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과 시소, 가뭄과 장마-
밤새 쏟아 붙던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이른 새벽시간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고 아내와 집을 나섰다.
오늘의 목적지는 가뭄에 물 걱정 없는 관리형 인공 바다낚시터이다.
수도권 서해안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바다낚시터는
하나의 확고한 트랜드로 자릴 잡았다.
낚시인구의 증가와 레저로서의 가치 재조명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지는 사업성을 포함한 몇 가지 요인 때문이다.
첫째는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접근이 빠르고 좋다 해서 꼭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도 몇 가지 전재조건이 따른다.
접근성을 포함해 낚시여행이라는 것이 참 미묘한 것들이 있다.
집 옆에 훌륭한 낚시터가 있으면 당사자 아닌 재 삼자들은
바로 옆에 낚시터가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포인트가 어딘지
훤히 알 터이고 시간적 공간적 구애를 안 받으니 얼마나 좋겠느냐며
부러워하지만 정작 본인은 시큰둥하다.
한두 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며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나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여행의 즐거움과 앞으로 펼쳐질 기대감이
고조되는 설렘과 막히는 길 안달하며 조바심치는 것도
또 다른 낚시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장시간 운전하며 시간을 많이 축내지 않는 일정거리 이내가 전제되는
그런 접근성이 있는 곳이다.
낚시를 취미로 하다가 직업으로 바뀌는 순간 매력을 잃어버리는
것 또한 같은 원리이다.
사업적인 면을 최우선으로 낚시터나 낚시점을 운영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낚시를 좋아해서 직업으로 선택하고 나면 그에게 낚시는
한 발짝 멀어지게 된다.
자기가 관리하는 낚시터에서 낚시를 한들 기대감이 들거나
아무리 많은 손맛을 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둘째는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신선한 회를 현장에서 바로 낚아서 먹을 수 있다는 것과
최소한 기본은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족을 대동한 가장의 마음속 걱정을 우린 알고 있다.
평소에 주변의 낚시를 모르는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자기의 취미인 낚시를 찬양하기위해 얼마나 많은 과시형 뻥을 쳤는지
그 실상이 자칫하면 동행 출 조에 노출 될 수도 있어 앞으로의
원활한 낚시를 위해 동행은 한다마는 속은 타들어 가는데
관리형 바다낚시터는 최소 낚시인 가장의 자존심이 손상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기 때문이다.
종종 동반한 생 초짜 아내나 자녀들이 먼저 낚거나 더 많은 마릿수를
기록하는데 이건 그야말로 초대박이다.
가족들이 낚시의 마력에 빠지길 바라며 채비해주고 미끼 달아주고 낚은 고기
갈무리하랴 집중력이 떨어져 정작 본인은 조과가 신통치 않고
그동안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주말만 되면 혼자만 즐긴다는
잔소리와 푸념에 남이 낚은 것을 강탈하거나 돈 주고 사서
푸짐한 회와 매운탕 늘어놓고 허풍과 과장을 적당히 가미한 무용담으로
절대지존을 과시했던 전과가 들통 날까 은근히 조바심도 치고
어찌 보면 자승자박의 말로가 도래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그 점은 절대 걱정 안 해도 된다.
아내나 아이들의 괴성이 잦아질수록 앞으로는 먼저 가방 챙기고
앞장서는 횟수가 잦아질 것이고 정작 본인 당신은 수발하느라
행이던 불행이던 죽었다 생각하면 된다.
셋째는 완벽한 편의 시설이다.
화장실, 휴게실, 샤워시설 등 부족함 없는 낚시 환경이다.
주말에 팬션에 가서 굽고 지지고 먹고 마시고나면 늘어지게
자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
헌데 팬션 버금가는 숙박형 방가로가 있고 낚시까지 즐기며
신선하고 풍부한 먹 거리가 보장되니 한번 경험하고 나면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주말에 가족이 팬션에 가 즐기는 비용이면 낚시터에서
충분하고도 남는다.
거기에 양식화 된 생선에 근거도 없는 거부감도 방송과 학자들의
논리에 기우임이 증명되고 오히려 양식 된 물고기가 영양학적인 면이나
맛에서 자연산보다 더 좋다는 것이 증명되어 막연한 불안감까지 떨쳐준다.
모 공중파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에서 양식과 자연산 생선을 준비해
지나는 행인들에게 어느 것이 더 맛있고 자연산인지 구분하라는
실험이 있었는데 절대적 다수가 양식을 으뜸으로 꼽았다.
식감도 좋고 더 맛있는 것이 자연산이라는 통념이 깨진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과학적 근거 없이 자연산을 맹목적으로 선호하는 풍조가 있다.
양식어류는 사료부터 인체에 해가 가지 않는 규정으로 만들어지고
식용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영양학적인 면에도 탁월하다.
생존율과 각종 질병 및 성장속도 촉진을 위한 항생제를 염려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별로 우려사항이 아니다.
한계치를 벗어난 과도한 것이 아닐뿐더러 약품 또한 인간이 섭취했을 때
영향이 없을 한계치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인삼이나 고추, 사과는 농작물이나 과일 중 가장 농약을 많이 주는 작물이고
아마도 농약이 없으면 재배가 불가능한 종목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걱정 없이 수시로 먹는 건 약품의 한계가 섭취 기준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수 없이 먹었으면서도 그걸로 인한 부작용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식 된 물고기의 재 인색이 낚시에도 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지독한 가뭄으로 저수지는 바닥을 보이고 그나마 일부 물이 있는
저수지나 하천을 염두에 두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취미지만
나에겐 직업인 낚시를 하기위해 떠나면서도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팔자에 없는 눈치 보기 때문이었다.
지독한 백년만의 가뭄은 마땅히 내가 해야 되는 일을 하는데도
주위 눈치를 살피는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들어갈 물이 없으니 논두렁 물꼬 볼일 없는 농부들이
긴 한숨을 내쉬며 마을 어귀 정자나무 그늘이나 회관에
모여 있는 모습만 봐도 괜히 내리지 않는 비가 내 탓인 것처럼
주눅이 들어 짙은 차량 창문 썬팅에 편광 썬글라스까지 쓰고 있어
시선 마주 칠 일 없지만 눈을 아래로 내리 깔고 자동차 엔진 소리까지
온 신경을 집중해가며 마을 지나 저수지 뚝방 길을 타고 오른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관리형낚시터가 활동의 중심이 되고 특히
관리형 바다낚시터는 가뭄으로 재조명되는 특별한 기회가 만들어 진다.
위기가 곧 기회라 누가 말했나!
낚시인들이 좌불안석하며 야속한 하늘만 바라보는 위기의 순간에
한쪽이 쪼글어 지면 반대편은 부푸는 풍선이나 한쪽이 내려가면
다른 쪽은 올라가는 시소처럼 반전의 기회는 늘 상존한다.
도착해 낚시를 시작하자마자 또 장대비가 퍼 붙기 시작한다.
예보 된 강수량이 200m라니 그동안 말려 죽이더니
이젠 불려 죽일 모양이다.
다행이 저수지나 하천은 만수를 이루겠지만 바다는 염도가 떨어져
영향은 없을는지.
이래저래 이놈의 풍선과 시소는 늘 곁에 붙어 있고
시소의 원리나 풍선효과는 같이한다.
溪流 이갑철
알림
마이웨이 낚시이야기
;)
