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하던 수면이 너울 파도같이 일렁거리더니 받침대에 묶어세워둔 우산이 휙~ 하고 멀리 날아가더니 간데라도 물속으로 다이빙을 해버렸다.
더듬거리며 가방을 뒤져 기역자로 생긴 군용전지를 꺼내 물위를 비춰보니 저만치쯤에 떠있는 우산이 받침대를 돛대마냥 세우고 가기도 잘도 간다!
이제는 낚시고 뭐고 간에 도대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내 엄지손가락보다 굵은 빗줄기가 온몸을 두드리니 내리꽂히는 빗물에 얼굴이고 등짝이 욱신욱신 아파온다.
비에 흠뻑 젖은 옷이 내 체온을 뺏어가니 한기가 들어 손가락도 굽혀지질 않는다.
옷을 꼬장주까지 다 벗어 물을 짜내고 비닐봉지에 싸서 가방에 넣고 비상용으로 항상 넣고 다니는 비닐을 꺼내 뒤집어쓰고 목 부분을 묶으니 몸에 직접 빗줄기가 떨어지지 않으니 그나마 견딜 만 했다.
아니 처음엔 그런 대로 견딜 만하더니 빗물에 젖은 비닐이 내 몸에 찰싹 붙으니 미끄덩거리는 느낌도 느낌이려니와 맨몸에 직접 맞는 빗줄기보다 비닐을 통해 맞으니 내 살결에 닿는 면적이 넓어져서 온 몸을 두드리는데 그 아픔이 견딜 수 없을 정도다.
잘 구부려지지도 않는 손가락으로 석유버너를 조립하고 예열용 알코올을 부을 적엔 우선 한잔할까? 하는 생각이 안 들었던 건 아니지만 우선 추위를 면하고 봐야지.
천신만고 끝에 버너에 불을 붙이는데 성공을 했는데 금방 비닐이 팽팽하게 부풀더니 발가벗은 몸에 뜨거운 열기를 견딜 수가 없도록 뜨겁다.
불을 끄려다가 생각하니 어떻게 붙인 불인데 불만 끄면 금방 연료관이 식어서 연료가 기화가 되지 않으면 또 예열시킬 힘도 없다.
방법은 한 가지.
불을 비닐 속으로 들여놓고 쭈그러든 내 거시기를 축 늘여놓은 다음 버너를 얼른 비닐 밖으로 내 놨다가 거시기가 쭈그러들면 다시 들여놓고 거시기가 땅에 닿을 정도가 되면 out. in. 또 out. in .........
밖에 내 놓을 땐 비바람에 버너불이 꺼질까 걱정이 태산이다.
여기는 평택에서 아산만 쪽으로 한참이나 들어온 넓디넓은 들판중간에 위치한 수로인데 봄 산란철에 오면 그야말로 팔에 엘 보가 걸릴 정도로 줄줄이 올라오는 곳이라 가끔씩 찾아오는 곳인데 장마 기간 중에 손 근지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온 길이 달밤에 체조가 아니라 비 쏟아지는 밤에 누드쇼가 진행 중이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생각해도
“그래! 그때는 내가 미쳤었지 암 미쳤고 말고지.” 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악몽 같이만 느껴지던 밤도 서서히 밝아온다.
여명이 들판에 퍼질 즈음 내 꼬락서니를 보니 정말 가관이다.
알몸에 비닐을 뒤집어쓰고 버너를 무슨 보물인양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빗속에 들판중간에 쭈그리고 앉아서 덜덜 떨고 있는 내 꼴을 누가 봤으면 천둥소리에 놀라서 정신병원을 뛰쳐나온 환자라고 경찰서에다 신고를 했으리라.
자! 죽지 않고 밤은 보냈는데 서울로 올라갈 일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비닐봉지에 넣어뒀던 옷을 꺼내보니 쉰내가 진동을 한다. 이 꼴에 이런 냄새를 풍긴다면 어느 누가 차를 태워주겠는가?
누런 흙탕물에다 옷을 넣고 흔들어 꺼내보니 누런 물이 들어서 그런 대로 요즘 한창 떠들고 있는 황토물감을 들인 옷이 되어있다.
날이 밝으면서 거짓말같이 구름이 걷히더니 해가 떠오른다.
흙이 튀어 엉망이 된 장비들을 대충 가방에 넣고 옷을 말려 보려고 받침대를 두 개를 땅에 꼽고 그 위에 낚싯대를 얹어서 깃발같이 옷을 널어놓고는 옷이 마르는 동안 손맛이나 보자며 집어넣었던 대를 꺼내 곤죽이 된 지렁이를 꿰어 던져놓고 사방을 둘러보니 저 멀리 찻길에서 몇 명이 이쪽으로 걸어오는걸 보니 나만치나 미친 사람들이 더 있었던 모양이다.
옷을 말리긴 글렀다.
대충 물기를 짜고 털어서 옷을 입고 보니 그런 대로 사람 꼴이 잡히는 것 같다.
한참시간이 지나고 버스에서 내린 세 사람이 닦아오더니
“저쪽에서 보니 발가벗고 있던 것 같더니 옷을 입고 있네요? 밤낚시 한 모양인데 고기는 좀 잡았습니까?”
“고기고 뭐고 간에 버너만 끌어안고 밤을 새웠습니다.”
“버너를 안고 밤낚시 했다고요?”
“예! 버너로 봉화를 올렸는데 비바람에 봉화불이 꺼질까봐 불을 지키느라 낚시도 못했습니다.”
“?????????????”
자기네들 끼리 눈끔쩍이를 하며 지나가더니 한사람이 머리에다 손을 빙빙 돌리며 낄낄거리며 멀어져 간다.
그제 밤에는 대구에서는 좀처럼 보기가 힘든 폭우가 바람을 동반하고 내렸다.
이 비가 그날 밤에 온몸을 던져 빗줄기를 맞았던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빙긋 웃었더니 옆에서 마눌이 근심스런 얼굴로 자꾸 힐끔거리며 쳐다보는데 뭐라 설명 할 길이 없어
“이 비를 맞으며 연당에서 낚시나 한번 해볼까 생각했다오.”
“이 이가 요즘 낚시를 못가더니 정신이 어떻게 됐나보네. 하고 싶은 걸 오랫동안 못하면 정신이 어떻게 되는지 내일 친구 남편한테 꼭 물어봐야지.” 라며 전에 없이 쫄졸따라 다니며 내 옆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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