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과 직접 연결이 된 수로에 앉았다.
넓지 않은 수로 건너편으로는 작년에 무성히 자랐다 물속에 잠겨서 억센 줄기만 남은 부들들이 산란 처를 찾는 붕어들의 좋은 은신처 역할을 할 것 같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두 칸 대에다 먹음직스런 지룡자를 꿰어 부들줄기 속으로 던져본다.
이 두칸 대의 채비에는 어렵게 마련한 비장의 목줄을 묶었는데 그 효과가 어떨지 자못 기대가 크다.
년 전에 물가에서 만난 도사풍의 꾼으로부터 비방이라며 전수받긴 했는데 워낙 귀하고도 난감한 재료라 구하지를 못해서 애를 태우다 지난겨울에야 겨우 몇 개를 구하여 드디어 물가에서 대망의 첫 낚시를 드리운 것이다.
부들줄기에 붙여 던져 논 찌가 꼼지락 거리더니 서서히 솟구친다!
올해 첫 입질이다.
제법 앙탈을 부리며 올라온 놈은 손아귀에 꽉 찬다. 시작이 좋다.
파르스름 물이오늘 버드나무 가지를 바삐 건너다니는 새들도 찌~지 재잘거리며 봄이 오는 걸 즐기나 보다.
요즘은 날씨도 맛이 갔는지 아지랑이도 없어졌다.
어릴 때 이 수로를 따라 학교를 오갈 적에 길 위에 아롱아롱 피어나는 아지랑이를 보면 몸이 근질거리며 몸속에서 기운이 뻗쳐 나는 듯 한 느낌도 드는 한편으론 나른한 포근함도 느꼈는데 지금은 어디를 가도 아지랑이가 피어나는걸. 볼 수가 없다.
생각에 잠긴 나를 놀리기라도 하는 듯 또 찌가 올라온다.
한사코 지난날들로 돌아가려는 나의 생각들을 돌려세우며 따믄 따믄 입질을 해주는 고기들이 마냥 이쁘기만 하다.
아까와는 다른 중후한 입질 때문에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재빨리 나간 손이 대를 움켜쥐고 당기니 버티는 힘이 보통이 아니다.
지난겨울에 이 보위에 있는 보를 막아 물을 퍼서 잡은 고기가 토종붕어로 40이 넘는 놈들이 셀 수도 없었다고 하더니 내게도 드디어 4자짜리가 상면을 하려는가 보다.
버티던 고기가 드디어 물 밖으로 머리를 내미는데 자짜리는 훨씬 넘어 보인다.
조심스레 당기는 내손도 심하게 떨린다.
원줄 끝에 묶인 목줄이 팽팽하게 뻗어있다.
이 목줄을 구하는데 얼마나 애를 먹었으며 또 바늘을 묶는데 얼마나 힘들었던가.
꼬불꼬불한 것이 보드라운 듯하면서도 이외로 빳빳한 게 바늘을 묶으면 스르르 풀리고 해서 몇 번이나 실패를 하고 겨우 생각해 낸 게 5 초 본드를 바늘귀에 살짝 바르고 묶었더니 겨우 풀리지 않고 묶을 수가 있었다.
조금만 더 나오면 손으로 잡을 수 있을 만치 끌려온 고기가 눈을 휘 번쩍 이더니 몸을 뒤채는가 싶더니 목줄을 끊고 유유히 헤엄쳐 간다.
아! 저 고기가 떠나간다.
노친 고기는 아깝지 않으나 어렵디. 어렵게 구한 저 목줄을 물고 유유히 고기가 떠나간다.
지난겨울에 들렸던 술집에서 자칭 숫처녀라며 오늘 첫출근을 했다는 아가씨한테 애걸 반 복걸 반 하고 그 뽑힌 자리에다 지갑에서 꺼낸 도배지로 도배를 해주는 조건으로 겨우 두 개를 얻은 꼬불꼬불한 머시기 터리기 목줄을 입에 물고 저놈의 고기가 떠나간다!
“내 터리기 돌려도! 목줄은 놓고 가거라! 내 터리기 내 터리기!!!”
“이 양반이 점심 묵자고 목이 쉬도록 불러도 대답 없더니 대낮부터 무슨 잠꼬대요. 잠꼬대가 으~~이!!”
|
|
* 가끔 광고를 클릭해 봐 주시면 낚랑 사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
|
|
|
|
| 133 | | 유곡천 의 추억. (10) | | 뿌구리 | | 11.01.20 | | 5,540 | |
|
| 132 | | 여담 (12) | | 뿌구리 | | 11.01.17 | | 4,370 | |
|
| 131 | | 오랫만에 들렸습니다. (54) | | 뿌구리 | | 10.11.12 | | 4,634 | |
|
| 130 | | 님들 주소 좀 알려주세요!! (15) | | 뿌구리 | | 10.06.23 | | 2,874 | |
|
| 129 | | 어머니의 사랑. (6) | | 뿌구리 | | 10.05.09 | | 2,678 | |
|
| 128 | | 釣友 이사장. (7) | | 뿌구리 | | 10.04.11 | | 2,899 | |
|
| 127 | | 一場春夢 (8) | | 뿌구리 | | 10.03.09 | | 3,895 | |
|
| 126 | | 사월이! (8) | | 뿌구리 | | 10.02.04 | | 4,039 | |
|
| 125 | | 不倫. (9) | | 뿌구리 | | 10.01.16 | | 6,049 | |
|
| 124 | | 낄~~낄. (10) | | 뿌구리 | | 09.12.30 | | 6,516 | |
|
| 123 | | 재탕. (6) | | 뿌구리 | | 09.12.11 | | 5,921 | |
|
| 122 | | 퍼온 글. (5) | | 뿌구리 | | 09.11.27 | | 4,947 | |
|
알림
조행의추억
;){kind=small}
;){kind=sm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