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창이 나도 시집은 가자-
노처녀 시집가기 싫다는 말과 장사 밑지고 판다는 것,
그리고 노인양반들 죽고 싶다는 말이 삼대 거짓말이라는데
그 보다 한수 위가 있으니 바로 기상 예보이다.
낚시인들의 허풍도 그에 못지않다며 같은 괘에 올려놓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
그 정도야 애교스런 일로 받아들이면 될 일이고
굳이 그것을 문제 삼지도 않는다.
허지만 기상 예보는 우리 생활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이고
특히 일차 산업인 농업이나 어업에서는 거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야외에서 행해지는 각종 사업이나 행사는
가장 먼저 점검하고 그것을 기본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는데 번번이 예기치 못한 날씨의 훼방으로
방해를 받으니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는 기상청의 예보가
원망스러운 판에 그것이 제대로 맞기라도 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매번 맞지 않으니 불신이 가득하면서도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으니 답답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봄은 여자의 계절이고 봄바람은 여자의 마음 같다더니
참으로 변화무쌍한 봄 날씨이다.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실종 된다더니 얼씨구!
사월에 대설주의보는 웬 뚱 단지 같은 얘기고
걸핏하면 밀려오는 황사에 이틀이 멀다하고 내리는 비에
불어대는 바람에 종잡을 수 없다.
각 방송사별로 기상예보도 시청률을 의식해서인지
과장 일색으로 겨우 땅을 적시는 비가 내리는데도
축대 붕괴를 조심하고 농작물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호들갑을 떨어대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개인적인 낚시라면 부어터진 얼굴로 참으면 될 일이지만
낚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입장에선 펑크 낼 수는 없는 일이기에
정보망 총동원하여 촬영지 물색하고 나면
어김없이 날씨가 받쳐주질 않는다.
욕심은 늘 그럴듯한 멋진 곳에서 멋진 낚싯대 휨 새를 배경으로
빛깔고운 봄 붕어의 앙탈을 낚시인들에게 전해주고 싶은데
마음뿐이지 날씨가 이 지경이니 미치고 환장한다는 표현은
이럴 때 써야 하는 모양이다.
촬영 후 빠르면 일주일, 아님 통상 열흘의 간격을 거쳐
방송으로 나가기 때문에 하루가 다른 봄 날씨를
앞서야하는 옷차림도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불어대는 바람, 떨어진 기온에 속까지 파고드는 한기까지
물가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정도 이상인데
방송일 기준으로 가벼운 옷차림을 강요하는 담당PD를
원망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개 떨듯 떨어가며 낚싯대 움켜쥐고
뚫어지게 수면을 응시할 수밖에.....
낚시인들의 경험에 의한 통계는 그 어떤 과학적인
논리보다 우선한다.
나 역시 그러한 경험법칙상의 기준을 중요시하는데
당진의 해창지 촬영 역시 그 동안의 통계를 기준으로 계획되었다.
매년 삼월 말에서 사월초순이면 어김없이 대형 급 떡 붕어를
배출해내는 해창지를 우선순위로 정하는 데는
머뭇거림이 없었는데 이번에도 발목을 잡는 것이
그 놈의 변덕스런 날씨와 구라청의 변함없는 헛발질 예보로
절묘하게 고통스런 낚시여정을 만들어 주고 있다.
따스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전형적인 봄 날씨라더니
현지에 도착하니 불어대는 바람과 간간이 뿌리는 눈발에
낚싯대를 세우기도 어려운 처지인데 선택의 여지도 없지만
눈앞에 아른거리는 대형 떡붕어도 욕심이 나고 습관처럼
바람이 의지되는 제방에 자리 잡고 낚싯대를 펼쳤다.
제방 아래 해창 수로에도 갈대 사이사이엔
뻥치기를 하는 낚시인들이 자리 잡고 앉아있고
수면 위에는 많은 보트 낚시인들이 낚시에 열중인걸로 보아
조황은 있는 모양인데 역시 바람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는 매 한가지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강풍과 함께 등장한 황사로 인해
더 이상 낚시가 불가능해 낚싯대를 접는데 수면 곳곳에
종종 일어나는 심상치 않은 라이즈가 발길을 잡지만
내일은 정상적인 봄 날씨가 된다는 기상예보에
아쉽지만 다음날을 기약하며 철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 새벽 두시. 피곤에 지친 일행을 깨워
허겁지겁 현장에 도착 낚시를 시작했다.
