역의 영업소를 연결해 준다.
영업소 직원에게 사고 지점을 설명하는데 잘 알아 듣지 못한다.
하긴 워낙 외진 지역이니...
겨우겨우 설명하고 한 20분 기다리니 1톤 리베로 견인차가 힘겹게 들어오고 있다.
"휴~~ 살았다."
그러나 이것은 그날 밤 사건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내 차와 길의 상황을 보더니 서비스 직원이 하는 말,
"이거 견인하다가는 제 차도 빠지겠네요."
"그래도 일단 해 봅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직원을 달래 견인을 시작한다.
두어번 힘을 쓰던 견인차도 진창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나와 H는 우리 차 걱정은 접어두고 견인차에 매달려 차를 빼는데 30분간 진땀을 뺐다.
옷은 물론 바퀴에서 튀긴 흙탕물로 흙 투성이가 되고...
"이런 상황은 더 큰 견인차가 필요하겠습니다."
"헉! 그럼 내일 아침에 온다는 얘긴가?
마눌님에게 얘기도 않하고 온 낚신데..."
"일단 가셔서 2.5톤 가지고 다시 와 주시겠습니까?"
말은 하지만 별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지요..."
돌아가는 뒷 모습을 보니
미안하고 고맙기도하고...
기다리다 포기하고 차에서 잠을 청한다.
똑! 똑! 똑!
차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깨보니 서비스 직원이 다시 왔다.
적지에 두고온 전우를 구출하기 위해 사지로 다시 뛰어든 군인처럼...
이제 되려나...
그러나 2.5톤 견인차도 속수무책이다.
한 20분 실랑이를 버리다 포기한다.
"이거 아침에 트랙터나 경운기로 하셔야겠습니다."
"그래 포기하고 차에서 잠이나 자자"
똑! 똑! 똑!
자는 데 누군가 다시 차문을 두드린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농로 길 막았다고 차 빼란 얘긴가...'
부시시 일어나 차문을 열고 나가 보니,
농부가 아니다.
적지에 남겨둔 전우를 구하러 또 다시 온 동료다. (어느덧 그 직원은 나의 동료가 되어 있었다.)
이번엔 짧은 머리의 고참과 4륜구동차를 대동하고...
견인의 고수다운 풍모를 지닌 그 아저씨의 첫 마디,
"이런 길을 뚫고 오신 걸 보니 이 곳이 낚시가 무지무지 잘 되는 곳인가 보죠?"
"(모기만한 소리로) 예."
"이거 견인하려면 4륜구동 아니면 않됩니다."
"아니, 도로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이 차로도 될 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해 보겠습니다."
진창에 물보라와 흙탕물 보라를 일으키며 조금씩 조금씩 후진으로 차의 견인이 시작되었다.
4륜 구동차로 견인을 하는데 불안 불안하다.
길이 워낙 미끄럽고 좋지 않아서.
견인도중 아저씨에게 전화가 걸려 온다
그런데 전화건 사람에게 무지 미안해한다.
"이 차 새벽에 동네 선배 깨워서 빌려 온 차에요. ㅜ.ㅜ"
이말을 듣는 순간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견인 시작한 지 한시간 쯤 지났나보다.
우여 곡절 끝에 차를 빼는데 성공했다.
"휴~ 진짜 살았다."
그런데 내 차보다 앞서 있던 H의 차도 빠졌있단다.
"죽겄네. ㅜ.ㅜ"
다시 가서 사정한다.
"저 차도 견인해 주시면 안될 까요?"
짧은 머리 아저씨는 잠시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프로답게 냉정을 되찾고 그차 마저 견인한다.
"성공"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잠시후 보험사에서 전화가 왔다.
견인 작업이 2시간 이상 소요되면 추가 요금을 부담해야 한단다.
기분 좋은 목소리로 답한다.
"당연히 그래야죠."
H와 상의해서 현대 해상 직원이 조언해 준 최소 추가 비용을 눈치를 슬금 슬금 보며 건넸다.
"고맙습니다!" 라는 인사와 함께...
그런데 이 분 2만원을 돌려주며
두 분차 세차하세요."
아뿔사!
빌려온 그 4륜구동차도 엉망인데 나는 그차의 세차비 생각을 못했었는데
이분은 자기가 4시간을 추가로 고생하고도
고객 세차를 걱정해주다니...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다.
그분은 "내 낚시 잘 되는 포인트를 몇군데 아니까 나중에 연락하세요."
하며 웃는다.
차가 해결되니 낚시 생각이 난다.
“H님, 낚시는 못했지만 포인트나 한 번 구경합시다.”
H를 따라 포인트를 가보니 보기에도 쥑인다.
어른 주먹만한 머리통을 가진 붕어들 몇마리가 수면위에서 버끔거린다.
‘대를 필까?’
‘참자. 그리고 다음에 복수하자’
“갑시다.”
H가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죠”
아쉽지만 나도 그렇게 대답하고 자리를 뜨려는데...
고생의 연장전이 남아 있을줄이야...
H가 차 빼는 와중에 핸드폰을 분실했단다.
그속에는 천명이 넘는 전화번호가 있어 찾아야 한단다.
“그야 뭐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나는 자신 있게 H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간다.
그런데 소리가 안난다. 물이 들어가 소리가 안나나 보다.
그럼 눈으로 찾아야 하는데 어른 무릎만큼 풀이 무성한 곳에서 어떻게 전화기를 찾는담...
밤새 차 빼며 녹초가 된 몸으로 두시간 가량 “모래밭에서 바늘찾기”를 했다.
물론 전화기는 못 찾고...
“H님 미안하지만 저는 먼저 가야겠습니다.”
“그러세요, 저 혼자 찾을께요”
H를 뒤고 돌아서는 마음이 무겁다.
“빨리 사륜구동으로 차를 바꾸던지 해야지...”
이상입니다.
추억의 조행기란에 올렸지만 실제로 낚시한 시간은 제로입니다.
그래도 제겐 소중한 조행기입니다.
나중에 H와 통화했는데 몇시간 헤맨 끝에 결국은 찾았다고 합니다. ^^
낚랑 회원 여러분 포인트가 아무리 좋아도 차를 빼는 것을 꼭 고려하시고 낚시터에 진입하십시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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