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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이는 30 여년전에 내가 시골에 살적에 키우던 개 이름이다.
5 일장에 가서 사온 개인데 사월 달에 사왔다고 해서 붙여준 이름인데 응가개 치고는 얼굴도 잘 생기고 성질도 퍽 온순한 개였다.
내 큰 놈보다 한 살이 적었으니 지금 까지 살았다면 파파 할머니 개가 됐을 나이다.
비슷한 시기에 고양이도 한 마리 키웠는데 이놈은 온몸이 새카만 놈이라서 내가 (연)탄통이라고 작명을 해줬었다.
이 탄통은 “동물의 왕국”의 열렬한 애청자인데 우리 아이들보다 더 TV 을 열심히 보던 놈인데
화면에 동물들이 나오면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고 갸르릉 거리며 보다가 그 동물들이 화면에서 사라지면 재빨리 텔레비전 뒤로 가서는 앞발로 막 긁고 탁탁 치면서 쥐를 잡듯이 한바탕 난리를 치고는 다시 화면 앞에 앉아서 등장하는 동물들을 보고는 아주 흡족해하며
다시 기 싸움을 벌이다가 그 프로가 끝나고 선전이 나오면 유유히 방을 나오는,
제가 고양이임을 망각하고 사는 괴짜 였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고, 사월이 에게 한 가지 재미있는 게 있는데 누구든지 손님이 오면 우리내외보다 손님을 더 반겨 맞는다는 거다.
우리 집에 손님이 오면
아이들은 말도 못하면서도 끙끙거리며 손님을 잡아끌고 방으로 들어가서는 베개를 꺼 내와서는 누워서 잠자라고 권하고 사월이도 덩달아 좋아서 킁킁거리며 꼬리로 온 마당을 쓸고 다닌다.
집 구경을 온 사람이건 집에 다니러 온 사람이건 가리지 않고 그러니 구경을 왔던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체 과분한 환대를 받곤 멋 적어 했었다.
그런데 그 손님들이 갈 적에는 아이들이 쌍 나발을 불어대며 울고 사월이도 기를 쓰고 짖어대는 데는 우리나 손님이 난감할 때가 한두 번 이 아니었다.
한번은 구경왔던 사람들이 기왓장을 들고 나가다가 사월이한 테 아주 혼이 난적도 있었다.
이 사월이도 본분을 완전히 망각하고 처음부터 메모리가 잘못된 개인 것이다.
큰 집에 우리 식구들만 적적하게 있다가 누가 오면 아이들이나 사월이가 반가움을 그렇게 몸으로 표현을 하는 것 이었다.
사월이 는 일 년에 평균 두 번씩 새끼도 낳았는데 여름에 새끼를 낳게 되면 마루 밑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서는 땅을 제 몸이 안보이도록 깊이 파고 거기다 새끼를 낳아 더위를 피하고 겨울에는 그 구덩이에다 짚을 계속 물어다 넣고는 보온을 충분히 해서는 새끼를 낳는데 짐승이라도 계절에 따른 그 대처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똑똑한 개였다.
한 가지 고역인 거는 여름에 마루 밑에다 강아지를 낳아 키울 때 비라도 오면 비린 개 냄새가 아주 고약하다는 거다.
아이들은 사월 이가 새끼를 낳으면 아주 마루 밑에 기어 들어가 나오질 않으니 사람새끼(?)둘하고 개새끼 들이 마루 밑에서 우굴 우굴 기어 다녔으니 그 또한 보기가 과히 싫지는 않더라.
항상 아이들 몸에는 개 비린내가 등천을 해서 강아지인지 사람인지 구분 못했던 건 말할 것도 없고.
큰 놈이 일곱 살 때 쯤 내 병이 점점 더 심해져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 하다 보니 내가 입원 해있는 동안 병원을 오가며 병수발 하기도 그렇고 어린아이들과 마누라가 그 큰집에서 생활하기에도 힘이 들고, 병원 생활을 하는 나도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
대구에다 아파트를 마련해서 이사를 하기로 했는데 사월 이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 고민 하다가 앞집에 사는 국민하교 동기에게 부탁을 하기로 했다.
이사를 나오는 날.
입원해 있던 병원에다 이야기를 해서 하루 외박을 얻어 시골에 가서 이삿짐을 트럭에 실어 보내고 우리식구들은 친구차를 타고 나오려는데 사월이가 내 무릎에다 두발을 올려놓고 저도 타려고 하면서 낑낑거리며 눈물을 줄줄 흘리는데 그만 가슴이 메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데 그걸 본, 마누라도 울고 아이들은 사월이 도 데리고 가자며 대성통곡을 한다.
배웅 나온 동내사람들도 전부 눈시울을 붉히고 그날은 온 동내가 눈물바다가 되었었다.