살랑살랑 북서풍에서 남서풍, 그러다 남동풍으로
수시로 바뀌는 바람이 이랬다저랬다 장난꾸러기
영락없는 검은 고양이 네로 바람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봄에는 오후에는 바람이 터져
오전에 낚시를 마감해야하는데 시작부터가 가관이다.
이곳의 대형 떡 붕어면 족히 사짜는 기본이니 서너 마리면
오늘 프로그램 촬영은 대 성공이고 그 동안 낚시를 하면서
경험법칙상의 통계를 재확인하는 중요한 순간이기에
실로 전장에 나서는 장수처럼 비장한 심정으로 낚시를 시작한다.
호젓한 상황이면 짧은 대를 편성해
비탈면을 유영하는 대상어를 노리겠지만
촬영을 위해 동원된 카메라가 저벅저벅 자갈밭을
수시로 움직이고 나란히 붙어 않은 여러 명의 출연자로 인해
소음을 염두에 두고 낚싯대는 길게 18척. 원줄은 1,2호
목줄은 0.8호, 바늘 7호로 채비를 꾸렸다.
미끼는 낮은 수온으로 인한 풀림성과 4m권의 수심을 염두에 두고
포테이토와 글루텐을 2:1 비율로 섞어 배합하여
착수와 동시 풀리기 시작 목적 수심 층에서는
절반정도가 남아있는 상태가 되도록 하였다.
입질한번 못보고 정오가 가까워지는 순간 기어이
믿지 못하는 일기예보가 오늘도 명성(?)에 걸맞게
어깃장을 놓는다.
한바탕 바람이 휘몰아치더니 굵은 빗방울이
장마철을 연상케 한다.
전국이 가뭄에 시달리고 특히 강원도지방엔 식수까지
고갈된 상태라 더 없이 고마운 것이겠지만
현재의 우리의 입장에서는 암담함뿐이다.
체념 반, 포기 반 습관적으로 찌를 응시하면서
비가 그치기만 기다리는데 수로에서 낚시를 하다
철수하는 낚시인들이 몰려들어 봄철에 수초 대를 버리고
수초 하나 없는 제방 권에서 낚싯대 한대씩 달랑 설치하고
떡밥낚시를 하는 것이 마냥 신기한지 질문이 그칠 줄 모른다.
때론 입 낚시도 재미있지만 이런 경우는 죽을 맛이다.
비가 그치면 결과를 확인하고자 뒤에 죽치고 앉아
말은 하지 않아도 이제까지 네가 얘기했던 것들이
맞는지 보자고 할 텐데 결과물이 없으면 어쩌나
내심 조바심도 나고 비가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재수 없으면 시집가는 날 등창난다고 악재가 모조리 겹치는 판에
시험대까지 올랐으니 일기예보 믿었다가 마발이 될 판이다.
채비가 바닥에 안착하면서 세 마디 내어놓은 찌톱이
움찔움찔 움직임이 일어나는데 너무 집착해서
허상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한데 순간적으로
미세하지만 뚝 떨어지는 입질에 습관적으로 챔 질로
이어지면서 낚싯대는 U자를 그리고 있었다.
그래 바로 이거다!
쿡쿡 처박으며 좌우로 휘저어대는 강한 저항에
온종일 얼어붙은 마음과 몸이 일순간 풀리면서
희열에 온 몸이 부르르 떨린다.
나뿐이 아니고 일행에게 연속되는 사짜이상 대형 떡 붕어의 입질.
말없이 뒷전에 앉아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던 그들과,
천방지축 제멋대로라며 원망하던 기상예보를 생각하며
등창 났다고 시집 안 갔으면 큰 일 날 뻔 했다며
하늘을 올려보면서 빙긋이 미소를 짓는 여유까지 부리고
한껏 호기를 부린다.
“등창이 나도 좋다 시집은 가자”
“낚시의 기법만큼 체위도 다양하다”
2009년 이른 봄 溪流 이 갑철
알림
마이웨이 낚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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