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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참붕의 토종붕어낚시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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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참붕 > 물 위 반사빛으로 포인트를 찾다 : 낚시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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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 반사빛으로 포인트를 찾다
좌대 위에서 99만평의 이 넓은 저수지를 둘러보면 마치 망망대해에 떠 있는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바로 경기도 최대면적의 송전지입니다.
지금은 해적어 배스 때문에 송전지를 명낚시터로 부르는 사람은 드물지만 이 저수지가 증축되기 전에는 마을 청년들이 잉어를 잡았으나 너무 커서 가마니에 둘둘 말아 집까지 배로 실고 왔다 합니다.
그 저수지를 저는 3년 동안 파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왜 그렇게 송전지에만 붙어있었느냐하면 120개의 좌대를 탔던 다른 대부분의 꾼들은 한결같이 떡붕어를 주로 잡았지만 저는 토종붕어만 잡은 것입니다.
그것도 20-30마리씩, 물때 좋은 때는 70마리나 되는 토종붕어만 잡아 나오는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씨알에 관계없이 송전지에서 토종붕어를 잡은 것 자체가 돋보였던 때였습니다.
저만 토종붕어 일색인 이유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좌대 주인집 아들이 나는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니까 미리 조용한 골자리에다 저의 좌대를 갖다 놔준 덕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어떤 때는 골자리 중에서도 장소를 미리 지정해 주면 기특하게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 좌대가 놓여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그 아들이 저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저 아저씨는 틀림없이 특수한 미끼를 쓸거야. 아니, 무슨 약을 타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것만 알면 나도 토종붕어만 잡을 수 있을텐데. 도대체 어떤 약을 쓰는 것일까?'
그 정도 비밀스런 약이라면 물어도 가르쳐 주지 않을거니까 묻지도 못하고 오래 동안 눈치만 살핀 모양입니다. 그 녀석 자기가 좌대 잘 놓아주어서 내가 토종붕어만 잡은 거지...
사실 좌대 위치 외에도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토종붕어와 떡붕어가 한판 붙으면 누가 이길까?
아니, 조선 합바지하고 게다 쪽발이하고 맞푸레이 시키면 누가 이길까?
저는 늘 그게 궁금했습니다.
사실은 정면으로 붙지도 못합니다. 평소에는 쪽발이 떡이 우리 토종을 정면으로 쳐다 보지도 못하고 겁을 절레절레 냅니다.
그러나 떡은 워낙 먹성이 좋아 대가리를 아무데나 들이 밀고 개체수가 많은데다 머리까지 둔하니 제 천지인줄 착각하고는 중층에 떠서 까불고 다닙니다.
그러나 본래 머리 좋은 조폭은 별로 싸우지도 않는데 대장질합니다.
참붕어는 붕애에게 늘 가르칩니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가 가는 법이 아니니라. 피라미가 떡밥 찍어먹고 있다고 침 흘리면서 쳐다 보지말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때를 기다려라. 오드리 헵번처럼 어두워질 때까지. 그러고 저 위에 저 녀석들, 우리하고 모양이 비슷하다고 아찌 아찌하고 따라 다니지 마라. 뼈가 다르느니라, 뼈가....'
그렇습니다. 일본붕어+ 피라미= 떡붕어입니다. 모양은 붕어인데 하는 짓은 피라미입니다.
그래서 피라미처럼 항상 중층에 떠서 물 위만 살핍니다. 떠다니는 먹이 없나하고....
잉어와 토종붕어는 바닥만 살핍니다. 훑어 먹을 거 없나하고.
그래서 골자리는 자연히 토종붕어 차지가 됩니다. 제가 골자리에 좌대를 놓는 이유는 거기에 있었습니다.
아가미의 빗살이 많으면 그만큼 흡수한 물에 섞여 있는 먹이를 잘 걸러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가미 밖으로 뱉아내는 물의 속도가 느리니 입으로 물을 흡수하는 힘이 약할 것입니다. 반대로 아가미 빗살이 적으면 흡수력이 강합니다.
