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7월 초, 말하면 누구나 알만한 국영 기업체 대전 지점에 신입사원으로 홀로 발령을 받아 하숙 생활을 하고 있던 때 일이다. 당시 나에게 대전은 생면 객지라 별로 아는 사람도 없어 객지 생활의 외로움과 주말 등 휴일의 무료함을 어려서 배운 낚시로 달래곤 하였다. 그러다 낚시가 취미로 자리 잡게 되었고, 급기야 낚시에 설 미친 낚시 광이 되어 시간 만 나면 낚시를 다니게 되었다.
한번은 퇴근 하면서 들린 낚시점에서 금산에 있는 화림지에 대형 붕어가 낚인 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고 필히 시간을 내어 낚시를 해 볼 생각 이었다.
그런데 왠 떡인가? 다음날 출근을 하니 금산에 소재하는 신규 담보부동산에 대한 경매 신청용 각종 서류 구비를 위한 1박 2일 시외 출장 명령이 나에게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아 얼마나 신나는 일이던가!
나는 바로 필요한 서류를 등기소, 군청, 면사무소 등에 전화 신청을 하고 이틀 후에 서류만 찾기만 하면 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그날 밤부터 2박하고 아침까지 낚시 할 계획을 세웠다.
오후 5시 퇴근을 하자마자 나는 하숙집에 들러 낚시 가방을 둘러매고 택시를 타고 금산 화림지에 오후 7시 30분 쯤 도착 했다. 산중에 있는 저수지라 어둠이 깔리고 있어 나는 도로와 가까운 곳에 낚싯대 5대를 급히 설치했다. 물론 평일이고 날씨도 좋지 않아서 인지 저수지에 낚시하는 사람은 나 외에 아무도 없었다.
저녁 9시 마지막 군내 버스가 지나가고 주변은 어두워지고 정막이 흐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시간 쯤 흘렀다.
그동안 가끔씩 있던 피라미의 입질도 멈추어 찌는 말뚝처럼 서 버렸다.
바람 한 점 없이 후덥지근하던 날씨는 맛 바람이 들더니 설상가상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가? 소나기라도 내렸다면 시원하기라도 했을 텐데, 무더운 날씨에 이슬비는 그 끈적끈적 함이란 참 견디기 어려웠다.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소리와 번개 불은 낚시에 미쳐있는 자신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처량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피라미라도 입질을 할 때는 몰랐는데, 갑자기 저수지에 나 홀로 남은 외톨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뭔가 두렵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 했다.
이때였다. 한 가운데 세워둔 3칸 대 찌가 스물 스물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급히 챔 질을 하였지만 낚시 대가 들리지를 않는 다.
그동안 피라미 챔 질에도 밑 걸림이 없었지 .......
정말 대형 붕어인가?
아니면 사람만한 초어인가?(당시 화림지에서는 1m 이상 되는 초어가 가끔 잡힘)
3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자 나는 온갖 상상을 해보았다.
그리고 한 번 더 강하게 낚싯대를 당겼다.
그러자 낚싯대가 빠져 휙 등 뒤로 넘어가 버리는 것이 아니가!
허무하다는 생각에 다시 낚싯대를 정리하여 다시 미끼를 끼기 위해 앞으로 당기니 뭔가 낚싯대를 잡고 놓아 주지 않는다. 당기고 당겨도 당겨지지 않는 낚싯대........
아-아 낚싯대가 어디에 걸렸는가보다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니 하얀 너울을 쓴 여인이 낚싯대를 붙잡고 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 번개 불빛에 비쳐 보이지 않는가?
순간 나의 머리털이 서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주르르 흘렀다.
걸음아 나 살려라. 나는 모든 것을 내동댕이친 체 면 소재지를 향해 1,5km를 한 숨에 내달음 쳤다.
어둠 속에 전구 불빛이 비치는 구명가게엔 인심 좋은 아저씨가 마을 어른들 몇 분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사정을 설명하고 마루에서 밤새 공격해오는 모기와 함께 하루 밤 신세를 졌다.
다음날 아침 일찍 나는 저수지를 찾았다. 그리고 버드나무 줄기에 낚시 바늘이 박힌 낚싯대와 함께 낚시 가방을 챙기며 '그래 낚시에 설 미친 놈...... 싸다. 싸다.'를 연신 뇌까렸다.
허지만 어찌하라.
이 밤도 홀로 낚시를 펴고 있으니......
다만 이 밤은 홀로 신선이 되어 드리운 낚시라........
너울 쓴 여인이 나타난다 해도 커피 한잔을 대접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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