그 즈음 내가 신장이식 수술을 했는데 그 수술이 실패를 해서 거부반응이 와서는 몇 달씩 입원을 하곤 했는데 마지막엔 내 주치의인 친구가 마누라에게
“자기네가 더 이상 해줄게 없으니 집으로 데리고 나가서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거, 또 먹고 싶어 하는 것을 원 없이 해주고 이별할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최후통고를 받고 와서는 내게는
“병원 생활을 너무 오래 했으니까 집에 나가서 좀 있다가 힘이 들면 다시 입원을 하자”고 하면서 퇴원수속을 하고는 눈물을 질금거리며 집으로 나왔는데 나는 마누라가 왜 울었는지는 그 후에야 알았다.
그때 소변이 배설이 되질 않아 내 몸 무개는 90 키로 정도 나갔는데 무엇보다 심장과 폐에 물이 차서 숨쉬기가 제일 괴로웠었다.
이뇨제를 먹긴 했지만 그 약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다시 투석을 해야만 생명을 부지할 수가 있었다.
집에 나와 며칠 있다 보니 병원보다 우선 공기가 다르니 기분도 조금씩 나아지는데 놓으려던 생명의 끈도 다시 움켜잡아야 갰다는 욕심도 다시 생기더라.
아파트13 층에 살았는데 밤마다 잠이 오질 뜬눈으로 지세우다가 살며시 나와 차를 몰고는 시골집에나 가봐야 갰다 싶어서 출발을 했는데,
숨이 차서 똑바로 앉을 수가 없으니 의자를 뒤로 완전히 눕히고고 목만 세워서 운전을 하는데 60리 길이 어찌 그리도 멀게 느껴지는지.
큰길을 버리고 집으로 들어가서 집 앞 참나무까지 도착 했는데 갑자기 연당 담을 시커먼 것이 훌쩍 넘어오는데 순간 귀신이 나타났구나! 하는 생각에 두 눈을 질끈 감고 차를 급히 세우고 웅크렸다가 살며시 눈을 떠 보니 사월이가 본넷트 위에 두발을 올리고 눈에는 시퍼런 불까지 키고서는 북을 치듯이 두 발을 쿵쿵 구르며 낑낑거리는데
순간 사월이 귀신인가 했지만 자세히 보니 사월 이가 분명해서 너무 반가워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몸이 말을 듣질 않으니 얼굴만 내밀고는 “사월아!” 불렀더니 구르듯 달려와 얼굴을 핥고 부비며 낑낑거리는데 사월이나 나나 얼굴이 온통 눈물범벅이 되었다.
사람을 저혼자 그렇게 놔두고 갔더라면 괘심한 마음에 원수도 아주 큰 원수가 됐으련만 사월 이는 그런 감정도 없이 몇 달 만에 본 옛 주인에게 온 몸을 던져 반가움을 표현 하는 거다.
억지로 차 밖으로 나와 집으로 걸어가려는데 사월이가 다시는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이 다리사이에 착 감겨서는 걸음도 못 띄어놓게 한다.
힘도 들고 걸음도 못 걷게 사월이가 다리를 감고 있으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사월 이를 만져보고 쓰다듬어도 보고
“미안하다 사월아! 사월아! “ 만 염불하듯이 되뇌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사월이가 밥 때가 되면 친구 집에 가서 먹고는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우리 집으로 가곤해서 아주 괘심한 생각이 들었었는데 앞집에서 밥을 먹고 돌아온 사월 이는 우리가 살던 방 마루에 올라 앉아 하루 종일 집을 지키며 하염없이 담장 밖만 내다보고 있었단다.
그 말이 한 입, 두 입, 퍼져나가서 나중에는 충견이 나왔다고 온 면내에 이야기가 퍼져서는 일부러 구경까지 오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 때부터 그 친구도 사월이의 충성심을 알고는 아주 자랑스럽게 여겼단다.
그 후에도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아이들 먹이려고 사다놓은 빵 부스러기를 들고는 종종 집엘 가서 사월 이와 회포를 풀고서는 아파트로 돌아오곤 했는데 매번 내 차 소리가 나면 담장을 훌쩍 뛰어넘어 오는데 평소에 다른 차들이 올적엔 꿈적도 않는단다. .
한번은 집 구경을 왔던 사람이 구경을 다할 때 까지 따라 다니는 사월 이를 보고는 그만 흑심이 나서는 차 트렁크에 싣다가 동내 사람들한테 들켜서 파출소에 까지 갔었던 일도 있었다는데
그래도 여전히 사월 이는 오는 사람 반기는 그 버릇을 고치질 못하고 개장수의 차에 실려 가서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실려 가는걸 동내사람들이 보고 “개 도둑놈 잡아라!” 소릴 지르며 따라가다 놓치고 파출소에다 신고를 했다는데 대구로 가는 길이 여럿이 되니 시골 파출소에서 개 한 마리 땜에 검문소를 설치 할 리도 만무이고.
그렇게 시월이 는 우리 가족들 가슴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는 그 일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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