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설레임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드디어 수룡지에 도착했습니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너울거리는 물결처럼 나의 마음이 일렁거리고 있습니다.
물만 바라보아도 가슴이 설레는 것은 낚시인이라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난 주말 낚시부 납회 때 올라 탔던 좌대를 또 한 번 타 볼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혼자라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만만치 않은 좌대 비용이 부담될 뿐만 아니라 관리실 앞 노지에 붙여진 좌대가 편하기도 하고 조황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관리실 앞 좌대에는 벌써 한 젊은 커플이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길에 물이 있어 잠깐 낚싯대를 담구고 있다 했습니다.
점심 무렵부터 낚시를 했는데 붕어를 세 수 했고, 아마도 밤낚시가 더 잘 될 것 같은데 집에 일이 있어 해가 지면 돌아가야 한다면서 몹시 아쉬워하는 눈치였습니다.
낚싯대를 세팅하고 해가 질 무렵까지 블루길만 여러 수를 건져냈습니다.
물론 젊은 커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붕어를 한 수도 걸어내지 못한 저로서는 내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붕어를 세 수나 살림망에 넣어 두고 있는 젊은 커플이 부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어두운 밤이 되면 블루길의 성화가 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만 되면 내가 하고 있는 낚시 자리에서도 붕어 얼굴을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해질녘까지 한 번도 붕어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실망하지 않고 밤이 되기를 기다립니다.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 파고드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는 없습니다.
낮처럼 오늘 밤에도 계속해서 블루길이 설쳐대면 좋은 조과를 기대하는 것을 무리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젊은 커플에게 붕어를 한 수도 걸어내지 못한 제가 조금은 안쓰럽게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낚싯대를 접으면서 ‘이 자리에서 한 번 해보세요. 이 자리가 더 괜찮을 것 같은데요.’라고 제게 한 마디를 건넵니다.
젊은 커플이 내게 건넨 그 말에 40년 낚시 인생을 걸어 온 내 자존심에 상처를 내는 것 같아 내심 불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젊은 커플의 순수한 호의를 야박하게 거절하는 듯 대하는 것도 예의상 도리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그만 더 해보다 그래도 안 되면 옮겨 볼게요.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라는 정도로 대꾸해주고 더 열심히 떡밥을 품질해 봅니다.
그런데 해가 넘어가면서도 정말 블루길의 성화는 멈출 줄 모릅니다.
마음 한 구석에 도사리고 있던 불안한 불씨가 점점 살아나는 듯 했습니다.
‘자리를 옮겨 볼 것을 그랬나!’하는 후회도 점점 더 커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방이 깜깜한 어둠속에 파묻혀 버렸습니다.
가끔씩 거세게 불어대던 바람마저도 짙은 어둠에 파묻혀 성깔을 죽였나 봅니다.
유리판처럼 잔잔해진 수면 위로 얼굴을 살포시 내민 케미컬 라이트가 점점 더 밝은 불빛을 발산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미동도 없이 말뚝처럼 서있는 찌를 바라보는 동안 시간은 속절없이 자꾸만 흘러가고 있습니다.
한눈을 파는 바로 그 순간에 행여 붕어가 입질이라도 할까 봐 찌에서 더욱 눈을 뗄 수는 없습니다.
이제 밤하늘에 그 무수한 별들도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나의 눈길은 수면 위로 얼굴만 내민 채 오롯이 서있는 찌에 고정되어 있는 듯합니다.
언제쯤 찌가 몸통을 밀어 올릴 런지?
이제는 나에게 오직 하나 기다림만이 남아 있는 듯합니다.
수면이 너무 잔잔해져서 이제는 또 다른 불안감이 엄습해 옵니다.
오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수룡지에서의 밤낚시에서는 어쩌다 바람이 죽어서 수면이 너무 잔잔해지면 봉어의 입질도 거짓말처럼 끊어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수룡저수지는 해안가 저수지라 붕어들이 항상 바람이 많이 불고 있는 환경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30분! 한 시간! 시간이 또 얼마나 흘렀을까?
저수지 상류 쪽에서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낮에 제방 쪽에서 불어오던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이제는 반대편 저수지 상류 좌측 골에서 북서풍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 물결이 살랑거리자 미동도 없던 찌에 서서히 반응이 나타나는 듯합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사리 찌가 솟아오르지는 않고 있습니다.
잠깐 동안 찌가 깜박이는 듯하더니 옆으로 살짝 움직이고 있습니다.
낚싯대에 슬며시 손을 얹고 찌톱이 수면 위로 솟아오르기를 기다려 보지만 찌는 슬며시 제 자리를 잡고 이내 또 잠잠해지고 맙니다.
‘몇 시쯤 됐을까?’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상의 조끼 오른쪽 윗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폴더를 열어 봅니다.
휴대폰 시계로는 이제 밤 일곱 시를 조금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휴대폰 폴더를 열어 본 김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낚시를 갈 때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면 아내가 항상 저에게 처음 꺼내는 말이 있습니다.
“좋으요. 낚시 잘 돼요?”
이에 대한 저의 대답도 매번 같습니다.
“좋∼네!”
그리고 나는 식구들이 저녁을 먹었는지?
집안에 별일은 없었는지?
애들은 다 있는지? 등등 이런 시시콜콜한 것들로 통화를 하곤 합니다.
그리고 아내와 전화 통화를 끝내려면 이렇게 말합니다.
“입질 왔어. 전화 끊네. 월척 잡으면 또 전화할 게! 근데 붕어들이 입질을 않다가도 당신한테 전화만 걸면 이놈들이 입질을 해댄단 말이야!”
아마 아내도 제 전화를 받고 눈치는 채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필시 제가 낚시가 잘 안 돼서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올해는 스무 차례 가까이 밤낚시를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차례도 제가 아내에게 또 다시 전화를 걸어 본 일이 없습니다.
올 한 해도 다 저물어가고 있지만 아쉽게 아직 한 번도 월척을 만나보지 못했으니까요.
올해는 월척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어떡하든 앞으로 두세 차례는 더 낚시를 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나갈 출조에서는 꿈에서나마 그려보던 예쁜 월척을 꼭 한 번 만나보았으면 합니다.
꿈에 월척이 현실로 이어지는 행운을 누릴 수 있도록 올 한 해 남은 출조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낚시를 해볼 생각입니다.
|
|
* 가끔 광고를 클릭해 봐 주시면 낚랑 사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
|
|
알림
조행의추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