다음 중 누가 아가미 빗살이 적어서 빨 힘이 제일 셀까요? (이거 맞춰도 상품 없다)
(1)토종붕어 (2)떡붕어 (3)잉어 (4)향어 (5)멍게 (6)이효리
멍게라고요? 멍게라고 하신 분, 제가 이번 주에 제가 숨겨논 4짜만 나오는 특급 소류지로 초대하겠습니다. 멍게 엄청 잡으실 수 있도록....
잘 아시다시피 정답은 잉어입니다. 아마 잉어가 노는 걸 보셨을 겁니다. 수족관 속의 비단잉어가 자갈을 훅 들이켜서는 다시 뱉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그만큼 잉어의 빨힘은 대단합니다. 잉어 릴낚시에서 보면 6개 바늘 중에서 3 ~ 4개의 바늘을 입거리(귀거리 아니고)하고 나옵니다.
두번째는 누구일까요? 토종붕어입니다. 떡붕어는 많이 먹지만 빨힘이 약해서 글루텐이나 휘모리 등의 부력이 높은 떡밥으로 띄울낚시를 해야 잘 잡히고 바늘도 전용 헤라바늘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항상 찌맞춤을 좀 무겁게 맞춘 제 채비는 토종붕어 차지가 된 것입니다.
떡붕어가 떡밥미끼에 먼저 와서 우물쩍하고 있다가 토종붕어 그림자만 비쳐도 도망갑니다.
반대로 떡밥이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으면 토종붕어는 그걸 따 먹고 있는 떡붕어가 부러운 듯이 쳐다보고만 있습니다.
"나는 왜 저런 용기가 없을까?"
그리고 신장떡밥은 입자 고운 떡밥보다 물을 머금으면 무겁기 때문에 떡붕어가 한번에 쉽사리 먹지 못합니다.
그 외에도 바늘 크기 등 몇 가지 있습니다만, 어떻든 제 살림망을 들여다 볼 때마다 떡붕어만은 보이지 않으니,
"아저씨 떡붕어 버리지 마세요. 우리 아빠 붕어찌개 무지 좋아해요. 저 주세요."
"주다말다, 떡이 아니라 토종붕어도 몽땅 너희 아빠한테 부어주고 가잖냐."
지 애비 고생하는 줄은 알고서...
그러던 어느 초여름 낮에, 오후 2시쯤이었나... 그 녀석은 시키지도 않은 라면을 끓여서는 부르릉하고 보트를 몰고 좌대로 올라 왔다.
내가 점심 주문을 해 놓고는 잊었나 했었는데 아빠가 보냈단다.
녀석은 라면을 내 앞에 쑥 내밀고는 살림망을 시속 2미리 속도로 들어본다.
들면서 붕어 튀는 소리 냈다가는 고기 한번 못 보고 그냥 가야 하는 걸 잘 알고 있다.
들어본 녀석이 깜짝 놀란다.
물에서 큰 녀석이라 시간대별 조과를 꿰뚫고 있다.
'이 아저씨가 분명히 12시쯤 좌대로 왔는데 그새 준척 너댓 마리가 잡혀 있다?. 밤에도 잘 안 잡히는 크기다. 보통 크기가 아니다. 지금 2시, 피라미 극성이 유별난 때인데...' 생각하면서...
"아저씨, 라면 먹고 있을 동안 내가 낚시 할께요."
자기도 미끼 넣으면 나오는 줄 안다. 바로 그 떡밥을 자기도 쓸테니까.
몇 번이나 풍덩거린다. 피라미가 7호 바늘을 올리지는 못하고 성가시게 하는 모양이다.
내가 가르쳐 주었다.
"내가 넣어란 데로 넣어봐 앞치기로. 이 쪽으로 돌려 봐, 해 있는 쪽으로."
녀석이 쏜 채비가 내가 가르킨 포인트로 날아가서 착 하고 꽂힌다.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놔둬."
역시 어김없이 3분만이다. 녀석은 시킨대로 찌톱의 노란 색이 보이자말자 챘다.
그러더니 벌떡 일어서더니 "으와!" 한다.
2칸대가 보기좋게 휘면서 쭝!쭝! 한다.
