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살자-
“싸가지 없는 놈, 건방지게 병풍 뒤에 누워서
형한테 절 받는 개 같은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마누라 눈치 보며 온갖 구실 붙여 제 낚시 가는 길에
삼십년 넘게 동무해 줬더니 저만 훌쩍 작별인사도 없이
떠나버리면 어쩌란 말이냐”
그렁그렁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넋두리 삼아 온갖
육두문자를 쏟아 내더니 종이컵에 담긴 소주를
입 안에 털어 넣고 무슨 일 있느냐는 듯 빙그레
미소 지며 내려다보고 있는 영정속의 사진만 넋을 놓고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내어 뱉는 온갖 상소리가 욕이 아님을 난 이미 알고 있다.
표현하기 힘든 안타까움과 갑자기 접한 현실에
밀려오는 슬픔을 대신한 무의식적인 표현임을......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고 현대화 되어 가고 있다.
삼일절을 기점으로 시작되던 붕어낚시도 이제는 년 중
언제나 가능한 사계절 행위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낚시인들은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에 따른다.
그 기준이 항상 붕어낚시의 시작은 삼월이고
큰 일교차와 불규칙한 조황으로 오히려 한겨울보다 더 한
시행착오를 겪지만 기대감만은 최고조에 이른다.
변하는 것은 낚시 패턴만이 아니다.
걸맞게 장비, 소품, 미끼도 진화하고 편안하고 안락한
낚시를 위한 갖가지 편의장비도 눈부시게 발전해
일박이상의 낚시, 밤낚시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가히 이삿짐을 방불케 한다.
작은 일인용 텐트에 침낭하나면 족했고 거기에
소형 난로 하나면 충분했던 것이 대형 조립식 좌대에
충분히 공간이 확보되는 텐트와 온수나 전기를 이용한
보일러 식 매트 등 가히 아방궁 수준의 럭셔리한 시설물을
설치하고 나서야 낚시가 시작된다.
편하고 안락하고 충분한 먹 거리에 낚시 시간은 많이
빼앗기지만 이 또한 새로운 낚시스타일이고 어떤 면으론
고기 욕심을 덜 내며 자연에 동화되어 일상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건 긍정적이지만
난방기구나 취사도구로 인한 부작용이 종종 일어난다.
특히 일교차가 큰 계절이라 부탄가스를 사용하는
난로가 필수인데 이것이 종종 사단을 일으킨다.
한겨울보다 특히 봄철에 가스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것은
마음이 앞서 서두르는 것도 있지만 기회만 되면
물을 찾아나서는 횟수가 잦아지고 반주 삼아 마신
한 잔의 소주와 밤엔 영하로 내려가는 기온이 원인이다.
이른 봄과 늦가을엔 유난히 부음을 많이 접하게 된다.
혈관계통의 이상이 가장 많이 나타나고 그 중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계절인데
거기에 부탄가스로 인한 질식사하는 좋지 않은 소식까지
많은 낚시인들이 곁을 떠난다.
이구동성 안타까움과 사소한 부주의를 이야기하지만
연례행사처럼 슬픈 소식은 끊이지 않고 지속된다.
過猶不及이라 했던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아무리 낚시가 좋아도 지나치면 독이 되고 해가 된다.
가장 큰 적은 욕심이다.
붕어에 대한 욕심. 포인트에 대한 욕심,
궁극적으론 낚시에 대한 욕심.
절재 되지 않는 과시 성 욕심이 늘 화를 부른다.
아무리 젊음이 있고 왕성한 체력을 자랑한다 해도
낚시인들이 명심해야 될 일이 있다.
어쩌다 한번이 아닌 지속되는 밤낚시 행위이다.
밤이슬을 맞아가며 온 밤을 꼬박 새우는 낚시는
절대적인 낚시의 해악이다.
철인체력의 소유자라도 한밤을 꼬박 새운 다음날,
일상적인 생활이 정상적으로 불가능하다,
낮에 하루를 잔다 해도 피로도 풀리지 않을 뿐 아니라
밤새 지친 몸으로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니 거기에서
파생되는 부정적인 면은 말할 나위가 없다.
오죽하면 運命은 在天이 아니라 運命은在車라 할까!
그리고 밤 기온이나 습기는 음습하고 인간의 몸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무절제한 낚시로 인해 신체의 이상을 겪은 낚시인이
한둘이 아니다.
“멍청한 놈, 난로 켜 놓고 잠자지 말라고 두 번 세 번
확인하던 인간이 지가 총대를 메냐?”
하루만 기다렸다 토요일 같이 가자니까 편차가 심한
봄철 포인트를 먼저가 선점해 놓겠노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떠난 친구를 놓아주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모습이 처연하다.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간이라 조문객들의 발길도 뜸해 지고
유족들도 여기저기 벽에 기대고 지친 몸을 의지하는데
늘어만 가는 소주병을 앞에 두고 푸념 섞인 넋두리는
끊인 줄 모른다.
초점 없는 눈으로 꺼이꺼이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하는가 하면
조소인지 미소인지 모를 묘한 입질의 일그러짐에
가슴 가득 싸하게 슬픔이 밀려온다.
저 둘의 관계를 난 누구보다 잘 안다.
실과 바늘처럼 언제나 함께하던 그들이었다.
나 또한 내리 삼일을 이곳저곳 장례식장을 순회하는
예정에 없던 일정에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다.
낚시를 마치고 집에 가는 중에 고속도로에서
심근경색으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숨진 후배에 이어
다음날은 아산의 “ㅅ”저수지에서 텐트안의 난방용 난로의
가스로 인한 슬픈 소식이 전해오고 줄이어 다음 날
예산의 한 저수지에서 들려온 비보 역시 텐트 안의 난로가
원인이다.
조금은 줄이고 버리고 살자.
우리는 낚시인이지 붕어 사냥꾼이 아니다.
溪流 이갑철
알림
마이웨이 낚시이야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