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에서 낚시를 가려면 대부분 남녘으로 향해야 한다.
내 아버지, 할아버지의 고향이 엎어지면 코 닿을 황해도 연백이기에...
살아생전에 북녘으로 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휴전선에 갇힌 먹먹한 가슴을 쓸어안고...
이른 봄에 따뜻한 남도南島의 붕어를 만나러 거제도로 떠난다.
3월 22일에서 24일까지 이박삼일이다.
북쪽을 향한 헛헛한 마음을 해금강을 보며 채우려 한다.
신거제대교!
거제 대포항 가는 길에 있는 굴양식장!
동부저수지!
오리배가 떠다니고 있다.
거제 반반낚시점에 들렀으나 붕어에 큰 관심이 없다.
거제도민들에겐 바다가 더 소중하다.
지렁이?를 구입한다.
구천저수지!
계곡지다,
가파른 경사에 지레 포기한다.
동림저수지!
낚시금지다.
어기면 벌금이 천만 원 또는 1년 이하 징역이란다. 세다.
식수원 보호지역이다.
그런데 오른쪽 위에 산자락이 파헤쳐지고 있다. 골프장을 짓는단다.
무지몽매한 인간의 횡포다.
낚시를 금지하는 것보다 저런 횡포를 막아야 한다.
환경훼손은 물론이고, 골프장 잔디를 유지하기 위한 고독성농약 살포는 끔찍하다.
그 아래 식수원이 있는데도 말이다.
아래로 빼꼼히 보이는 고메소류지!
그나마 낚시가 가능하다.
동림저수지 제방을 바라보고...
건너편에 다른 분의 텐트가 자그마하게 보인다.
해가 저물고 있다.
저녁은 소시지구이다.
소시지와 백김치, 라면이 준비해 온 음식 전부다.
내일도 같다. ㅜㅜ
깔짝거리고, 질질 끌고, 쏙 들어갔다 바로 내밀고...
붕어를 만날 요량에 집중하다가 어지러운 찌놀림에 취하고 만다.
그도 그럴만하다. 낚시점에서 사 온 지렁이는 갯지렁이였다.
그리 첫날밤을 출출히 지새우고...
"사실 때때로 붕어를 못 잡는다.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도, 아무리 낚시 솜씨가 뛰어나도 때때로 붕어를 못 잡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낚시꾼은 또다시 낚시를 한다.
그래도 괜찮았지. 내일 잡으면 되니까.
그래 붕어를 잡는 것은 그 여정에서 일어나는 우연일 뿐이야.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삶의 추억을 쌓아간다는 것이지."
- 폴 퀸네트, 무울 각색!
이튿날 아침!
때때로 붕어를 못 잡는 경험을 공유한 건너편 동지!
아침 포행布行을 하며...
그래도 열심히 품질을 하는 고마운? 동지!
손에 잡힐 듯한 거제도의 봄을 만끽한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고은
파라솔이 접혀 있다.
거제도의 거센 바닷바람을 예견한 불길한 징조가 아니길 바라지만...
다시 심기일전하며 갯지렁이를 바늘에 꿴다.
티 없이 맑은 고메소류지!
나물을 따는 듯한 두 아낙네!
거제도에도 계룡산이 있다.
산마루는 닭의 모습을, 능선은 용을 닮았다 하여 계룡鷄龍이라 한단다.
이 산너머에 거제시청과 포로수용소가 있다.
한국전쟁 당시 최대 17만 명까지 수용했단다. 당시 거제의 인구가 10만여 명 정도.
전쟁의 비극은 처참하다.
굶주림은 기본이고...
여자는 생리가 멈추고, 남자는 벌레처럼 전쟁터에서 죽어 간다.
총보다는 동네사람이 더 잔인하게 변하는 좀비의 세상이 되는 것이다.
스무살 꽃다운 나이에 전쟁을 겪은 박완서의 '... 싱아...'를 읽고...
더이상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그리 높지도 않은 곳에 까마귀가 있다.
보통은 인적이 드문 산마루나 높은 능선을 따라 사는데...
학동 해변가에도 까마귀가 많다.
삼족오三足烏의 모델.
볼수록 늠름하고 신비로운 새다.
해거름!
골프장 공사현장의 야간조명이 심히 거슬린다.
왼쪽으로는 찌를 세울 수가 없다.
짧은 대로 어렵게 찌불을 세웠지만...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아홉 시 이후 밤새도록 순간 초속 10미터의 강풍이 휘몰아친다. 된바람이다.
찌를 걷고, 파라솔은 접고 텐트 속으로 기어든다.
미처 다 읽지 못한 책 한 권을 들고...
촛불은 아름다웠다.
하나하나는 비록 작지만 광장에 모인 수많은 촛불은 밤하늘에 미리내였다.
후천개벽은 도도한 장강의 흐름이다.
통일의 염念도 같으리라.
홀로 꾸면 꿈일 뿐이지만 많은 이들이 꾸면 기적처럼 이루어진다.
진심으로 바라건대 더 힘에 부치기 전에 대동강, 압록강, 두만강에 대를 드리울 수 있기를...
이튿날...
아침까지 이어지는 거센 된바람에도 건재하다.
떠난다.
아쉬움을 슥슥 지우고...
해금강을 보러 가자.
여기는 아마 남부면일 게다.
해금강 가기 전에 있는 전망대!
송도!
소다포도와 형제섬!
신선대 앞 해변!
정작 해금강은 보지 못했지만...
세상 시름이 스르렁스르렁 풀리는 거 같다.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
갈매기는 없고 까마귀가 나댄다.
바람의 언덕!
이제 거제를 떠난다.
선인대교에 도착하고...
부시시옥동자님의 자리!
쉬리클럽 회원인 정든이님!
박재덕님!
오랜만에 만난 갑장 대물팀 방장님!
지난 겨울밤을 탈없이 잘 지새우고 만난 반가운 사람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이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릴 것만 남았으니 너무 홀가분하다."
- 박경리
옥동자님의 눈빛을 보면 지극히 어색하다.
얼떨결에 걸린 붕어를 들고 그럴싸하게 폼을 잡기 때문이다. ㅎㅎ
이른 봄에 각광을 받기 시작한 선인대교다.
좀 더 따뜻해지면...
병천천도 가보고 싶고...
유구천도 가보고...
자주 가고 싶은데...
Giovanni Marradi -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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