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있는 한 희망이 있다는데...-
몇 시간째 커서가 껌벅이는 흰 여백의 화면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마음은 이미 에필로그를 정리하는데 단 한 줄의 문장도
문서화되어 나타나지 않는다.
사람은 슬프면 조건반사적으로 눈물을 흘린다.
허지만 너무 기쁘거나 감격해도 눈물이 난다.
그 눈물의 의미야 다를지라도 어찌됐던 외견상
흘리는 눈물은 똑 같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감정이 바로 눈물로 비유하면
이런 경우인거 같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너무 많다.
불편한 심기를 애써 감추며 말을 절재하고 행동폭을 줄이고
면벽 수행하는 수도승처럼 시간을 죽이지만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갖가지 상념들은 좀체 정리가 되질 않는다.
할 말이 너무 많으니 쓸 말이나 화두가 떠오르지 않는
비상식적인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회의 합병 후 일 년 여.
정회원에서 준회원으로 강등 되었다가 그것도 잠시
등록단체로 격하되어 존재의 이유마저 잃어버린 낚시연합회.
주무부처인 문화체육 관광부가 쑥대밭이 되어버린 마당에
구제를 바라거나 새로운 정책을 기대함이 어불성설이다.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당당한 위치에 낚시가 자리 잡고
스포츠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국민생활 대축전에
정식종목이 되어 2016년까지 이어졌는데
낚시가 무슨 스포츠냐는 말도 안 되는 괴변으로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다.
2005년 해양수산부(당시는 농림수산부)에서
낚시에 관한 육성 및 관리정책 수립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로 공문을 보냈다.
낚시를 해수부로 이관해 달라는 요지의 공문이다.
인구분포도 상위의 레저이고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낚시에 대한 관심이나 저변의 확대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었다.
허지만 문체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국민체육진흥법 2조1항에 의거 낚시는 스포츠이니
우리의 소관이고 일차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해수부에 절대 넘겨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낚시인들 또한 쾌재를 불렀다.
당연히 스포츠로 인정받고 거기에 걸 맞는 인프라가 조성되고
낚시계의 대변혁과 함께 위상이 달라지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가 그 일이 있고나서 3년 후 국민생활대축전에
당당히 정식종목이 된 것이었다.
정식종목이라는 단순 타이틀만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싶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 대단한 것이다.
55개 종목 중 정식종목은 36개이고 장애인종목과
시범종목이 19개로 얼마나 치열한 상황에서 얻어진 결과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누구하나 관심과 애정으로 돌봐 주는 이 없었다.
어느 낚시 단체장 하나 격려해주는 이도 없었다.
주무부처가 달라서인지 몰라도 낚시인들이
중심이 된 가장 순수한 법적지위를 부여 받은
제도적 보호막을 반기는 사람들이 없었다.
법이나 제도적으로 발전시키려면 그 우산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때론 간섭도 받고 성가시기도 하지만 기본 의무는 감내해야한다.
비록 찢어지고 낡은 우산이라 가랑비도 맞고 소나기에
온 몸을 적실지라도 우산 밑에 있어야 한다.
낚시인들을 상대로 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적 목적으로 결성 된
단체들은 잘도 뭉치고 주무부처인 해수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정작 주인공이요 핵심인 순수 낚시인들은
단 한 번도 정책의 수립이나 관계부처의 자문 요청을
받아 본 적 없으니 누구를 위한 행정이고 누구를 위한
정책이란 말인가.
2017년, 어지러운 정세에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고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기대 가득한 현실에
암담하기만 했던 지난 한 해를 유추한다.
내 자식 아니니 알아서 살아라 팽개친 문체부에게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다행인 것은 낚시 주관부서로 해수부가 보듬어 주리라는 기대이다.
자식을 방치해도 처벌 받는 나라에서 수백만 낚시인을
하루아침에 나 몰라라 팽개친 문체부 대신 의붓자식
취급 받더라도 해수부의 정책의 틀 안에 들어 갈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외국에서 저수지를 공원화하면 주민들이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기반 시설을 염려하는데 우리는 저수지를 공원하려면
낚시금지부터 하는 것이 현 실정이다.
도로를 신설하면 그 비싼 땅덩어리에 싸이클 전용도로는
기본이요, 험한 산자락을 깍고 다듬어 올레길 둘레길, 대피소,
휴게소에 아녀자 위험하다고 CCTV에 조명 설치에,
시, 군마다 실내 체육관 지어 배드민턴 동우회를 위한 시설에
우리가 낸 세금으로 국민들을 즐기고 이용토록 하는데
왜 낚시만 국민 세금 들여서 인프라 구축 해주는 것도 아니요
있는 자연 그대로에서 내 돈 써가며 즐기겠다는데
유독 규제 일변도로 몰아 부치고 정부 시책에서도
뒷전이란 말인가!
더 이상 내려 갈 곳도 없다.
이 이상 물러 설 곳도 없다.
한 마리의 가치를 위하여 한 밤을 꼬박 새우는
낚시인의 인고의 정신으로 많이도 참고 참았다.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권이 얼마나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지, 700만 낚시인의 개인 행복추구권을
얼마나 보장하는지 두 눈 뜨고 지켜 볼 일이다.
엉킨 실타레처럼 복잡한 머릿속에 풀어 낼 한 가닥
실 날이 희미하게 보인다.
溪流이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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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 낚시이야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