한 눈에 27cm다.
저 멀리 지 어머니가 손을 흔들면서 애를 부르고 난리가 났다. 좌대 손님이 온 모양이지만 녀석은 내 등 뒤에 쪼그리고 앉아서는 입을 삐죽이 내민 채 못 들은 체 한다.
"아빠 있는데 뭐."
"그렇지 아빠는 거기 있지. 배는 여기 있고."
머리가 옆으로 삐뚤어져 가지고 털레털레 배로 내려가서 엔진을 걸려고 줄을 당겨 보지만 힘을 안주니 엔진마저 눈치를 채고는 잘 안 걸려준다.
그런 녀석을 불러다가 어떻게 발견했는지 만지작거리고 있던 바로 그 약병을 손에 건네 주었다. 녀석이 금방 히쭉 웃는다.
그날 그 배는 적어도 배가 아니었다. 그동안 내가 보았던 중에 가장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여름 오후 2시쯤 되면 햇빛은 물 수면에서 약간 경사지게 비추게 됩니다. 태양을 출발해서 지구까지 오랜 시간 날아온 초미립자 파동(初微粒子波動)인 햇빛은 물 표면층에 도달하면 그 광량의 대부분은 다시 공기중으로 반사시키고 그 나머지는 물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게 됩니다.
저수지 바닥에 도달한 빛은 다시 바닥에서 반사되고 그 중 일부는 다시 물 위로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평평한 바닥에서 반사된 빛은 정상적인 반사광이고 웅덩이가 있는 곳에서 반사된 빛은 불규칙한 난반사 광이어서 물 밖으로 나온 빛의 양이 다를 것입니다.
즉 오목거울 처럼 생긴 웅덩이에서 난반사된 빛은 광량이 적습니다.
만일 좌대에서 해를 앞에 두고 물 위를 봤을 때 다른 곳보다 어둡게 보이는 곳이 있다면 바로 웅덩이란 것입니다.
송전지는 골재 채취 한번 했다하면 몇 년을 합니다.
바로 좌대 놓인 자리 일대가 근년에 골재 채취했던 지역이고 물빛을 보고 웅덩이 자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녀석보고 거기에다 채비를 넣으라고 했으니, 뜨거운 한 여름 수온에 견디지 못하고 한 치라도 깊이 박혀있는 붕어들이 피난처 중앙에 털석 내려앉는 떡밥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 다음 주말에도 어김없이 저수지에 도착해서 주인장 댁 매점에서 땀을 닦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손에 깨진 사기그릇은 들고는 뭐라고 하면서 매점 안으로 들어선다.
"하옇든 머슴애들은 가만 두고를 못 봐요. 깨고 부시고, 원..."
"그거 깨진 그릇 아닙니까?"
"예, 둘째가 그 무슨 약인지 고기 잡는데 비밀약이라고 가져와서는 딱딱하기 그지 없는 것을 가루 낸다고 찧는 바람에 이게 글쎄 바싹 깨져버렸어요. 지 아버지 밥그릇인데."
둘째가 따라 들어왔다.
"이 녀석아 내가 너 먹으라고 남은 비타민을 주었더니 무슨 고기약이라고 이렇게 그릇까지 깨고 난리냐? 삐콤이야 삐콤. 눈 좋아져."
녀석은 실망이 큰지,
"난 그게... 아저씨가 주길래 비밀약인줄 알았죠."
안성 가는 길에 실로 오랜만에 송전지를 들렀다. 7년만인가? 8년만인가?
그 녀석, 아니 애기 아빠가 된 둘째는 많이 늙어 버린 나를 용케 알아보고는 히쭉 웃으면서,
"요즘은 그거 약방에서 안 판대요. 뭐 삐콤시는 있다는데. 그래서 주사약으로 나오는거 있죠? 그것도 괜찮던데요."
"그래 그동안 그걸 열심히 먹어서 아들 낳았냐?"
"아뇨 한번도 먹은 적은 없어요. 그게 아니라 아저씨 안 오시는 동안에 저수지 고기 내가 다 잡아버려서 손님이 많이 떨어졌어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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