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學歷과 學力 -
유난히도 변덕스럽던 지난여름,
이틀이 멀다하고 내리는 비로 휴가를 망치고
오름 수위 특수를 기대하며 80년대 충주호의 전설을
재연해 보리라는 낚시인들의 꿈까지도 무참히 깨버리는
기상변화는 마치 홍두깨 같았다.
점차 아열대성으로 기후가 바뀌다보니
몇 년 전부터 장마기의 일정한 패턴이
종잡을 수 없는 상태로 변하고
장마가 끝났다는 예보가 무색하게
곳곳에 집중호우로 물바다를 이루니
기상 관계자들은 바람만 불어도 좌불안석이요
지탄의 대상이 되니 못해 먹겠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일정기간 내리는 장마기를 이제는 범위를 넓혀
우기로 바꿔야한다는 말이 거론된다.
낚시도 날씨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기상예보에 민감 할 수밖에 없고
기상캐스터의 한마디가 낚시업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주말의 기상상황에 민감한 건 당연한데
어찌된 일인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매주말이면 어김없이 거의 비가 예고되고
지레 겁을 먹은 낚시인들이 아예 낚시 자체를 포기하니
낚시점이나 낚시터나 바닷가 낚싯배는 한숨만 나온다.
구체적인 통계를 내보진 않았지만
체감으로 느끼는 건 그 중 절반정도는 맞지 않는다.
특히 공중파 기상예보는 도를 넘는 호들갑이
위기의식을 증폭시킨다.
기상 오보로 인한 질책에 노하우가 생겨서인지,
아니면 첨단시대에 뒤떨어진 예측력 때문인지 모르지만
일단은 오버하고 보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 몇 미리의 비만 내려도 기상 예보는 거창하다.
판에 밖은 이제는 누구라도 줄줄이 외우는 경고문구,
야외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산사태나 낙뢰에 주의하고
농부들은 농작물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
안온다고 했다가 오는 건 문제지만
온다고 했다가 안 오는 건 대수롭지 않으니
일단 비가 내릴 징후만 보이면 일단은 최악을 가정해서 발표가 우선이다.
예전의 일기예보는 중앙기상대의 관계자가 나와서 했는데
요즘은 각 방송사의 기상담당 캐스터가 있고
그들이 발표하는 것을 보면 정보를 한곳에서 받는데
같은 내용에 따라붙는 수식어나 형용사의 차이는
방송사별로 엄청나다.
시청률을 생명으로 하는 것이 방송의 생리이지만
설마 기상통보까지 시청률을 의식해서 나름대로 각색한다면
이건 정말 간과해선 안 될 일이다.
평범해서는 관심을 끌지 못하고 특별하거나 오버해야
주목을 받는 것이 방송이지만 시사적 상황이나 뉴스,
기상상태까지 오버하는 것은 도를 넘는 행위이다.
사실 오버하고 특별난 것은 도처에 지천이다.
우선 케이블방송의 경쟁적인 선정성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이제는 공중파까지도 아침프로에
잠자리 부부 성적 만족도가 어떻고 주 몇 회는 해야
남자로서 대접을 받고 성적능력에 따라
여자의 태도가 달라진다며 출연한 강사는 신바람이 난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아침프로에 성에 관한 얘기를 하려니
조금은 오금이 저렸는지 OECD 국가에 가입된
선진국대열이니 성에도 앞서야 한다며 미리
변명까지도 곁들이니 해도 너무 한다.
처녀 때 성폭행 당한 경험담을 앞세우며 성교육은
자녀들과 야동을 보며 설명하라는 말도 안 되는 괴변을 늘어놓는
인기 여강사의 강의에 오싹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사회적 흐름을 주도하는 방송이 그러하니
일상의 모든 것이 오버 일색이다.
오버의 압권은 신정아 파문으로 속내가 드러난 학력위조이다.
학력은 물론이요 경력까지 위조하는
자기 자신의 과대포장화는 오버의 결정판이다.
비단 한사람만이 아니고 사회 각 분야가 이 지경이고
대학교수, 연예인 등 줄줄이 사탕이다.
허긴 대통령을 지내신 어느 분은 몇 번의 출마와 낙마를 거듭하면서
출마할 때마다 학력이 달라도 종래는 대통령도 되는데
까짓 좀 오버하면 어떠랴마는 이래선 안 된다.
釣歷은 짧아도 釣力에서는
탁월한 낚시인들이 참으로 많다.
허지만 낚시는 어떠한 기본 지침서나 교본이이 없다보니
일정 기준에 의한 측정이 불가능하고
그 사람의 나이나 낚시에 입문한 시점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예전에는 낚시이야기가 나오고 격론을 벌이다
이론적으로 궁지에 몰리면 최후의 한마디가
결정적으로 결론으로 작용한다.
“당신 낚시 몇 년 했어?” 이 말 한마디면
그 어떤 사족도 달지 못한다.
당당한 검증된 釣力이 釣歷 앞에 맥없이 무너지고 만다.
과학적 근거나 데이터를 이론적으로 제시하기 어렵다보니
반론은 생각도 못하고 초등학교 교사 오래하면
자동으로 대학교수 되느냐고 뒤돌아서서 볼멘소리만 할 뿐이다.
낚시터에 나가는 횟수가 얼마인지 모르지만
나이가 좀 들고, 확인 할 수 없지만 난 몇 살부터 낚시했다는
釣歷을 앞세우는 선배에게 낚는 것만큼은 누구보다 자신하는
젊은 후배라도 감히 釣力으로 대항하지 못한다.
물론 낚시가 꼭 많이 낚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분야와 달라서 많은 현장경험으로
다양한 상황에 접해본 사람이 낚시의 참 맛을 아는 것이지만
사실 그런 낚시 선배들은 釣歷을 앞세워 결코 자신을
전문가로 과대포장하지 않는다.
오버는 釣歷에도 있지만 현재의 문제는
급조된 낚시전문가가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방송에 출연하고 잡지에 소개되어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면
전문가로 행세하니이 또한 또 다른 오버이다.
방송이나 잡지의 기사라는 것이
연출자나 기자의 연출이나 편집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그의 낚시에 관한 모든 것은 낚시터에서 검증되는데
자칫 생각 없이 하는 한마디가 얼마나 큰 혼란을 주고
어지럽게 하는지 그들은 알지 못한다.
한 예로 챔 질이 정확해야 윗입술에
바늘이 걸린다는 잘못된 이론도
그것을 바꾸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학력을 속이고 경력을 위조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잘못된 우리사회의 관행 때문이지만
객관적으로 그 사람을 평가할 때
우선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민이 여기에 있고
언제까지 말썽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허지만 사회 분위기의 전환으로
능력 우선의 사회가 된다면 달라질 수 있다.
당신 어느 학교 나왔소? 學歷이 아닌
당신 이런 일 할 수 있소? 學力이 우선하는 사회.
바로 우리가 꿈꾸는 이상세계가 이것이다
2007년 10월 溪流 이 갑철
알림
마이웨이 낚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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